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40대 부자

India'S 40 Richest

포브스는 이번 호에 ‘인도의 40대 부자’를 처음으로 소개한다. 인도는 경제 자유화와 외국인 투자를 수용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밝은 별로 떠오르고 있다. 2003년 국내총생산(GDP)은 전년에 비해 8% 성장했다. 뭄바이 증시의 시가총액도 3,460억 달러가 됐다. 규모가 2000년보다 두 배 이상으로 커진 셈이다.
40대 부자 가운데 19명은 맨주먹으로 시작해 축재한 인물들이다. 40대 부자 가운데 11명이 정보기술(IT) 부문에서 큰 돈을 만졌고, 그 가운데 6명은 소프트웨어 업체인 인포시스 테크놀로지스(Infosys Technologies)의 공동 창업자다. 제약업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은 9명이다. 키란 마줌다르 쇼(Kiran Mazumdar-Shaw)는 여성으론 유일하게 리스트에 올랐다. 40대 부자 가운데 40%가 뭄바이에 살고 있다.

40대 부자의 커트라인은 순재산 3억500만 달러였다. 상장 기업 소유주의 순재산은 현재 주가와 환율로 산정했다. 비상장 기업 소유주의 경우 기업공개(IPO)를 할 때 예상되는 가치에 따라 계산했다. 외국에서 사업을 해도 인도인이라면 리스트에 올렸다. 인도의 부자들은 통상 투자회사나 신탁회사에 맡기거나, 아니면 일가 이름으로 자산을 보유해 왔다. 이 때문에 개인 재산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다. 리스트에 오른 부자의 순재산은 일가 재산을 의미한다. 포브스는 서류로 입증할 수 있는 재산만 포함시켰다.

1 라크슈미 미탈
112억 달러/ 런던
54세, 기혼, 자녀 2명

철강업계 거물로 그의 이스파트 인터내셔널(Ispat International)과 LNM 홀딩스(LNM Holdings)가 미국 업체 인터내셔널 스틸(International Steel)까지 인수할 경우 세계 최대 철강업체를 거느리게 된다. 합병으로 탄생할 매출 300억 달러 규모의 미탈 스틸(Mittal Steel) 지분 중 88%가 그의 소유다.

2 아짐 프렘지
100억 달러/ 방갈로르
59세, 기혼, 자녀 2명

매출 13억 달러의 IT 업체 위프로(Wipro) 지분 중 84% 보유. 위프로는 인도 제2의 IT 업체로 아웃소싱 물결을 한창 타고 있다. 8년 동안 타고 다니던 포드 에스코트(Escort)를 최근 도요타 코롤라(Corolla)로 교체.

3 무케슈 암바니·아닐 암바니
64억 달러/ 뭄바이

릴라이언스(Reliance)그룹의 창업주이자 부친인 디루바이 암바니(Dhiru-bhai Ambani)가 타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형제간 알력이 심하다. 형 무케슈가 그룹 경영(매출 220억 달러)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형제간 다툼 소식이 불거지면서 릴라이언스 주가는 폭락했다.

4 쿠마르 망갈람 비를라
35억 달러/ 뭄바이
37세, 기혼, 자녀 3명

매출 60억 달러의 복합 기업을 지휘하는 4대 경영인. 말레이시아에서 야자유 사업부를 경영하는 등 9개국에 진출해 있다. 인도 최대 시멘트 제조업체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5 팔론지 미스트리
29억 달러/ 뭄바이
75세, 기혼, 자녀 4명

복합 기업 타타(Tata)의 지주회사인 타타 선스(Tata Sons) 지분 18.4%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건설업계의 거물이다. 새로 상장된 타타 컨설턴시 서비시스(Tata Consultancy Services)의 시장가치는 13억 달러에 달한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

6 수닐 미탈
26억 달러/ 델리, 47세, 기혼, 자녀 3명

그가 소유한 인도 최대의 유럽형 이동통신(GSM) 휴대전화 서비스업체인 바르티(Bharti)는 두터워진 인도 중산층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 로스차일드(Rothchild) 일가와 손잡고 청과물 수출업에 새로 뛰어들었다.

