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건학’ 사업 시작, 총 1조2000억 투입하는 大 프로젝트학과, 지·산·학, 국가 경계 없애는 ‘3無 교육혁신’ 눈길 끌어
▎김종규 포스텍 대외부총장 겸 글로컬대학 사업부단장은 지난 13일 “제2 건학 사업을 통해 학생, 교원 등 대학 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역민 모두가 혁신 주체로 참여하는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사진:포스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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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Roots Global Fruits, The Glocal POSTECH’포스텍(총장 김성근)이 교육부의 1차 글로컬대학 사업 계획서에 써낸 모토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 중심 대학인 포스텍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최단 기간에 세계적 대학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학인 포스텍도 수도권 집중, 인구 절벽, 의대 열풍 등의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된 포스텍이 ‘제2 건학’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글로컬대학 중 최대 규모 예산(교육부 사업비에 지자체·법인 전입금 매칭, 총 4000억원), 대학법인의 과감한 투자(8000억원) 등 총 1조2000억원 규모를 투입하는 대(大) 프로젝트다. 과연 포스텍은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김종규 포스텍 대외부총장 겸 글로컬대학 사업부단장에게 물었다.
“최첨단 연구인프라 구축해 글로벌 연구 거점 조성”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IT 제품 박람회 세계가전박람회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의 포스텍 부스. 포스텍은 학생들이 CES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약 1000만원 상당의 패스파인더(Pathfinder) 바우처를 지급한다. / 사진:포스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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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가 ‘지역에 뿌리내려 세계로 뻗어나가 열매 맺는 글로컬대학’이다.“영문으로는 ‘Local Roots Global Fruits, The Glocal POSTECH’이다. 포스텍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캐치프레이즈라고 생각한다. 포스텍은 교육보국의 신념을 바탕으로 동해안의 아주 작은 어촌에서 시작해 세계에서 주목받는 대학으로 성장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견인함으로써 지역 번영은 물론 국가 미래산업의 근간을 만드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대학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제2 건학 사업 중 대표적인 것을 소개한다면?“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약 1000만원 상당의 패스파인더(Pathfinder) 바우처를 지급한다. 예를 들면 우리 학생들이 미국의 세계가전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 바이오기업 박람회(BIO USA) 등 글로벌 행사에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자율 연구 장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박사 과정 학생 모두에게는 1회 이상의 해외 파견 기회를 줄 예정이다. 교원과 연구자를 위해서는 최첨단 연구인프라를 구축해 글로벌 연구 거점을 조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지원은 우리 대학이 글로벌 기술 패권을 선점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세계대학평가기관인 영국 더타임스(Times Higher Education, THE)가 최근 발표한 ‘2023 소규모 세계대학평가(World’s Best Small Universities)’에서 포스텍이 미국의 칼텍(Caltech)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THE는 학생 수가 5000명 미만의 학생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는 소규모 대학을 평가해 매년 세계 랭킹을 발표한다.
글로컬대학 사업의 혁신 로드맵이 궁금하다.“학과와 지·산·학, 국가의 경계를 없애는 이른바 3무(無) 경계 교육혁신을 통해 선도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전략산업의 연구 거점을 구축하며, 초격차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기술창업의 최적지 ‘퍼시픽밸리’를 완성하는 흐름으로 연결돼 있다. 포스텍은 이러한 로드맵을 기반으로 국가와 지역 경제 활성화, 산업구조 고도화, 고용 창출 및 인재 유입, 유니콘 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지역 혁신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퍼시픽밸리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한다. 포스텍의 국내 최고 수준의 인적 자원과 첨단 연구·개발(R&D)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업, 연구기관, 창업 보육 시설이 집적된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기술창업 허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퍼시픽밸리는 언제쯤 조성될까?“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인큐베이팅, 스케일업 등 전주기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든다고 보면 된다. 포스텍 캠퍼스에는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창업 인큐베이터 ‘체인지업 그라운드’가 마련돼 있다. 현재 약 90개 이상의 인큐베이팅 기업들이 들어와 있다. 여기에 더해 포스텍은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혁신 주체들의 네트워킹 공간인 ‘스케일업 그라운드’를 2028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추가로 인재들의 지역 정주를 위한 ‘스타트업 빌리지’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환동해 글로컬 연합 아카데미’엔 지역 고교도 참여
