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침묵하고 있나

5共시절 ‘水攻위협’논란 부른 문제의 금강산댐이 10월20일 완공됐다는데…

5공화국 당시 북한의 수공(水攻) 위협 논란을 촉발시키고, 대응댐인 ‘평화의 댐’ 탄생의 계기가 됐던 북한 금강산댐이 최근 2단계 공사를 끝내고 본격 가동 채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북한강 수계의 유량(流量) 감소 등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0월21일 “세계 굴지의 수력발전소인 안변청년발전소 제2단계 공사 준공식이 20일 현지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준공식에는 조명록(인민군 총정치국장)·김일철(인민무력부장)·곽범기(국가계획위원장)·신태록(전기석탄공업상)·조윤희(건설건재공업상)·최원익(강원도당 책임비서)·박재경(인민군 대장) 등 북한의 당과 군의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은 보도했다.

안변청년발전소는 북한이 지난 1987년 ‘최대 규모’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대응댐인 평화의 댐 탄생의 빌미를 제공했던 금강산발전소의 새 이름이다. ‘금강산 댐’은 이 금강산발전소 가동을 위한 댐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와 정보기관이 임의로 붙인 것이었다.
안변청년발전소는 지난 1986년 10월 착공해 96년 9월 1단계 공사를 끝낸 데 이어 96년 12월 2단계 공사에 들어가 3년10개월만에 마무리됐다. 이번 공사를 통해 기존의 안변댐 외에 임남댐·신명댐·전곡댐 등 3개의 새로운 댐을 탄생시켰다. 그동안 금강산댐이 단일댐이냐, 아니면 여러 개의 복합댐이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으나 2단계 공사를 통해 복합댐임이 명확해진 셈이다.

안변청년발전소는 서해안과 남한쪽 하류로 흐르는 강물을 지하터널을 이용해 표고(標高)차가 큰 동해안 명사십리 인근까지 이동시킨 후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해 내는 유역변경식(流域變更式) 발전소다. 따라서 유역변경식발전소는 댐과 발전소의 위치와 명칭이 서로 다르다. 평화의 댐 건설 당시 금강산댐의 예상 위치를 놓고 혼선을 빚었던 이유도 이때문이다.

유역변경식발전소는 물을 이동시킬 지하 터널을 파야 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길다. 실제로 안변발전소 1단계 공사가 10년이나 걸렸던 것은 공사 도중 북한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진 탓도 있었지만,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43km짜리 대형 터널을 뚫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안변발전소 2단계 준공과 관련, 북한 당국이 적잖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우선 눈길을 끌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0월4일 ‘최고사령관명령’을 통해 발전소 2단계 공사가 완료됐음을 선포하면서 “이 발전소는 혁명적 군인정신이 낳은 위대한 창조물이며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의 돌파구를 전력 문제로부터 풀어 나가려는 우리 당의 원대한 구상을 실현한 자력갱생의 대기념비”라고 말했다.

10월21일자 조선중앙방송도 “안변청년발전소 2단계 공사 완공은 강성대국 건설의 돌파구를 전력 문제로부터 풀어 나가려는 당의 원대한 구상을 실현한 대기념비”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이 당 창건 55돌에 즈음해 당과 조국 앞에 드린 가장 큰 노력적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강산댐 2단계 공사 완공과 관련된 핵심적인 관심은 댐의 크기다. 북한강 상류에 자리잡은 이 댐이 얼마만한 크기로 조성됐는지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하류에 있는 우리의 북한강 수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강산댐이 유역변경식이라는 점이 문제를 훨씬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하류에 미칠 영향 큰 유역변경식 댐

일반 수력발전소는 댐으로 들어오는 물을 발전용으로 사용한 후 하류로 내려보낸다. 댐이 아무리 커도 수위(水位)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댐 자체 안전을 위해서도 상류에서 내려오는 만큼의 물을 하류로 내려보내야 한다.

그러나 유역변경식 댐은 수로(水路) 자체를 변경하기 때문에 문제가 다르다. 일단 댐에서 터널을 통해 발전소로 빠져나가는 물은 하류로 내려올 수 없다. 금강산댐은 북한강 하류로 내려가는 물을 상류로 끌어올려 발전용으로 사용한 후 동해로 내보내도록 설계돼 있다.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댐의 물 전체를 터널로만 내보내고 하류로는 한방울도 내려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하류에 있는 댐은 발전(發電)과 용수공급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환경적 피해도 막대해진다.
따라서 1, 2단계 공사를 거쳐 조성된 4개의 댐이 과연 어느 정도 규모인지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사실확인은 5공화국 정부가 평화의 댐을 건설하면서 내세웠던 수공 위협의 진실성을 검증할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댐의 크기는 ‘발전용량’과 ‘저수용량’이 기준이 된다. 킬로와트(kw)로 표기되는 발전용량은 댐이 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최대 전력양을 의미한다. 톤(ton)으로 표기되는 저수용량은 댐이 자체 안전을 유지한 상태에서 가둘 수 있는 최대 수량(水量)을 뜻한다.
그렇다면 금강산댐은 어느 정도 규모의 댐일까? 가장 객관적인 자료는 북한이 공개하는 관련 수치다. 그러나 통계수치 등 경제분야와 관련된 자료는 거의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북한의 관행이다. 모 부처의 관계자는 “북한은 경제 분야 자료는 보안 차원에서 접근해 거의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이를 파악해 내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조선중앙방송도 ‘세계 굴지의 수력발전소’라고 했을 뿐, 발전소의 크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세계 굴지’라는 표현이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북한은 일제시대 때 건설된 70만kw 규모의 수풍발전소를 ‘동양 최대 규모’라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북한은 웬만한 규모면 ‘세계 굴지’ ‘세계적 규모’ 등의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면서 “그런 표현을 기준으로 댐 크기를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준공식에 군과 당의 고위인사가 대거 참석한 데 대해서는 “북한이 최근 들어 추진하는 댐 공사나 도로공사 등 대형 공사 대부분이 인민군을 동원해 진행되기 때문에 기공식이나 준공식에 군 고위인사 등이 참석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