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미스터리|정복의 역사 현장 그리스] 백색 대리석 사이 흐르는 신화의 속삭임

색과 형상의 변화 예술 극치감… 고린도 교회도 볼거리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서는 조금 높은 곳에 가면 어디에서든 아크로폴리스를 볼 수 있다. 아크로폴리스는 156m 높이의 야트막한 산에 세워진 그리스의 찬란한 문화유적으로, 안에는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고대 그리스의 귀중한 유적이 즐비하다. 파르테논 신전의 새하얀 대리석 기둥이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그 옛날의 영화를 속삭이는 것만 같다. 위대한 전도사 사도 바울은 고린도를 그리스의 남부 선교의 거점으로 삼았는데, 지금도 이곳에는 많은 유적이 있다.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 안을 걷다 보면 그리스의 전성기 시절이 얼마나 화려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크로폴리스에 장려한 신전을 세운 사람은 페리클레스다. 그는 기원전 461년부터 429년 사이 고대 그리스를 통치했던 왕인데, 학자들은 그가 다스렸던 시절을 황금기라고 부른다. 승리의 여신인 니케를 모시는 아테나 니케 신전, 6명의 여인이 신전 지붕을 받치는 모습인 에렉테이온 신전, 그리고 그리스의 국보 제1호라고 할 만한 파르테논 신전 등이 페리클레스 집권 시절 세워진 것이다. ‘도시’라는 뜻을 가진 ‘폴리스(Polis)’와 ‘높은 언덕’이라는 ‘아크로(Acro)’의 합성어인 ‘아크로폴리스(Acropolis)’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전이 있는 신성한 장소였으나, 그 역사는 파란만장한 사연을 갖고 있다. 먼저 기원전 480년에는 그리스가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하는 바람에 참혹하게 파괴되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같은 해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가 승리하자 자축하는 의미로 아크로폴리스는 재건되기 시작했다. 이후 파르테논 신전은 비잔틴제국 시대에 기독교 성당으로 바뀌었고, 오스만터키제국 점령 시절에는 이슬람교 사원이 되었다. 에렉테이온 신전은 오스만터키 총독의 하렘이 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파르테논 신전은 1687년 오스만터키 군대와 대치하던 베네치아 군이 쏜 대포알이 신전 내부에 있던 화약고를 명중시켜 기둥이 무너지고 지붕이 내려앉는 큰 손상을 입기도 했다. 이민족에 정복되어 갖은 수모를 당한 그리스 사람들처럼 그들이 아끼던 문화재도 이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 간 것이다.
아테나 여신 모시는 파르테논 신전 파르테논 신전은 기원전 438년에 완성한 곳으로,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을 모시던 곳이다. 신화에 따르면 전쟁의 여신 아테나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아테네 시민들에게 서로 자기를 섬기도록 요청하면서 그 대가로 아테나는 올리브유를, 포세이돈은 마르지 않는 샘을 각각 제시했다. 아테네 사람들은 아테나를 선택했고, 아테네라는 도시 이름도 여기서 비롯됐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아테네에는 물이 부족하고 올리브 나무는 많다. 파르테논 신전은 ‘처녀의 신전’이라는 뜻인데, 이 처녀의 신이 바로 아테나를 가리킨다고 한다. 가로 31m, 세로 70m로 직사각형의 평면 위에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은 당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조각가 피디아스를 비롯해 수많은 건축가가 참여해 만든 세계 건축예술의 걸작품이다. 완공하는 데 15년이 걸렸으며 지금도 남아 있는 대리석 기둥 25개가 과거의 영광을 말해 준다. 기둥 높이는 10m 정도인데, 길이가 짧은 쪽이 8개, 긴 쪽이 17개다. 모두 도리스 양식으로 세워졌다. 도리스식 기둥의 특징은 멀리서 보면 수직 기둥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기둥 중간이 굵고 위쪽은 가는 형태다. 우리나라의 부석사 무량수전이나 무위사 극락전에서 볼 수 있는 ‘배흘림기둥’과 같은 모습이다. 이런 양식을 그리스에서는 도리스식 기둥으로 부른다. 특징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간격이 같지 않고, 한쪽 끝에 있는 기둥은 다른 기둥들보다 굵다는 점. 신전 정면 지붕에는 아테나 여신이 제우스의 머리에서 튀어나오는 장면이 조각돼 있는데, 아테나 여신의 탄생 신화를 묘사한 것이다. 파르테논 신전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신기한 것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대리석 색깔이 바뀐다는 것이다. 오전에는 붉은색을 띠지만 오후에는 오렌지색, 저녁 무렵에는 푸르스름한 자주색을 띤다. 밤에는 조명을 받아 하얀색으로 빛난다. 높다란 대리석 기둥들을 보노라면 이 무거운 것을 뚜렷한 연장도 없는 아득한 옛날 어떻게 끌고 올라왔는지 놀라울 뿐이다.
