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er city] 내일은 바람 적음 배터리를 쓰기 바람

포스코 ICT가 제주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하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포스코 ICT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서 도는 풍력발전기.

제주시 구좌읍 김녕해수욕장 근처에서 풍력발전기 두 대가 돌아간다. 포스코 ICT는 이곳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제주에서도 바람과 일조량이 많은 지역을 골랐다.

2009년 1월 IT 서비스 기업 포스데이타와 자동제어 엔지니어링이 전문인 포스콘의 합병으로 포스코 ICT가 출범했다. 스마트그리드, 환경친화적 건설, IT를 융합한 u-에코시티를 신성장동력으로 골랐다.

국책 과제인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 회사는 2009년 12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42개월 동안 진행되는 이번 사업에 포스코 ICT 외에 GS칼텍스, LG전자, KT 등 170여 기업이 10개의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한다. 정부는 여기에 370억원을 지원한다.

제주에서 포스코 ICT가 준비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 기존 풍력발전기에서 얻은 에너지를 안정화해 한전에 공급하는 것이 하나다. 풍력 에너지 발전량은 날씨 변화에 따라 불안정하다. 발전량 변동폭이 크면 상업용으로 쓰기 어렵다. 포스코 ICT는 신재생에너지 통합 관리시스템(EMS: Energy Management System)을 개발해 발전량을 안정화할 계획이다.

EMS는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기존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설비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그리드의 ‘뇌’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박승룡 한국 IBM 유비쿼터스컴퓨팅연구소 실장은 “EMS를 스마트그리드에 쓰면 지난 1년 동안의 에너지 수요, 공급 변화를 토대로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에너지 운영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내일은 바람이 적을 테니 배터리에 충전된 에너지를 쓰거나, 디젤 발전 에너지를 쓸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이다. 작은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신재생에너지로 그곳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일이다. 풍력 에너지나 태양광 에너지를 쓰다 에너지가 모자라면 한전에서 에너지를 끌어 쓰거나, 디젤 발전 에너지를 쓰는 식이다. 여기에도 EMS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스코 ICT는 한국 IBM과 함께 EMS를 개발한다. EMS 개발을 맡은 포스코 ICT, 한국 IBM 직원들이 지난 11월 8일 포스코 ICT 제주 실증단지를 찾았다. 한창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글로벌 룰을 따랐다는 점에서 포스코 ICT와 한국 IBM이 개발하는 EMS는 기존 것과 다르다. 최창호 포스코 ICT 스마트그리드 추진단 상무는 “전 세계의 어떤 풍력기, 배터리가 붙더라도 다 운용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IBM이 가진 표준 기술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ICT는 효율적 에너지 관리를 위한 발전 예측 및 공급 알고리즘 개발 등 전반적인 부분을 맡는다. 한국 IBM은 운용자가 전력 수요 예측과 생산 준비에 쉽게 쓸 수 있는 전력 포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시스템을 내년 5월까지 개발해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섬이나 산간 벽지 등에 유용한 시스템이다. 이런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지금은 해저 케이블을 설치하거나 철탑을 여러 개 놓아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자체 에너지 공급이 가능해지면 케이블이나 철탑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유럽, 미국, 일본 등도 작은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박용하 포스코 ICT 스마트그리드팀 리더는 “스마트그리드 시티로 성공한 사례를 아직은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곳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건설 중인 마스다르 시티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 마스다르 시티의 목표다. 태양광, 지열, 폐열 등 재생가능 에너지만 소비하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최근 UAE는 당초 2020년으로 잡았던 완공 시기를 2025년으로 연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AP통신은 에너지 자급에 기술적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스마트그리드가 단기간에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이용할 유인이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활용이 가능한 섬, 산간 벽지 주민 중 노인이 다수라 풍력발전기나 태양광 발전 패널을 관리할 여력이 될지 모르겠다”며 “전기요금 조금 아끼려고 새 기기를 설치하고, 번거로움을 감수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ICT는 주로 해외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계획이다. 박용하 리더는 “인도네시아처럼 섬으로 구성된 나라나, 브라질처럼 국가가 나서서 에너지 절감을 추진하지만 기술력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사업 수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