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제주 돼지고기 파는 업체 많아 제주도산 택배 송장을 매장에 붙이기도”“사업하려면 주량 늘려야 한다는 건 편견… 비즈니스는 맨정신으로 하는 것”
▎김덕중 제주몬트락 대표가 9월 4일 오후 서울 봉은사로 사무실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돈을 쉽게 벌게 해준다는 다른 프랜차이즈 회사 홍보문구에 속지 말라. 힘든 순간은 반드시 오고 그걸 버텨내야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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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48) 제주몬트락 대표가 대학을 졸업한 2000년대 초반은 벤처 붐이 일던 시기다. 그 역시 취업보다는 웹사이트를 개설해주는 IT 회사를 창업해 한때는 클라이언트를 680여 곳까지 늘리는 성과를 기록했다. 하지만 관광지인 태국 푸껫에 호텔 예약 서비스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벌였다가 현지의 인터넷 장애 문제에 부딪혔다. “날씨가 문제였다. 동남아는 스콜(squall·강풍을 동반한 소나기)이 자주 내려서 걸핏하면 통신이 끊긴다. 이를 해결하려면 기간망 사업을 벌여야 했는데 그건 민간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사업 규모가 아니었다.” 첫 창업이 실패로 돌아가던 순간을 김 대표는 덤덤하게 회고했다.그런 그가 외식업계에 뛰어들게 된 것은 순전히 친구의 꼬드김 때문이었다. IT 사업에서 물러나 서울 강남의 공연 기획 사무실에서 일하던 그에게 친구가 찾아와, “경기 하남에 돼지고기로 대박 난 집이 있다. 가보자”고 했다.
제주 흑돼지 프랜차이즈 창업한 벤처 1세대평일 퇴근 시간에 하남은 너무 먼데?“내 생각이 딱 그랬다. 돼지고기 먹자고 20km나 되는 하남까지 운전해서 갈 일이 뭐가 있겠나. 여기 동네에도 괜찮은 데 많다면서 거절했다. 그런데 끝까지 들러붙어서 가보자고 보채는 게 아닌가?”
사실 대단한 미식가가 아니고서야 갈 이유가 없긴 하다.“몇 번 물리쳤지만 하도 부탁하길래 눈 딱 감고 하남까지 갔다. 알고 보니 거기 사장이 친구의 지인이더라. 돼지고기를 먹는데 사장이 와서 사업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IT 사업도 해보고 공연 기획으로 여러 파트너와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력도 있으니 이런저런 얘기나 들어볼 겸 해서 저를 불러낸 거였다.”
사업 조언이라면?“돼지고기 장사가 잘되니 당연히 돈을 더 벌고 싶지 않겠나. 결국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데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단 제가 아는 세무사, 변호사를 소개해주고 도움 될 얘기를 덧붙여 한번 잘해보라고 했다. 그러니까 함께 일을 해보자고 제안하는 게 아닌가. 괜찮겠다 싶어 수락했다.”
들어가 보니까 어떻던가?“솔직히 바꿀 게 한둘이 아니었다. 맛집인 줄만 알았지, 시스템은 고사하고 매장 인테리어부터 프랜차이즈화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블랙톤으로 인테리어 콘셉트부터 확실히 잡고 내부도 카페 형식으로 구축했다. 그러면서 예비 점주들의 가맹 문의 전화가 들어오면서 100여 점까지 오픈시켰다. 그 뒤에 미련 없이 나왔다. 제가 나오니 그 업장의 협력사나 점주들이 어떻게 소식을 듣고는 연락을 해왔다. 그중에서 제 이력을 잘 아는 협력사에서 같이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해왔다. 그게 첫 전문 브랜드인 모닥제주흑돼지이고, 이후 가맹사업을 위해 제주돈육 전문 브랜드인 제주몬트락이 탄생했다.”
서울 양재에서 첫 매장을 열지 않았나? 제주에서 서울로 돈육을 수급받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처음부터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매장을 열었기 때문에 돈육의 품질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 아무리 대단한 맛집이 있더라도 프랜차이즈화를 하면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돼지의 등급은 이미 정해진 상태로 출하되는 게 아닌가?“일반인은 잘 모를 수밖에 없는데 같은 1등급을 받더라도 농장마다 다른 사육 환경과 사료, 사육 방식 등 상이한 게 많아 품질의 일관성을 갖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1등급 돼지라고 해도 가공장에서 부위별로 해체되고 나면 스펙이 다 다르다. 말만 1등급이지 실제 등급은 천태만상인 셈이다.”