에렉테이온 신전의 특이한 여인상 기둥 에렉테이온 신전은 파르테논 신전과 마주보는 위치에 있다. 이오니아식 신전의 걸작으로, 인상적인 것은 6개의 여인상으로 된 기둥이다. 기원전 408년에 세워진 에렉테이온 신전은 포세이돈과 에렉테우스·헤파이스토스 같은 여러 신을 모신 장소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전 하나에 여러 신을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은 파르테논 신전 건너편에 있다. 그리스 고대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9개의 전시실로 나누어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조각품이 많다. 박물관에는 선사시대부터 시작해 그리스 최고 전성기의 유물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파르테논 신전이 세워질 무렵의 유적도 많아 흥미롭다. 아폴론이나 포세이돈처럼 유명한 신들의 조각상과 각기 모습이 다른 여신상들이 눈길을 끈다. 이밖에 아크로폴리스에는 수렵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제사 지냈던 신전,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모신 신전, 원형극장,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등이 있다. 디오니소스 원형극장은 원래 아이스킬로스 같은 극작가들이 나무로 만든 것이었으나 이것이 파괴되자 기원전 4세기께 대리석으로 다시 만들었다. 과거 이곳에서는 극작가들이 직접 출연해 비극 등을 주로 공연했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디오니소스 원형극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테네에서 자동차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을 달려 고린도에 도착했다. 고린도는 사도 바울이 기독교를 전도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리스 본토와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잇는 교통의 요지로, 기원전 6세기께 전략 요충지로 크게 번영했다. 그러나 기원전 146년 로마 군대의 침입으로 파괴되었고, 당시의 유적은 아크로코린트 산 기슭에 남아 있다. 고린도의 명물은 바다를 가로질러 만든 운하로, 차에서 내려 바라보니 운하가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고, 그 사이를 통과하는 배들이 장난감같이 느껴진다. 고린도 운하를 지나면 곧바로 펠로폰네소스 반도다. 그 옛날 아테네를 거쳐 고린도에 도착한 바울은 1년 반 동안 체류하면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고, 교회의 기초를 다졌다. 우리 귀에 익숙한 <사랑의 찬가>의 가사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는 사도 바울이 고린도에 있는 초대 교회에 보낸 편지의 일부다. 고린도 교회는 사도 바울이 깊은 애정을 갖고 아끼고 사랑하던 교회였다.
바울의 열정이 서린 고린도 사도 바울은 고린도를 그리스 남부 아가야 지역 선교 거점으로 삼았다. 당시 고린도는 그리스 남부지역에서 최대 도시였고, 아테네에 버금가는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였다. 고린도는 사도 바울에게 잊을 수 없는 곳으로, 신앙의 동지인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를 이곳에서 만났다. 이들은 헌신적으로 바울의 전도 활동을 도왔는데, 남편 아굴라는 바울처럼 천막을 수리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 두 사람은 천막에서 같이 자면서 전도활동을 했다. 고린도에서 바울의 전도 활동은 쉽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저항과 반대에 부닥쳤으며, 특히 유대인들의 방해가 극심했다. 마침내 바울은 유대인에게 잡혀 로마 총독 앞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당시 고린도 주재 로마 총독은 갈리오였다. 갈리오는 로마의 명문 출신으로, 아버지는 유명한 웅변가 세네카였고, 동생은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던 철학가 세네카(아버지와 같은 이름)였다. 오늘날 고린도에는 바울이 재판받던 곳과 감옥이 남아 있어 기독교인들의 감동을 자아낸다.
그리스-터키 여행 안내 <월간중앙>과 참좋은여행은 ‘성서와 이슬람이 공존하는 땅, 그리스-터키’로 떠나는 역사탐방을 실시합니다. 출발은 10월 중순 출발 예정이며, 참가경비는 239만 원, 전문해설자가 동행하는 고급여행입니다. 참가자에게는 월간중앙 1년 정기구독권을 드리며 전화문의는 참좋은여행(02-2188-4090) 터키 역사탐방 담당 또는 월간중앙(02-2000-5251) 역사탐험 담당자에게 연락해 주십시오. 일정표 등 자세한 여행안내는 참좋은여행 홈페이지(www.verygoodtour.com), 월간중앙 홈페이지(http:// monthly.joins.com)를 참조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