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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화제] 토요타·벤츠와 어깨 나란히 한 현대차·기아 

신용등급 A ‘트리플 크라운’… 글로벌 위상 ‘껑충’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S&P “시장 지위 바탕 견조한 수익성과 현금 흐름 창출 능력 갖춰”
글로벌 신인도 상승으로 재원 확보 유리… 주주 가치에도 부합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에서 모두 ‘A 등급’을 받았다. 양 사는 신용등급 상향을 계기로 미래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낸다. 이와 관련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8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글로벌 신용평가 분야에서 일본 토요타,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에서 바뀐 위상을 과시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에서 모두 ‘A 등급’을 받으면서다. 현대차·기아는 판매 대수 기준으로 세계 3위 자동차 제조 기업에 오른 데 이어 사업 전망, 재무 건전성 등 질적 측면에서도 ‘톱티어’ 자동차 메이커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8월 21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6년 만에 ‘A-’ 등급을 다시 획득했다. 이는 올해 초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이은 것으로, 양 사는 창사 이후 처음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에서 A등급을 받는 쾌거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기아가 획득한 S&P ‘A-’ 등급은 22개 등급 중 일곱째, 무디스 ‘A3’ 등급은 21개 등급 중 일곱째, 피치 ‘A-’ 등급은 23개 등급 중 일곱째에 해당한다. 모두 신용 상태가 양호해 신용 위험이 크게 낮은 수준을 의미한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3대 신용평가회사에서 모두 A등급을 받은 자동차 기업은 독일 벤츠를 비롯해 일본 기업인 토요타와 혼다, 한국의 현대차·기아 뿐이다. 독일 폭스바겐만 하더라도 연간 생산 대수가 현대차·기아보다 많지만, S&P 신용등급은 BBB+(안정적)다. 현대차·기아(A-)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다. 미국의 전통 자동차 ‘빅 3’로 불리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도 신용평가사 3곳 모두에서 B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판매 대수 기준 세계 3위에 내실도 갖춰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미국의 무디스와 S&P, 영국의 피치를 일컫는다. 이들 신용평가사는 설립된지 100년을 넘긴 업체들이다. 전 세계 기관 투자가와 금융 기관들이 투자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이들이 부여한 신용등급을 핵심 지표로 삼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하루에만 수십조원의 자금이 전 세계를 넘나든다.

이러한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상향한 것은 양 사의 우수한 중장기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브랜드 경쟁력, 글로벌 시장 지위 등 현재는 물론 미래 투자 가치와 수익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연결 기준 합산 매출 139조4599억원, 영업이익 14조905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합산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 중 최고 수준인 10.7%(현대차 9.1%, 기아 13.1%)에 달했다.

현대차·기아의 국제 신용등급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올라서고 있다. 올해 2월 무디스와 피치에서 A등급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S&P에서도 신용등급이 A-(안정적)로 상승했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비롯한 안정적 재무지표 등이 신용평가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비결로 꼽힌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10% 이상이다. 대표적 회계 지표인 EBITDA는 이자비용(Interest)과 세금(Tax), 감가상각(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등을 차감하기 전 이익(Earning)을 일컫는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기업이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 즉 현금 창출 능력이 빼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가 최근 인도에서 최대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기업 공개(IPO)를 추진하는 점도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축에 해당한다.

S&P는 “지속 향상 중인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견조한 수익성과 현금 흐름 창출 능력을 갖춘 것을 고려해 등급 상향을 결정했다”며 “제품 믹스 개선, 주요 시장 점유율 증가, 우호적 환율 등으로 지난 3년간 수익성이 향상된 것도 긍정적”이라고 현대차·기아의 ‘A-’ 등급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 동시 대응이 가능한 현대차·기아의 유연한 생산 능력도 3대 신용평가사의 마음을 움직인 실질적 근거가 됐다. EV만 생산하는 테슬라, 하이브리드 생산에 주력하는 토요타와 달리 현대차와 기아는 시장 상황에 맞춰 EV와 하이브리드차의 생산을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미국 남부 조지아 주에 건설하고 있는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EV는 물론 하이브리드차도 혼류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에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어나자 기민하게 시장 변화를 반영한 조치다.