결국 좋은 돼지는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는 건가?“현실이 그렇다. 그래서 환경친화적이면서 돼지를 잘 키운다고 입소문이 난 농장을 일일이 찾아가서 설득했다. 그렇게 양재에서 흑돼지만을 판매하는 전문 매장을 오픈했다.”
제주도 농장주를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1년 만에 양재 매장이 지역 상권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다. 그때 제주몬트락 브랜드화를 성공시키려면 제주도산 백돼지도 함께 써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백돼지를 키우는 농장주를 찾아다녔는데 좀 난항이었다. 품질이 좋다고 입소문이 난 농장을 가보니 백종원 씨의 새마을식당, 강호동 씨의 백정 브랜드에도 납품 요청을 거절한 곳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설득했나?“우선 저희가 지역 상권을 장악한 모든 지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농장주들이 통상 기피하는 백화점 납품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백화점 갑질에다가 품질 관리 차원에서 직원도 파견해야 하는 등 농장주의 일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저희는 돼지 부위 전체를 다 쓰겠다고 했다. 삼겹살, 오겹살, 등겹살, 항정살, 전지에 후지, 껍데기, 소시지까지 전부. 이렇게 해야 농장과 가공장 입장에서 처지는 부분이 없다. 이 정도의 진정성을 보여주니 농장주도 오케이했다.”
사업의 핵심은 신뢰… 코로나 때도 인건비 안 줄여
▎제주 돼지고기 전문점 제주몬트락의 돼지고기. 제주몬트락은 2016년 제주도로부터 심사 결과 최고 점수를 획득하며 ‘제주 돼지고기 인증 1호점’으로 선정된 바 있다. / 사진:제주몬트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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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점포 수가 늘어난 건가?“강남에 본점, 수서에 직영점을 구축하고 수도권에 14개의 가맹점을 오픈했다. 수도권에서 제주 돼지를 팔다가 이제는 원류인 제주도에도 진출했다.”
사실 제주도 돼지고기라고 속이고 육지산을 쓰는 곳도 비일비재하다. 그런 곳과는 다르다는 걸 어떻게 어필했나?“초기에는 당일 택배로 돼지고기를 받았다. 그런데 택배 기사가 하는 말이 ‘진짜 제주도 걸 쓰시네’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근처에 제주 돼지를 쓰는 사업장은 전부 본인이 육지에서 돼지고기를 갖다 주는데 우리만 진짜로 제주도에서 받는다는 얘기였다. 그 얘길 듣고 택배 송장을 매장에 붙였는데 그게 신의 한 수였다. 매출이 확 올랐다. 그런 뒤에 저희가 제주도로부터 ‘제주 돼지 인증 1호점’으로 선정되면서 자연히 좋은 품질의 돼지고기를 쓴다는 게 알려졌다.”
올해 4월에 제주도 비계 삼겹살 논란이 터졌는데, 제주몬트락에 타격은 없었나?“영향이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반사이익을 봤다. 제주도 관광객들이 줄면서 현지 가공장 세 군데가 문을 닫고 돈가(豚價, 돼지고깃값)도 안 올랐다. 거기다 제주도 돼지고기를 찾는 고객들이 현지에 가지 않고 저희 매장에 오면서 영업이익이 올랐다.”
2010년대 후반 2차 브랜드로 도리토리라는 일식 꼬치구이 전문점을 냈다. 지금 꼬치구이 전문점이 인기를 끄는 걸 보면 선발 주자인 셈인데, 외식산업의 흐름을 읽는 비결이 있나?“돈가는 등락 폭이 크다. 반면 닭류는 AI(조류 인플루엔자)가 터져도 값이 일정하다. 애초에 저렴하기도 하고. 일단 여기에 주안을 두고 프랜차이즈가 용이한 외식업을 구상해봤다. 사람을 적게 쓰고 작은 공간에서 길게 일하지 않고도 낮은 매입률로 괜찮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는 게 뭘까, 꼬치구이가 답이었다. 게다가 당시까지는 국내 꼬치구이 전문점 가운데 유행을 선도할 만한 업체가 없었다. 충분히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도리토리를 열게 된 것이다.”
