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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산림청 공동기획]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11) 파리올림픽과 우리나라 목조건축 

“목재는 산림자원 순환경영이 이뤄지는 지속가능한 자원입니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친환경 파리올림픽 레슬링장·수영장에 목재 활용, 선수촌은 주택으로 재활용
산림청도 국산 목재 활용 건축물 조성 추진, 목재가 철근보다 장점 많아


▎경기도 수원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 내부. 목재 건축의 장점이 응축돼 있다. / 사진:산림청
20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최고의 성적(금 13, 은 9, 동 10개로 종합 8위)을 올렸습니다. 대표팀 선수들의 역대급 경기력 외에도 파리올림픽은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로 각인될 것입니다. 실제 파리올림픽은 IOC의 ‘친환경 의제(Greener Agenda)’에 따라 진행된 첫 번째 대회였습니다. 경기장 중 95%를 기존 시설이나 임시 시설로 채웠습니다. 새로 지은 것은 선수촌과 수영장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프랑스의 목재 활용입니다. 프랑스는 환경법, RE2020 등 법령을 통해 건축시 목재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나라입니다. 이번 올림픽에도 ‘프랑스 숲 2024(France Bois 2024)’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이는 자국 목재를 50% 이상 사용하도록 설정한 목표를 일컫습니다. 일례로 올림픽 수영장 ‘파리 아쿠아틱 센터’는 주로 더글러스 퍼와 가문비나무를 사용해 전체 목재 중 30~40%를 프랑스 국내에서 조달했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목조 건축 시 수확된 목재를 사용하고, 수확된 곳에 새롭게 어린 나무를 심어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탄소중립으로 간주될 수 있기에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숲 2024’ 관계자는 “프랑스는 현재 지속가능하게 벌채할 수 있는 목재를 적극 수확 중”이라며 “향후 목재 생산 관련 잠재력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합니다.

9개월 만에 완공한 목조 레슬링 경기장


▎프랑스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의 훈련 모습 뒤로 아쿠아틱 센터의 목재 양식이 보인다. /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목재는 조립식과 모듈러 건축 방식 활용에 적합합니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그에 투입되는 인건비를 대폭 절감할 수도 있습니다. 레슬링 경기장인 샹드 마르스 아레나 같은 경우, 불과 9개월 만에 완공됐습니다.

또한 목재는 따뜻함과 색상 그리고 향기를 가지고 있기에 별도로 마감 재료를 사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수영장과 레슬링 경기장 등 신규 건축한 곳은 지속가능한 건축 소재인 목재를 주재료로 썼습니다. 특히 목재로 건립된 선수촌은 올림픽 종료 후 6000채의 사회복지 주택으로 재활용될 예정입니다.

프랑스 농림축산식품주권부가 만든 ‘파리올림픽 목조 건축 관련 자료’에 의하면, 프랑스는 2024년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 유치 당시, “올림픽 탄소 발자국을 이전 대회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프랑스가 꺼내든 솔루션이 목재입니다. 목재는 본질적으로 대기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재료이며 재생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목재를 건축에 사용하면, 전체 수명 주기가 길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탄소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목조건축물이 파리올림픽에 사용되는 차원을 넘어서, 올림픽 이후에도 용도를 달리해 영구적으로 재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가령 선수촌이 주거용 주택으로 탈바꿈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목재의 장점은 가벼움에 있습니다. 이는 달리 말해 사전 제작과 현장 조립이 가능하기에 공사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이점으로 나타납니다. 또 ㎝ 단위인 콘크리트에 비해 ㎜ 단위인 목재는 높은 정밀도를 자랑합니다. 프랑스는 ‘목재 건축제품 및 시스템의 산업화’ 프로젝트에 따라 목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목재 건축은 얼마만큼 정착돼 있을까요? 산림청이 내세우는 대표적 목조건축물로는 대전 서구에 2024년 하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는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지상 7층(27.6m) 규모의 국내 최대 높이의 목조건 축물입니다. 총 사업비만 공사비 400억원을 포함해 650억원에 달합니다. 이 건물에는 목재 1363㎥가 활용될 것이며 이산화탄소 1249t의 저장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미 산림청은 2023년 8월 “소속 및 산하기관에서 조성하는 건축물은 목조로 할 것”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산림청은 공공 부문 선도 사례를 위해 전국 23개소에 총 2190억원 규모의 목재친화도시·목조건축 실연사업·목조전망대 등 보조 사업을 지원 중입니다. 고부가가치 목재 이용 선도모델을 확산하고 국민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 내 건축물이나 거리를 목재로 조성하려고 합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 중이며, 산림청 목조건축 심의위원회 운영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목조건축 1동(30평, 100㎡)은 이산화탄소 40t 감축 효과에 비견된다고 합니다. 이는 자동차 1대가 서울~부산을 약 400회 왕복할 때 발산하는 배출량에 해당합니다. 또한 목재는 동일 부피 생산 시 소요되는 에너지가 알루미늄 대비 1/797, 철강 대비 1/191로, 압도적 에너지 절감 능력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목재는 화석연료와 달리 조림~성장~수확~이용~조림으로 무한 연결되는 ‘산림자원 순환경영’이 이뤄지는 지속가능한 자원입니다.