7 시브 나다르
23억 달러/ 델리, 59세, 기혼, 자녀 1명

자신의 집에 있는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해 매출 12억 달러의 이름있는 IT 업체인 HCL 그룹(HCL Group)을 만들었다. 현재 회장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델리를 오가며 출퇴근한다.

8 아디 고드레지
19억 달러/ 뭄바이
62세, 기혼, 자녀 3명

비누·머리 염색약·사무용 가구·모기약 등을 생산하는 매출 10억 달러의 고드레지 그룹(Godrej Group)의 총수. 3대 경영인인 그는 뭄바이의 부동산 갑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 덕에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9 말빈데르 모한 싱·시빈데르 모한 싱
15억 달러/ 델리

부친 파르빈데르 싱(Parvinder Singh)이 5년 전 타계한 뒤 이들 형제가 인도 굴지의 제약업체인 란박시 래버러터리스(Ranbaxy Laboratories)의 지분 33.5%를 물려받았다. 형 말빈데르가 최근 이사로 임명됐고 시빈데르는 자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9 딜립 샹비
15억 달러/ 뭄바이
49세, 기혼, 자녀 2명

1983년 아버지에게서 빌린 돈으로 정신질환 치료제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선 파머수티컬스(Sun Pharmaceuticals)는 미국의 일반 의약품 제조업체인 카라코 파머수티컬 랩스(Caraco Pharmaceutical Labs)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11 아닐 아가르왈
12억 달러/ 런던·뭄바
51세, 기혼, 자녀 2명

소규모 고철 수집업체를 금속겚ㅋ袁胎셈?베단타 리소시스(Vedanta Resources)로 탈바꿈시켰다. 구리겲틸촿알루미늄을 생산하는 베단타를 2003년 런던 증시에 상장시켜 8억2,500만 달러를 끌어모았다.

12 샤시 루이아·라비 루이아
11억 달러/ 뭄바이

이들 형제는 얼마 되지 않는 유산을 기반으로 자산 44억 달러의 에사르 그룹(Essar Group)을 일궈냈다. 철강·해운 · 전력·건설·통신 부문에 진출한 에사르는 부채가 많아 한때 고전했지만 지금은 경영이 개선되고 있다.

13 옴 프라카슈 진달
10억 달러/ 델리
74세, 기혼, 자녀 9명

철강 파이프 거래로 시작한 매출 30억 달러의 진달 그룹(Jindal Group) 창업자. 철강·전력 부문에 진출한 복합 기업을 네 아들에게 분할했다. 아들들은 각자 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14 라훌 바자지
8억5,000만 달러/ 푸네
66세, 기혼, 자녀 3명

매출 11억 달러의 바자지 오토(Bajaj Auto)를 65년부터 경영하고 있다. 바자지 오토는 마하트마 간디의 막역한 친구였던 조부가 설립한 바자지 그룹(Bajaj Group)의 주력 기업이다. 동생 시시르 바자지(Shishir Bajaj)와 갈등을 겪으면서 자산 분할 위기에 처해 있다.

15 NR 나라야나 무르티
8억2,500만 달러/ 방갈로르
58세, 기혼, 자녀 2명

시골 학교 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동업자 6명과 함께 인포시스 테크놀로지스를 설립. 매출 10억 달러의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인 인포시스는 아웃소싱 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무르티가 현재 인포시스의 회장이다.

16 수바슈 찬드라
7억6,000만 달러/ 뭄바이
54세, 기혼, 자녀 3명

미곡상 출신으로 92년 지 TV(Zee TV)를 출범시켰다. 현재 시청자 2억5,0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전성기엔 지 TV의 가치가 30억 달러에 이르렀다. 아직 전성기 때보다 떨어진 주가가 회복되지 않았다. 지금은 전문 경영인 대신 다른 친척들이 지 TV를 이끌고 있다. 포장업과 놀이공원에도 투자.