도리토리 서래마을점에 가보니 벚꽃 조화도 놓여 있고 현지 분위기를 살린 인테리어가 눈에 띄던데?“해외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간다. 현지 분위기나 맛, 서비스 관련 내용 등 이런 부분을 국내에서 실현하는 데 직접 경험하는 것과 유튜브 릴스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을 텐데?“코로나19 사태는 정말 악몽이었다. 지금도 기억난다. 연말에 사람들이 모인다며 지난 정부는 11월과 12월 수시로 오후 9시로 영업을 제한하고 심지어 인원도 2명으로 제한했다. 그때 매출의 70%가 증발했다. 거기다 보상 문제도 있었다. 정부는 매출 10억원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우린 매장 한 곳의 매출이 10억원을 넘겨서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를 방문해 대체 이런 정책을 벌인 이유가 뭐냐고 따졌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보통 사업에 리스크가 생기면 인건비부터 줄이는데?“저희는 모든 직원을 그대로 끌고 갔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은 신뢰에 있기 때문이다. 저희는 예비 가맹점주를 상대로 브리핑할 때도 부가세, 종합소득세, 근로소득세, 4대 보험이 얼마 나가고 매달 매출액의 5%를 적립하는 것도 지출 비용에 포함된다고 공개한다. 그런데 자기 사람 하나 못 챙기고 회사가 어려우니 나가달라? 이건 안 된다.”
대표로서의 일상은 어떤 편인가?“처음에는 아침 8시 30분쯤에 출근했는데 9시 출근하는 직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 최근에는 조금 늦게 나오게 됐다. 집에서 내린 커피를 직원들에게 돌리고 나서 사무실에 앉아 전날 매출 결산을 점검하고 오후에는 미팅에 참석하거나 회사 내외에서 발생한 이슈를 처리한다.”
저녁때는 주로 미팅을 잡나?“그렇다. 투자 유치 목적의 미팅은 거의 없다. 아무래도 회사 운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 그러면 쉬운 길도 어렵게 돌아가게 된다. 저녁 미팅은 주로 사업하는 데 필요한 인맥 관리 차원에서 진행한다.”
술이나 담배는 하나?“담배는 안 피운다. 젊은 시절에 소주는 대작할 정도로 잘 마셨다. 지금은 한 병 정도가 적당하다.”
창업은 도피처 아냐… 몸 고생, 맘고생 해야 성공
▎김덕중 제주몬트락 대표는 일식 꼬치구이 전문점 ‘도리토리’ 브랜딩에도 성공했다. 배경은 ‘도리토리’를 대표하는 문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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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들을 만나보면 오히려 주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던데?“글쎄, 술자리에서 결정되는 일 치고 정상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 번복되는 사례도 많다. 투자나 계약을 얘기해놓고 다음 날 술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핑계 대는 것이다. 그걸 가지고 뭐라 할 건가? 비즈니스는 맨정신으로 하는 것이다. 물론 서류에 도장 찍고 한잔하는 건 좋다. 하지만 계약을 이끌기 위해 주량을 높여야 된다? 이거는 전혀 맞지 않는다. 그걸 요구하는 쪽과도 비즈니스는 안 한다.”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다. 본인만의 해소법이 있나?“활동적인 걸 즐기는 편이다. 예전엔 바이크를 타는 직원을 따라 면허를 따고 동호회에 나간 적이 있다. 멀리는 속초까지 라이딩하러 다니고 했는데 예상 외로 애로사항이 많은 취미였다. 위험하기도 하지만 추워도 못 타고 비 와도 못 타는 실정이니 이제는 접고 운동을 하고 있다. 수영에 빠져서 한강 대회에 나가기도 했는데 요즘엔 주로 헬스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최근에는 취업보다는 창업을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다. 이들에게 조언한다면?“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취업 준비가 어렵거나 조직생활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창업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또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홍보문구에 현혹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쉬운 창업, 풀오토(full auto·돈만 투자하고 직원과 알바생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시스템)는 존재하지 않는다. 창업은 도피처도 아니고 누가 대신 돈을 벌어다 주는 곳도 아니다. 몸 고생, 마음고생 없이 창업으로 돈을 벌 수는 없다. 일단 창업했으면 반드시 힘든 순간이 온다. 그걸 버텨내야 돈을 번다.”-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지미연 기자 agadi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