▎김성근 포스텍 총장이 지난 7월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컬대학 선정 사립대학의 비전과 과제’ 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해 지역 특화 분야 육성에 중점을 둔 과학기술 중심 사립대학의 발전방향 및 미래상을 제시했다. / 사진:포스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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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외에도 참고하는 해외 사례가 있다면.“영국 케임브리지 사이언스파크, 프랑스 파리 13구 소재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 ‘스테이션 F’ 등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혁신 기능을 수행하는 클러스터다. 또 미국 피츠버그와 영국 맨체스터는 철강산업과 제조업에서 하이테크 첨단산업 중심도시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포항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강산업도시로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포항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첨단 신산업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이차전지, 바이오, 수소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포스텍은 혁신의 구심점으로서 글로벌 첨단 신산업도시로 거듭나는 경북과 포항의 미래를 지역과 대학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앞서 동국대 WISE캠퍼스, 선린대, 포항대, 안동대 등 지역 대학들과 ‘환동해 글로컬 연합 아카데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포항은 물론 경북 지역의 전략산업을 위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카데미에는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까지 함께한다. 현장 인력, 최고급 연구 인력, 중간 인력 교육뿐만 아니라 재직자 재교육 등 넓은 스펙트럼의 교육을 커버하기 위함이다. 현재 전문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배터리 기업인 ‘포스코퓨처엠’과는 전문 인재육성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한국수력원자력과는 재직자 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재들이 서울로 떠나지 않고 포항과 경북 지역에 정주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지난 7월 3일 대학 관계자 수십 명이 ‘글로컬대학 선정 사립대학의 비전과 과제’ 학술심포지엄을 듣기 위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 모였다. 이날 심포지엄이 대학 관계자들로부터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에 1차로 지정된 3개 사립대학(한림대·포스텍·울산대)의 총장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포스텍은 어떤 비전을 제시했나?“수도권 집중, 지방 소멸, 인구 절벽, 의대 열풍 등이 우리 사회 심각한 문제로 거론된다. 이는 대학의 존립 위기이기도 하다. 막대한 자체 재원을 보유한 미국의 사립대학을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사립대학의 위상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점차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지방 소재 사립대학은 인적·물적 자원의 고갈로 인해 경쟁력이 급속히 저하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립대학이 직면한 소멸의 위기를 재도약과 혁신성장의 기회로 전환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 과제를 도출해야 된다.”
“수도권 집중화라는 큰 파고 반드시 극복해낼 것”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 중심 대학인 포스텍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최단 기간에 세계적 대학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 세계대학평가기관인 영국 더타임스가 발표한 ‘2023 소규모 세계대학평가’에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 사진:포스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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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혁신의 필요성은 체감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있다.“나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나 하버드 같은 세계 유수 대학의 어젠다에 그 해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수요 기반의 교육 및 연구, 최첨단 혁신과 변혁적 연구, 학제간 협력 강화, 사회 수요에 부합하는 개방형 교육과정, 지역 스타트업 성장지원 및 혁신 클러스터 구축 등이다. 포스텍은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을 모두 담아냈다. 포스텍의 원대한 계획은 지역의 전략산업 고도화, 고부가가치 신산업 창출, 유망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우수 인재 유입 및 지역 정주로 이어질 것이다.”
심포지엄 현장에서는 ‘한·포·울 동맹’이 언급되기도 했다. 한·포·울 동맹이 불러올 선순환은?“포스텍뿐만 아니라 한림대, 울산대도 각 지역에서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이다. 각자의 성공프로그램, 더 나아가 교육과 연구 인프라까지 공유한다면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 인적 자원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별로 특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R&D 협력을 통해서 연구 역량의 동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크게 본다면 글로컬대학 간 협력을 통해서 혁신 모델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선순환일 것이다.”
올해 지자체, 기업 등과 계획하는 사업이 있다면?“지난 5월 포스텍이 경북, 포항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의 첨단산업 특성화대학원 지원 공모사업에 이차전지, 반도체 2개 분야가 선정됐다. 포항과 구미쪽에 이러한 2개 분야 회사가 많은데, 포스텍이 지역전략산업을 이끌 전문 인력 양성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또 6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에도 최종 선정됐다. 포항시와 함께 지역 내 바이오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바이오 분야 원천기술 개발·상용화에 필요한 연구개발 및 인프라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이차전지 연구센터 설립, 수소특화단지 유치 및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한 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민들과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포스텍은 수도권 집중화의 큰 파고를 극복하고 지역과 대학이 상생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제2 건학 사업을 통해 학생, 교원 등 대학 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역민 모두가 혁신의 주체로 참여하는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 모델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민과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다.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라고, 포스텍은 의견수렴 과정에서 지역민과 학생들의 의견을 더욱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