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에서 언제나 불고 있는 바람은 사람 하나쯤은 가볍게 들어올린다. 패러글라이더에 몸을 맡기고
날아오르면 귓전을 때리는 바람소리와 “넌 누구냐”는 표정의 새들과 만나게 된다. 내려다보면 늘 제자리에 있던 산하가 뒷걸음치듯 물러난다.
윤세영 오버추어 사장.홍성원 넥스투어 사장 등은 주말이면 경기도 양평 유명산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긴다.
1986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패러글라이딩은 낙하산의 안전성과 이동 간편성에 글라이더의 비행성을 접목해 만든 항공 레포츠. 역사는 짧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꿈을 이뤄 주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패러글라이딩 교육기관인 크로스에어의 김맹룡 교관은 “스카이다이빙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위험하고 어렵다는 선입견들이 있다”며 “패러글라이딩은 쉽고 안전수칙을 지키면 위험하지도 않아 나이와 계절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레포츠”라고 말한다.
패러글라이딩은 일방적인 낙하가 아니라 기류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무동력 항공레포츠와 큰 차이가 있다. 방향을 바꿔가다 열기류를 만나면 엔진이라도 작동한 듯 수직상승한다. 한 패러글라이딩 마니아는 “운이 좋았을 때는 2,000m 상공까지 올라가 본 적도 있다”고 자랑했다.
패러글라이딩의 이륙은 점프가 아니라 달리기다. 패러글라이더를 두 손으로 붙잡고 산 아래로 40~50m만 달리면 발끝이 더 이상 땅에 닿지 않는다. 이때부터 하늘을 미끄러지듯 비행이 시작된다. 한 번 날아오르면 초보자도 1~2시간 정도는 가볍게 바람을 가르며 날 수 있다. 고수들은 경기 유명산에서 강원 홍천으로, 멀리는 동해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은 “여럿이 함께 비행하며 무전기로 수다를 떠는 그룹비행도 패러글라이딩의 별미”라고 소개한다.
국내 패러글라이딩 인구는 2만 명으로 추산된다. 400만~50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장비가 10만 세트 이상 팔렸지만 꾸준히 활동하는 인구는 1만 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는 장비를 임대해 비행을 즐기는 동호인들이다.
패러글라이딩은 동호회도 꽤 많다. 크고 작은 수백 개의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재계와 관계, 법조계 등 다양한 멤버로 구성된 파랑새클럽은 동호회 멤버들 대다수가 전문가 부럽지 않은 비행실력을 자랑한다.
파랑새클럽은 지난 97년 서울대 문리대 졸업생들의 산악회 내 소모임으로 출발했다. 그 후 회원들이 지인들을 소개하면서 서울대 졸업생 모임과는 성격이 달라졌다. 현재 회원 수는 25명으로 이들은 대부분 서울대 문리대와는 관계없는 인사들이다. 자연스럽게 동호회도 산악회와 분리돼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이 가입한 클럽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파랑새클럽 회장은 김학중(57) 아큐텍반도체기술(전 아남전자) 상무가 맡고 있다. 회원 가운데 최고 베테랑에 속한다. 클럽 멤버는 기업인이 14명으로 가장 많다.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의선 현대기아자동차 부사장, 장흥순 터보테크 사장, 윤재승 대웅제약 사장, 윤세웅 오버추어 사장, 홍성원 넥스투어 사장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 정은성 전 청와대 비서관, 이동훈 공정거래위원회 부이사관 등 고위 공무원과 교수, 의사, 법조인들도 가입해 있다. 신규 회원가입은 기존 회원들의 소개로 이뤄지며 회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된다.
정기 모임은 1주일에 한 번씩 갖는다. 이들이 자주 찾는 장소는 경기도 용인의 정광산과 양평의 유명산. “서울에서 가깝고 적당한 바람이 부는 패러글라이딩의 명소”라고 회원들은 말한다. 이 밖에도 충북 단양과 경북 문경도 파랑새클럽이 가끔 찾는 곳이다. 해외 투어에는 회원들의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개별적으로 참가한다. 호주나 뉴질랜드 등이 회원들이 선호하는 패러글라이딩 코스다.
홍성원 사장은 “회원들이 각종 대회에 참가해 상위권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자랑했다. 김맹룡 교관은 “파랑새클럽은 항상 새로운 기록에 도전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