16 유수프 하미에드
7억6,000만 달러/ 뭄바이, 68세, 기혼

35년 아버지가 설립한 인도의 대표적인 일반 의약품 제조업체 시플라(Cipla)를 이끌고 있다. 동생 무쿠 하미에드(Muku Hamied)와 함께 시플라 지분 41% 보유. 에이즈 치료제 복제품을 헐값에 팔아 ‘의약품 해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무료 암 병원도 경영하고 있다.

16 브리지모한 랄 문잘
7억6,000만 달러/ 델리
81세, 기혼, 자녀 4명

자전거 부품 제조업체로 시작. 그가 소유한 매출 20억 달러의 히어로 그룹(Hero Group)은 세계 최대 자전거 제조업체다. 혼다(本田)와 손잡고 오토바이도 생산한다.

19 하빌 코라키왈라
6억3,000만 달러/ 뭄바이
62세, 기혼, 자녀 3명

66년부터 일가 소유 소매그룹의 제약부문인 워카르트(Wockhardt)를 경영해왔다. 저렴한 일반 의약품의 해외판매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미국 증시에도 상장할 계획이다. 전문병원 체인도 보유하고 있다.

20 비베크 부르만
6억 달러/ 델리, 64세, 기혼, 자녀 2명

120년 전통을 자랑하는 다부르(Dabur)의 회장. 다부르는 머릿기름에서부터 과일 주스, 암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인도 전통 의학 제품으로 유명하다. 다부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약초를 조제해준 부르만의 증조부가 설립했다.

21 난단 닐레카니
5억7,000만 달러/ 방갈로르
49세, 기혼, 자녀 2명

인포시스 공동 창업자 겸 CEO. 인포시스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다.

22 S. 고팔라크리슈난
5억5,500만 달러/ 방갈로르
50세, 기혼, 자녀 1명

인포시스 공동 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지난해 미국에서 출범한 인포시스 컨설팅(Infosys Consulting)의 회장이기도 하다.

23 N. 라가반
5억5,000만 달러/ 방갈로르
59세, 기혼, 자녀 2명

인포시스 공동 창업자.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 한 기업연구센터의 소장으로 정신질환자를 위한 비영리 단체도 설립했다.

24 나렌드라 파트니
5억3,000만 달러/ 보스턴겧낱牡?62세, 기혼, 자녀 2명

MIT대를 졸업하고 78년 두 형제와 함께 파트니 컴퓨터 시스템스(Patni Computer Systems)를 설립. 2003년 IPO를 하고,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심벌 코프(Cymbal Corp.)도 인수했다. 파트니를 경영하며 적포도주와 BMW에 심취해 있다.

24 아자이 피라말
5억3,000만 달러/ 뭄바이
49세, 기혼, 자녀 2명

28세에 쇠락하던 섬유제국을 물려받았다. 인도에서 철수하는 외국 제약업체의 현지 사업부를 인수해 제약업에 진출한 뒤 주력 기업인 니컬러스 피라말(Nicholas Piramal)을 설립했다. 뭄바이 최초의 쇼핑몰도 개점했다.

26 비자이 말리아
5억1,000만 달러/ 방갈로르
49세, 기혼, 자녀 3명

주류업계 거물로 인도 최대 주류 판매업체인 UB 그룹(UB Group)을 경영. UB의 인기 있는 맥주 이름을 딴 킹피셔항공(Kingfisher Airline)도 설립했다. 경주마, 골동품 자동차, 전용 제트기·요트를 소유.

26 판카지 파텔
5억1,000만 달러/ 아메다바드
53세, 기혼, 자녀 2명

일반 의약품 제조업체인 지두스 카딜라(Zydus Cadila)를 경영. 지두스는 52년 전 부친이 한 동업자와 공동 설립한 회사다. 두 일가는 95년 결별했다. 그 뒤 기업인수를 통해 계속 성장해오고 있다.

28 바바 칼리아니
5억 달러/ 푸네, 55세, 기혼, 자녀 1명

매출 9억 달러의 그룹 칼리아니(Kal-yani)를 지휘하고 있는 2대 경영인. 칼리아니 산하 바라트 포지(Bharat Forge)는 아시아 최대의 단조(鍛造)업체다. 독일 기업 보슈(Bosch) 등과 손잡고 자동차 부품 및 특수강을 제조한다.

