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IT 신화의 비밀
공대·영어·정책 ‘3박자’ |
포브스가 선정한 인도의 40대 부자 중 15위에 오른 나라야나 무르티 회장. 그에게는 공부를 제법 잘하는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은 인도공과(IIT)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려 했다. 그러나 성적이 안 돼 차선으로 미국 아이비리그 가운데 한 곳인 코넬대학에 들어갔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공동창업한 비노드 코슬라는 한 술 더 뜬다. “IIT를 마치고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들었는데 너무 싱거웠다”고 회고한다. 1970년대 초 얘기다. IIT는 “교수나 학생이나 우리가 MIT보다 수준이 높을 것”이라고 큰소리 친다. 허언이 아닌 것이, 실제로 인텔·시스코시스템스·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이름있는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IIT와 함께 연구·개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최신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MS의 라지브 카울 인도법인장은 “IIT 학생들은 당장 현장에 투입해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정예 인력들”이라고 평가했다. IIT 졸업생뿐이 아니다. 인도의 엔지니어들은 전세계 IT 기업에서 환영받고 있다. ‘0’을 발명한 수학의 나라답게 인도인들은 수학 교육에 열성이다. 취학 전 아이들에게 구구단 대신 ‘19단’을 외우게 한다. 이 덕분에 인도의 엔지니어들은 소프트웨어 설계 등에 필요한 수리적인 기초가 탄탄하다. 또 영어를 잘하는 데다 인건비도 저렴하다. IT 업계에서 3~5년 일한 미국인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이 7만5,000달러 수준인 데 비해 같은 경력의 인도인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약 2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 책은 인도의 IT 신화를 현장에서 보고 들은 기록이다. 인도 정부는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맘껏 역량을 발휘하도록 멍석을 깔았다. 남부 도시 방갈로르에 투자하는 기업에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줬다. 컴퓨터 등 사업에 필수적인 장비 구입에도 5년 동안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이제 방갈로르에는 시스코시스템스·IBM·인포시스·위프로 등 1,000여 개의 IT 회사들이 몰려 있다. 방갈로르의 성공은 뭄바이와 뉴델리 등으로 퍼져 나갔다. 저자들은 인도의 40대 부자 중 2위에 오른 아짐 프렘지 회장과 22위인 S. 고팔라크리슈난 등을 인터뷰했다. 고팔라크리슈난은 무르티 회장 등과 함께 소프트웨어 회사인 인포시스를 창업했고, 현재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프렘지 회장은 2000년에 소프트웨어 회사인 위프로를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한때 빌 게이츠 다음가는 부를 거머쥔 인물. 자산이 100억 달러에 이르지만 아직도 96년에 나온 포드의 소형 승용차 에스코트를 타고 있다. 그는 하루를 새벽 4시30분에 시작한다. 오전에만 7시간 일한다. 오후엔 또다시 7시간 일에 파묻혀 보낸다. ‘핵탄두를 만들어 소 달구지에 끌고 가는 나라.’첨단과 낙후가 공존하는 인도의 현실을 빗댄 말이다. 저자들은 “인도는 천 개의 얼굴을 가진 나라”라면서 다른 측면들을 전한다. 이들은 이어 “암담하고 우울한 현실도 곳곳에서 목격했다”며 “절대빈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종족들 사이의 합의를 어떻게 도모해나갈지 등은 인도사회 전체의 숙제”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이들은 인도의 미래를 낙관한다. “인도 사회 전반에 걸쳐 느낄 수 있는 활기, 특히 교육에 대한 강한 열의 같은 것 때문이 아닌가 한다. - 백우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