EV·하이브리드 모두 가능한 생산 능력


▎S&P는 현대차·기아의 ‘A-’ 등급 선정 이유로 “지속 향상 중인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견조한 수익성과 현금 흐름 창출 능력을 갖춘 것을 고려했다”고 했다. 사진은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최상위 모델인 ‘G90 블랙’. / 사진:제네시스
그렇다고 EV 시장 영향력이 감소하는 추세도 아니다. 미국 자동차 관련 조사 업체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에서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0%다. 테슬라(50.8%)에 이은 전체 2위다. 포드(7.4%)와 GM(6.3%)은 각각 3, 4위에 그쳤다. 현대차는 올해 안에 유럽에서도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공개하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탈출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 상승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부합한다. 신용등급 상승은 곧 기업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돼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주가 역시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차나 기아에 투자한 소액 투자자 또한 밸류업 효과로 더 많은 수익을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 입장에서도 이번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크나큰 호재다. 조달 금리가 낮아지면서 이자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보통 이자 비용이 감소하면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더 많아지는 만큼, 신사업 투자나 배당 여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현대차·기아가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서 모두 신용등급 A등급을 획득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데 대해 해외 주요 언론들도 관련 소식을 상세히 다뤘다.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에서 높아진 현대차·기아의 위상과 경쟁력, 신용등급 상향 근거 등을 앞다퉈 전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미국 AP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 미국 금융 전문 매체 ‘벤징가(BENZINGA)’, ‘야후 파이낸스’, 싱가포르 일간지 ‘아시아원’ 인터넷, 호주 일간지 ‘캔버라 타임스’ 인터넷, 독일 경제 금융 포털 ‘피난첸(finanzen.net)’,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블로그’ 등이 관련 소식을 다뤘다.

해외 언론들은 현대차·기아가 S&P를 비롯한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서 올(all) A등급을 획득했다는 소식을 웹사이트에 게재하면서 “한국자동차 브랜드에 의미 있는 이정표(성과)이며,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에서 현대차·기아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모빌리티 산업 리더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 상향은 (주요) 시장 점유율 증가와 제품 믹스 개선, 일부 우호적 환율 등으로 2021년부터 3년간 수익성이 현저히 향상된 데 따른 것”이라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하고 있는 회사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통해 전동화 전환기의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신용등급 상향을 계기로 전동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AAM(Advanced Air Mobility: 미래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 추진에 한층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국 자동차산업과 국가 경제에 긍정적”


▎현대차·기아가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데 대해 해외 언론들도 관련 소식을 상세히 다뤘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현대차·기아 본사. / 사진:기아
현대차·기아는 미래 신사업과 관련해 ‘2024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8월 28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올해부터 2033년까지 10년 동안 총 120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 계획은 지난해 발표했던 10년간(2023~2032년) 109조4000억원 대비 10%가량 늘어났다. 자금은 차세대 하이브리드와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 EV, SDV, 수소 등 중장기 핵심 전략인 ‘현대 웨이(Hyundai Way)’를 실행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기아도 지난 4월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8년까지 총 3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5개년(2023~2027년) 투자 계획 대비 5조원이 증가한 것으로, 이 중 15조원이 전동화와 PBV, SDV, AAM,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에 집행된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 상향은 미래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 재원 확보 과정에서 신규 주주 및 투자자 유치는 물론 필요 시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AAM,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하면서 IT, 전자, 항공 등 다양한 산업계의 한차원 높은 글로벌 리딩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금융시장 내 위상 격상은 주주 및 투자자의 신뢰도 상승, 기업 위상 및 브랜드 가치 제고, 사업 추진 시 거래 조건 개선, 금융시장 조달 가능 자금 확대 및 조달 금리 하락 등으로 이어져 미래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기아의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 단순히 기업 차원의 성과에 그치는 것을 넘어 한국 자동차산업과 국가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우수한 신용등급이 거래 관계에 있는 부품, 원자재, 자동차금융 등 협력사의 대외 신인도 상승에도 기여하는 동시에 적극적 투자 집행이 국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판매 톱3 안착에 이어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서 올 A등급을 획득한 것은 현대차·기아는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위상이 상향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은 신사업으로 자율주행 차량 파운드리 사업, 로보 택시 사업의 글로벌 확대, 자율주행 서비스 모델의 다변화 등을 제시했고, 수소 사업에서도 관계사들과의 협업으로 밸류 체인 전반의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응과 투자 확대가 가능한 완성차 기업임을 재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410호 (202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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