29 B. 라말링가 라주
4억9,500만 달러/ 하이데라바드
49세, 기혼, 자녀 2명

87년 일가가 경영하는 건설업체에서 떨어져 나와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사티암 컴퓨터(Satyam Computer)를 설립. 뉴욕 증시에 상장된 사티암은 현재 인도에서 이름난 IT 업체 가운데 하나다.

30 키란 마줌다르 쇼
4억5,500만 달러/ 방갈로르
51세, 기혼

78년 바이오콘(Biocon)을 공동 설립한 인도 생명공학업계의 개척자. 지난해 3월 IPO를 해 인도 최고의 여성 갑부가 됐다. 남편 존 쇼(John Shaw)는 2억7,500만 달러 상당의 바이오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31 카르산바이 파텔
4억3,500만 달러/ 아메다바드
60세, 기혼, 자녀 3명

한때 고전했던 화학자. 69년 집 뒷마당에서 세제를 만들어 사업을 시작. 현재 그가 소유하고 있는 니르마(Nirma)는 인도 최고의 브랜드로 유니레버(Unilever)·프록터 앤 갬블(P&G)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경영은 두 아들이 맡고 있다.

32 K. 디네슈
4억1,000만 달러/ 방갈로르
50세, 기혼, 자녀 2명

인포시스 공동 창업자로 과거 미국에서 프로젝트를 관리했다. 지금은 인사관리겵ㅊ?시스템 등 일부 부서를 책임지고 있다.

33 우다이 코타크
3억8,000만 달러/ 뭄바이
45세, 기혼, 자녀 2명

85년 금융업체를 설립. 인도 굴지의 투자은행 이름을 최근 코타크 마힌드라 뱅크(Kotak Mahindra Bank)로 개명하고 상업금융 부문에도 진출했다. 골드먼삭스·포드 크레디트(Ford Credit)와 합작업체를 설립했다. 인도의 현악기인 시타르 연주가 취미다.

34 S. 시불랄
3억7,000만 달러/ 보스턴
49세, 기혼, 자녀 2명

인포시스 공동 창업자. 해외 납품을 담당하고 있다. 부인과 함께 불우 아동 돕기 자선사업을 시작했다.

35 K. 안지 레디
3억5,000만 달러/ 하이데라바드
63세, 기혼, 자녀 2명

농민의 아들로 84년 닥터 레디스 래버러터리스(Dr. Reddy’s Laboratories)를 설립. 닥터 레디스는 현재 인도 제2의 일반 의약품 제조업체다. 아들·사위와 공동 경영.

35 나로탐 세크사리아
3억5,000만 달러/ 뭄바이
55세, 기혼, 자녀 2명

면직물 거래상 출신으로 86년 수레슈 네오티아(Suresh Neotia)와 함께 인도의 대표적인 시멘트 생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구자라트 암부자 시멘트(Gujarat Ambuja Cements)를 설립했다.

37 자이프라카슈 가우르
3억4,000만 달러/ 델리
73세, 기혼, 자녀 5명

72년 공직에서 물러나 건설업을 시작. 현재 그가 소유한 매출 6억5,000만 달러의 자이피 그룹(Jaypee Group)은 다리·고속도로·댐, 심지어 골프장도 건설한다. 호텔·시멘트·교육·IT 부문에도 진출.

38 시암 바르티아·하리 바르티아
3억1,500만 달러/ 델리

바르티아 형제는 가족 경영의 생필품 사업체를 특수 화학, 제약, 생물정보, 석유·가스, 도미노 피자 프랜차이즈까지 진출한 복합 그룹으로 탈바꿈시켰다. 시암 바르티아는 한 출판업체의 상속녀와 결혼.

38 케슈브 마힌드라
3억1,500만 달러/ 뭄바이
81세, 기혼, 자녀 3명

부친과 삼촌이 설립한 마힌드라 그룹(Mahindra Group)의 회장.
그룹 산하 마힌드라 앤 마힌드라(Mahindra & Mahindra)는 인도 최대의 트랙터 제조업체다. 호텔·통신·?부동산·소프트웨어 금융서비스에도 진출했다. 현재 조카 아난드 마힌드라(Anand Mahindra)가 경영을 맡고 있다.

