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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커리어우먼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검은색 팬츠 슈트, 강력한 메이크업, 그리고 여성스럽지 않은 스타일. 많은 여성 CEO의 전형적 이미지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커리어우먼의 전통적 이미지와 다른 패션을 즐기는 여성 CEO가 등장했다. 중심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있다.이 사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언론에 공개된 사진이 단 한 장이었을 정도다. 사진 속 이 사장은 검은색 옷에 베이지색 니트 카디건을 걸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화이트·베이지 정장 잘 어울려지금도 다르지 않다. 이 사장의 패션 스타일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심플 & 블랙’이다. 그의 옷 가운데는 블랙이 유난히 많다. 액세서리도 심플하다. 혹여 화려한 디자인의 옷을 입어도 컬러는 두드러지지 않게 조합한다.블랙은 모든 컬러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무엇이든 어울리는 컬러지만 카리스마를 노출하기 좋다. 하지만 블랙 정장은 단조로운 이미지를 줄 수 있어 개성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 이 사장은 이런 단점을 옷 또는 액세서리의 질감으로 극복한다. 그가 입은 블랙 컬러의 옷은 도톰하고 광택이 난다. 여기에 올록볼록한 질감의 부츠나 가방을 조합한다.블랙 정장을 입고 있는 이 사장. 전체적으로 화려한 홍라희 여사와 비교했을 때 다소 정적인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사장의 패션 특징이 나타난다. 블랙 정장이지만 허리 부분과 장갑, 작은 손가방에선 광택이 난다. 같은 색깔로 옷을 입을 때 소재를 달리하면 세련된 느낌을 준다. 스타일링에 실패할 확률도 작다. 이 사장이 이를 잘 보여준다. 사진2에서 보듯 이 사장의 옷은 눈에 띄지 않지만 단조롭지도 않다. 광택을 넣은 허리선 때문이다.이 사장에겐 탁월한 패션 센스가 느껴진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헤어스타일이다. 그는 다른 여성 CEO처럼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이 아니다. 웨이브를 넣은 긴 머리다. 여성 본연의 부드러움을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 사장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고급스럽고 우아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최근엔 스타일 변화도 느껴진다. 이전엔 블랙 컬러의 정장을 즐겼다면 이젠 화이트 혹은 베이지 정장도 과감하게 입는다.3월 18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장충사옥에서 열린 제38회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했을 땐 화려한 패션으로 눈길을 모았다. 광택 소재와 어깨를 감싸는 듯한 디자인으로 여성성을 강조했다. 이전의 블랙 의상보다 인상이 밝고 역동성 있게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CEO는 기업의 대표 모델이고, 상설 전시장이다. 이 사장이 한번 나타나면 수많은 관객이 눈을 맞추려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이 사장이 좀 더 과감하게 옷을 입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밝고 역동적인 ‘주총 패션’당당한 카리스마를 풍기기에 약점일 것 같은 그의 가녀린 몸매는 요즘 패션 디자이너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형이다. 다만 본인이 고수하는 패션 스타일을 버리기 싫다면 컬러로 특징을 살릴 수 있다. 전체적 디자인은 단순하면서 컬러와 무늬로 변화를 준 옷을 선택하면 어떨까. 필자는 이 사장을 보면 클로에, 이브생 로랑, 셀린이 떠오른다. 이들은 심플한 옷을 즐기지만 소재나 컬러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끌어내는 특징이 있다.패션계 사람들이 ‘뼛속까지 귀족’이라고 부르는 디자이너가 있다. 스텔라 매카트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매카트니가 패션 소품 클로에를 만들든,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만들든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그가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의 딸이니까. 온갖 구설을 몰고 다니는 패리스 힐턴이지만 그의 패션은 언제나 관심을 끈다. 힐튼호텔 그룹의 후계자니까.이 사장 스스로 ‘할 일도 많은데 이런 부담까지 져야 할까’ 싶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여성은 자신이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이 사장과 같은 여성 CEO의 패션을 통해 발견한다. 더구나 그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맏딸이다. 이부진 사장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지 모른다. 요즘 패션 스타일이 조금씩 바뀌는 걸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