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막’ 쓰는 실용명품 시대 연다

나바디자인 들여온 정미숙 한국메사 사장


정미숙
서울 출생, 필라델피아 칼리지 오브 텍스타일 앤드 사이언스 졸업, 1994년 스위스 벤즈 그래픽 AG 텍스타일 시스템 영업·교육담당, 1995년 네덜란드 스톡 텍스타일 장비 영업·교육담당, 2004년 스위스 뤼셔 텍스타일 영업 컨설턴트·스웨덴 카오디오 DLS 홍보담당, 2006년~ 한국메사 공동대표

지난해 말 한 대기업 오너가 보낸 편지가 재계에서 화제가 됐다. 내용이 아니다. 푸른색 잉크가 테두리에 묻어 있는 무광 편지봉투와 한눈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두툼한 베이지색 편지지가 뭔가 다른 것을 찾던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모두 이탈리아 전통 명품이라는 피나이더의 제품이다.

정미숙 한국메사 사장은 가죽 가방 등 잡화와 고급 지류의 수요는 많지만 이를 충족시켜줄 만한 제품이 없었던 데 착안해 지난해 초 피나이더를 들여왔다. 입소문을 탔던 편지지는 지류 장인이 직접 손으로 자르고, 테두리를 푸른색이나 자주색으로 염색했다. 피나이더의 가죽 허리띠도 이런 장인의 손길이 묻어 있다. 이 브랜드 허리띠에는 바느질 자국을 찾을 수 없다.

“한국 명품시장이 성숙해지면 들고 다니기보다 모셔둬야 하는 상징적 명품은 힘을 잃게 될 겁니다. 항상 쓸 수 있는 실용명품이 앞으로 시장의 중심에 놓이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정 사장은 지난해 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나바디자인 제품을 한국에 소개했다. 나바디자인은 세계 명품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아는 브랜드가 수천만원짜리 가죽 백을 주력으로 한다면 나바는 복원력이 뛰어난 특수소재를 활용해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을 만든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싸다.

정 사장은 “가방은 물건을 넣고 외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흠집이 날까 봐 사람보다 가방을 더 조심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제는 디자인과 기능이 어우러진 실용명품이 유럽,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재계의 입소문만으로 피나이더를 론칭 1년 만에 정착시키고, 나바디자인을 기존 명품보다 저렴한 실용명품으로 자신 있게 소개했다. 그는 오랫동안 유럽에서 일하면서 명품업계의 룰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세계적 명품업체에 원단을 공급하는 네덜란드의 국민기업 스톡에서 일할 때 지역 판권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정 사장은 미국 3대 텍스타일 명문인 필라델피아 칼리지를 졸업하고 스위스의 한 중견업체에 취업했다. 입사 1년 만에 수십억원 상당의 텍스타일 장비를 터키, 태국, 인도에 팔았다. 계약조건에는 ‘미숙 정이 직접 1년에 네 차례 기술교육을 나온다’는 문구가 꼭 들어갔다. 대기업인 스톡이 업계 2년 차 직원을 직접 스카우트한 이유다. 무엇이 그를 차별화했을까.

“생소한 도시에 가면 아이쇼핑을 하면서 그 지역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죠. 유럽은 나라, 도시마다 문화와 역사적 배경이 다릅니다. 단지 그런 차이를 알아가는 게 재미있었을 뿐인데, 지나고 나니 큰 힘이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