40 데슈 반두 굽타
3억500만 달러/ 뭄바이
67세, 기혼, 자녀 5명

전직 화학교사. 68년 부인에게서 빌린 120달러로 소규모 비타민 제조업체 루핀(Lupin)을 사들였다. 루핀은 현재 인도 굴지의 제약업체로 세계적인 결핵 치료제 제조업체이기도 하다.

인도 IT 신화의 비밀
공대·영어·정책 ‘3박자’

포브스가 선정한 인도의 40대 부자 중 15위에 오른 나라야나 무르티 회장. 그에게는 공부를 제법 잘하는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은 인도공과(IIT)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려 했다. 그러나 성적이 안 돼 차선으로 미국 아이비리그 가운데 한 곳인 코넬대학에 들어갔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공동창업한 비노드 코슬라는 한 술 더 뜬다. “IIT를 마치고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들었는데 너무 싱거웠다”고 회고한다. 1970년대 초 얘기다.

IIT는 “교수나 학생이나 우리가 MIT보다 수준이 높을 것”이라고 큰소리 친다. 허언이 아닌 것이, 실제로 인텔·시스코시스템스·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이름있는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IIT와 함께 연구·개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최신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MS의 라지브 카울 인도법인장은 “IIT 학생들은 당장 현장에 투입해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정예 인력들”이라고 평가했다.

IIT 졸업생뿐이 아니다. 인도의 엔지니어들은 전세계 IT 기업에서 환영받고 있다. ‘0’을 발명한 수학의 나라답게 인도인들은 수학 교육에 열성이다. 취학 전 아이들에게 구구단 대신 ‘19단’을 외우게 한다. 이 덕분에 인도의 엔지니어들은 소프트웨어 설계 등에 필요한 수리적인 기초가 탄탄하다. 또 영어를 잘하는 데다 인건비도 저렴하다. IT 업계에서 3~5년 일한 미국인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이 7만5,000달러 수준인 데 비해 같은 경력의 인도인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약 2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 책은 인도의 IT 신화를 현장에서 보고 들은 기록이다. 인도 정부는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맘껏 역량을 발휘하도록 멍석을 깔았다. 남부 도시 방갈로르에 투자하는 기업에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줬다. 컴퓨터 등 사업에 필수적인 장비 구입에도 5년 동안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이제 방갈로르에는 시스코시스템스·IBM·인포시스·위프로 등 1,000여 개의 IT 회사들이 몰려 있다. 방갈로르의 성공은 뭄바이와 뉴델리 등으로 퍼져 나갔다.

저자들은 인도의 40대 부자 중 2위에 오른 아짐 프렘지 회장과 22위인 S. 고팔라크리슈난 등을 인터뷰했다. 고팔라크리슈난은 무르티 회장 등과 함께 소프트웨어 회사인 인포시스를 창업했고, 현재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프렘지 회장은 2000년에 소프트웨어 회사인 위프로를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한때 빌 게이츠 다음가는 부를 거머쥔 인물. 자산이 100억 달러에 이르지만 아직도 96년에 나온 포드의 소형 승용차 에스코트를 타고 있다. 그는 하루를 새벽 4시30분에 시작한다. 오전에만 7시간 일한다. 오후엔 또다시 7시간 일에 파묻혀 보낸다.

‘핵탄두를 만들어 소 달구지에 끌고 가는 나라.’첨단과 낙후가 공존하는 인도의 현실을 빗댄 말이다. 저자들은 “인도는 천 개의 얼굴을 가진 나라”라면서 다른 측면들을 전한다. 이들은 이어 “암담하고 우울한 현실도 곳곳에서 목격했다”며 “절대빈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종족들 사이의 합의를 어떻게 도모해나갈지 등은 인도사회 전체의 숙제”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이들은 인도의 미래를 낙관한다. “인도 사회 전반에 걸쳐 느낄 수 있는 활기, 특히 교육에 대한 강한 열의 같은 것 때문이 아닌가 한다.

- 백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