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뷔통에 미칠 필요 없다”

명품 시장 노리는 중국
아르마니·제냐 등 중국서 생산 … 명품 버금가는 기술 갖췄다고 주장

▶중국 상하이 시내에 세워진 루이뷔통의 대형 광고판. 얼마 전 LVMH 중국본부의 말과 달리 LVMH 그룹은 일부 제품을 중국에서 가공 생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얼마 전 모 잡지에서 532명의 금융계 인사를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명품 의류 브랜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분의 1이 아르마니(ARMANI)를 택했다. 이들이 최고로 선택한 아르마니 양복의 소재는 이탈리아산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중국 산둥루이(山東如意) 그룹에서 제공해 오는 것이다. 산둥루이 그룹은 “세계적인 고급 의류의 소재가 기존 이탈리아 제품에서 점차 우리 회사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산둥루이가 공급하는 소재는 유럽에서 소비자가격이 1000유로 이상의 아르마니(중국 내 판매가격은 유럽보다 훨씬 비싸다)를 비롯해 독일의 휴고 보스(HUGO BOSS), 그리고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남성복 브랜드인 이탈리아의 제냐(ZEGNA)를 포함한다. 중국이 명품 제작에 한몫하는 것은 소재 원료 공급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소비자가 열망하는 유명 브랜드 제품 중 상당수가 광둥성 둥완(東莞)이나 저장성 일대 가공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대 브랜드 중 절반이 중국산” 명품이 중국 본토는 아니더라도 외국에서 중국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구치나 프라다 같은 브랜드 제품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자치주의 프라토에 있는 중국인이 많이 만든다. 프라토는 유명 브랜드 제품의 생산기지로 유명한데, 파리에 이어 유럽에서 둘째로 중국인이 많은 곳이다. 4000여 개 공장 중 절반이 넘는 공장 주인이 중국인이다. 이들은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각종 명품 제품을 생산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은 외면당하고 있다. 얼마 전 LVMH 중국본부 우웨(吳越) 총감은 루이뷔통이 중국에서 생산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LVMH 그룹은 일부 제품을 중국에서 가공생산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명품 업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중국 라이선스 가공업체조차 외국 명품 브랜드의 가공생산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길 꺼린다. 제냐가 중국에 합작투자 형태로 설립한 샤멍이제(夏夢意杰) 그룹의 천샤오샹(陳孝祥)은 수년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10대 고급 남성의류 브랜드 중 절반가량은 우리 회사에서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브랜드는 밝히기를 꺼려한 그는 최근에는 이러한 사실조차 확인을 거부했다. 한편 제냐 그룹의 파올로 제냐 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샤멍이제 그룹은 주로 중국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만드는데, 생산품 대부분이 중급 제품이다. 우리가 샤멍이제와 손잡은 것은 각각 다른 시장의 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세분화·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며, 샤멍이제가 생산하는 제품은 제냐의 오리지널 제품과 다르다. 우리는 ‘Made in ZEGNA’임을 강조하고 싶다. 제냐 브랜드는 중국에서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우리는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중국에서의 생산을 고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제냐 전체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미할 것이다.” 최근 중국 내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꼬집는 분위기가 사회 지도층에서부터 확산되고 있다. 산산(杉杉)그룹 정융강(鄭永剛) 회장은 “명품 브랜드는 소수 소비자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품질 면에서 보면 중국 역시 재단기술이나 제작수준이 이미 세계적인 단계에 올라있다. 실제 중국 의류업계의 많은 기업이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가공업체로 자리 잡고 있다. 헝룽(恒隆) 광장처럼 최고급 명품 매장이 즐비한 곳에서 팔리는 의류 역시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된 것이다. 내가 알기로 유명 브랜드라 할지라도 생산원가는 아주 낮다. 통상 원가 1000위안짜리 의류의 최종 소비자가격은 1만 위안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아직까지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러한 지위는 점차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변화의 물결은 이미 ‘진행형’이다. 만약 우리가 중국에서의 명품 생산을 부정한다면 그것은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우리는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말은 가급적 하지 않을 것이다.”
“품질에 걸맞은 명성 찾아야” 소후닷컴 장차오양(張朝陽) CEO 역시 한 기고문에서 “여성들이여, 그렇게 루이뷔통 가방에 미칠 필요는 없다. 중국 기업이 만드는 가방 역시 품질은 비슷하다. 프랑스 핸드백을 멜 때 그 안에 깃든 가엾은 허영심을 보라. 중국 의류업계도 단순 가공 시기를 벗어나 이제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단계에 도달했다. 국민이 중국 브랜드를 지지하고 애용해야 중국 산업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패션협회의 마리오 보셀리 회장 역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유일하게 세계 패션을 계속 주도해나가는 국가지만 최근 중국은 아주 훌륭한 소재 공급처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산 의류의 품질 역시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다. 과거 20년 동안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800달러 이상의 고급 남성복 분야는 아직까지 중국 의류 메이커들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영역이다. 제작공정이 아주 까다롭기 때문이다. 여전히 객관적인 중국의 의류 제조기술 평가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소비자의 평가에는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와이셔츠가 영국제나 이탈리아제가 아니라면 고급품으로 여기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중국산에 대한 인식 변화를 알리고 있다. 이들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발단은 홍콩의 몇몇 의류기업이다. 이들은 이미 세계 와이셔츠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홍콩 롄예(聯業)는 3만 명에 달하는 종업원을 두고 연간 5000여만 벌의 의류를 생산한다.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와이셔츠 10장 중 하나는 롄예 제품이다. 또 바지나 외투 생산은 마다하고 전문적으로 순면 와이셔츠와 티셔츠만을 생산하는 이다(溢達) 그룹. 이다그룹은 특히 면화 재배부터 완성품 제조까지 일관 생산라인을 자랑한다. 이다 그룹의 자체 브랜드인 ‘派’의 광고카피는 ‘와이셔츠의 예술’이다. 이 브랜드는 현재 700~800위안대의 높은 가격으로 34개 이상에 달하는 각종 치수의 와이셔츠를 판매한다. ‘派’브랜드 책임자인 장샤오밍(張曉明)은 이다 그룹의 제품소재는 신장(新疆) 지역에서 생산되는 세계적 품질의 고급 면화로 미국이나 이집트산 면화와 비교해 결코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다만 다른 일반 중국 제품과 마찬가지로 품질에 걸맞은 명성을 얻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게 장샤오밍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