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사와 영화가 만났을 때

Men of a Certain Age
여자는 외모를, 남자는 행동을 바꾸려 한다는 영화 속 노화 대응방식에 문제 있다


보톡스 주사를 맞느냐, 마느냐? 요즘 나이든 여배우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메릴 스트립처럼 주름 따위엔 신경 쓰지 않는 배우가 아니라면 말이다(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에서는 스트립이 맡았던 캐릭터 역시 성형외과를 찾는다). 남자들도 늙기는 마찬가지다.

또 남자라고 나이든 모습이 꼭 멋지지도 않다. 하지만 많은 영화에서 묘사하는 남자와 여자가 노화에 대응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 외모를 바꾸려 하고, 남자들은 행동을 바꾸려 한다는 식이다. 남자들의 ‘중년의 위기’는 문학과 대중 심리학의 단골 소재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영화 속의 남자 배우들은 60대가 돼도 젊은 시절과 똑같이 모험과 스릴을 즐기는 역할을 맡아 왔다(해리슨 포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중년의 욕구불만과 씨름하는 남자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 몇 편과 TV 시리즈가 나왔다. 레이 로마노가 주연한 새 TV 드라마 ‘맨 오브 어 서튼 에이지(Men of a Certain Age)’는 세 친구가 40대의 어두운 측면을 다양한 방법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벤 스틸러가 주연한 영화 ‘그린버그(Greenberg)’는 중년의 위기를 비관적으로 다루었다. 또 곧 발표될 영화 ‘솔리터리 맨(Solitary Man)’에서는 마이클 더글러스가 노화와 죽음을 부정하는 중년 남자로 나온다. 그는 딸의 친구들에게 구애하고 손자에게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라고 한다.

‘핸섬 해리(Handsome Harry)’는 제목만 봐선 중년의 고민과는 상관없는 영화처럼 느껴진다. 주인공 해리(제이미 셰리던)는 군복무 시절의 한 친구가 사망한 뒤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시절 친구 중 살아있는 이들을 만나보기 위해서다. 여행을 하면서 그는 친구들과 바이아그라에 관해 농담하기도 하고, 고독하고 슬픈 밤을 보내기도 한다.

회상 장면에서는 해리와 그의 예전 친구 모두 젊은 배우들이 연기한다. 이제 그들은 건강하고 생기 넘치던 젊은 시절과는 딴판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내겐 셰리던의 모습이 괜찮아 보였지만 그의 친구 한 명은 그의 외모가 형편없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해리는 이렇게 중년의 위기를 겪어나가는 중에도 신체의 노화엔 별반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인다.

영화 속 여배우들은 노화의 고민을 표현할 때 흔히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늘어난 주름을 짚으며 한탄한다. 하지만 해리에게선 그런 모습을 좀체 볼 수 없다. 그는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성형수술로 얼굴을 뜯어고치는 대신 새 집을 살 궁리를 한다. 이 영화는 끝부분이 좀 모호하다.

하지만 해리가 여행의 결과로 자신의 생활에 변화를 준다 해도 그의 외모에는 변함이 없을 듯하다. 프랑스 미남배우 모리스 슈발리에는 “나이를 먹는 건 죽음에 비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여배우 베티 데이비스는 “늙어가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영화 속에서는 남자들도 여자만큼 신체의 노화에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하다. 남자 배우들이 손녀 뻘 되는 여배우들의 상대역을 하면서도 당연시하는 듯한 모습보다는 훨씬 더 보기 좋다.

만약 나이든 여배우들이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한탄을 하거나 젊은 여배우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신, (제이미 셰리던처럼) 여행을 떠나거나 (마이클 더글러스가 딸의 친구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들의 친구들에게 구애를 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무엇보다 나이든 남자 배우와 나이든 여자 배우가 서로의 상대역으로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