선진국에서 전파되는 목재 건축물의 미학


▎경북 영주의 한그린목조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목조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 사진:산림청
그렇다고 목재가 건축물의 재료로서 취약한 것도 결코 아닙니다. 목재는 재료의 밀도 대비 강도를 일컫는 ‘비강도’가 높습니다. 동일한 무게 시 철근, 콘크리트 등 타 소재 대비 강도가 400배까지 높습니다. 무게 대비 인장강도, 압축강도, 횡강도 등에 걸쳐 철과 콘크리트를 압도하기 때문에 지진 등에 견디는 내구성이 강합니다.

아울러 목재는 단열성능에서도 콘크리트의 7배, 철의 176배에 달합니다. 냉·난방비가 적게 소요되는 저에너지 건축이 가능합니다. 또 화재 시에는 표면이 ‘탄화’되면서 내부로 공기와 열 전달을 차단해 화재에 견디는 구조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발표한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목재를 활용한 모듈러 공법은 공사 기간 단축과 공사비 절감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공사 기간은 20%에서 최대 50%까지 단축이 가능합니다. 또한 목재는 인체친화적 소재로 홍보가 됩니다. 콘크리트 대비 목재는 스트레스를 65%, 아토피를 40~50%, 천식을 10%, 염증을 50% 감소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과 캐나다,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는 목재를 활용한 건축에 한층 적극적입니다. 일본은 2021년 10월 1일부터 탈탄소사회 실현을 위해 공공건축물뿐 아니라 민간건축물에도 목재 이용을 확대 시행하기로 국가 차원에서 결정했습니다. 2010년의 ‘공공건축물 등에서의 목재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입니다. 아예 일본 농림수산성은 내부에 목재이용촉진본부를 설치했고, 10월 8일을 ‘목재 이용 촉진의 날’로 법정화했습니다. 캐나다도 2009년부터 목재우선법을 만들었습니다. 이에 입각해 정부 지원 건축물의 주요 자재는 목재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기조에서 탄생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목조건축물을 살펴보겠습니다. 2016년 완공된 캐나다 밴쿠버의 18층 규모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기숙사가 첫손에 꼽힙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2019년 건립된 호호비엔나 호텔은 무려 24층 높이를 자랑합니다. 그리고 2021년 스웨덴 셀레프테오라는 도시에서 지어진 20층짜리 사라 문화센터도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는 2016년 경기도 수원에 국립산림과학원종합연구동이 4층 규모로 완공됐습니다. 이어 2018년에는 경북 영주에 국립산림과학원 한그린 목조관이 5층 높이로 건설됐습니다. 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대전시 유성구에 한국임업진흥원 신청사를 건립 중입니다. 7층 규모로 건축비만 357억원이 투입됩니다. 신청사에는 국산 목재를 최대한 사용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국산 목재를 활용한 목조건축물 조성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일단은 공공 부문에서의 목조 건축 우수 사례 발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높이 18m 이상 또는 연면적 3000㎡ 이상인 목조 건축물을 신축하며, 국산 목재를 목재 사용량의 50% 이상 사용하는 경우에 대해 지자체나 국비로 50%를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목조 건축 실연사업’을 위한 사업비로 4년 동안 130억원을 책정했습니다.

이에 호응한 지자체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22년만 해도 강원도 춘천과 충북 괴산 등 2개소에 불과했지만 2023년 서울 노원구, 부산 사상구, 경기도 광주, 충북 충주 등 4곳이 추가됐습니다. 이어 2024년에는 대구 동구와 달서구, 경북 김천, 전북 전주, 전남 나주 등 5곳이 새로 참여했습니다.

이 밖에 목재산업단지와 목재친화도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먼저 목재산업단지는 국산재 목재산업단지를 구축해 생산성 향상과 경영 효율성 증대를 꾀합니다. 전남 화순에 목재산업단지 3년 차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이 밖에 충북 제천, 강원도 춘천에서도 3년 차 사업이 실행됐습니다.

일상생활 공간으로 스며드는 목재

국내 목재산업은 대부분 소규모 업체로 구성돼 있기에 기술개발 능력이 부족하고 시설이 노후화돼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 실정입니다. 이에 권역별로 특화된 목재산업단지를 조성해 산·학·연·관 사이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함으로써 목재산업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강원 영서, 강원 영동, 충북 제천, 전남 화순, 경상권, 제주권까지 총 6개 권역으로 나눠서 국산재 목재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재친화도시는 콘크리트 중심의 도시 건축물, 거리 및 생활 환경을 친환경 소재인 지역 목재로 전환함으로써 탄소중립 도시 실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된 개념입니다. 2022년 강원도 춘천, 대전 유성구, 경북 봉화, 전북 무주, 전남 강진 등 5개소가 참여했고 2023년 충북 청주, 충북 제천, 대전 서구, 대구 동구가 가세했습니다. 2024년에도 대구 수성구가 추가됐습니다.

목재친화도시의 주요 사업내용으로는 우선 목재특화거리 조성, 도시숲, 정원 내 목재경관 조성 등을 통해 그 지역의 역사·문화와 연계된 ‘가로경관개선’이 있습니다. 또 공공형 시민 목공체험센터 등 목재문화증진, 목재 기반 생활 SOC 조성, 목조 공공주택 지원 등 주거환경개선 그리고 목재친화도시를 위한 시설·인력·유통 등에 걸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등을 시야에 넣고 있습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409호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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