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보험 과다 가입 피하라

보험은 수비, 섣불리 공격하다 구멍 뚫린다


▎보험 과다 가입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의료소외에 따른 불안감이다. 국립암센터 중환자실에서 한 암환자가 치료받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 김진주(가명·여·44) 씨는 보험 마니아다. 김씨가 가입한 보험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합쳐 18종. 건수로는 25개에 달한다. 암·성인병 등 질병에 대비한 생명보험이 대부분이고, 상해보험·운전자보험·자녀통합보험 등 손해보험도 세 가지다.

보험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 아니다. 김씨 역시 처음에는 갑자기 아플 때를 대비해 가족 모두의 이름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피부관리실의 중요한 고객인 재무설계사들의 권유에 고객관리 차원에서 마지못해 하나 둘 응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늘었다. 이제는 보험증권조차 한몫에 모아 관리하지 못하고 매월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통장을 보고서야 몇 개에 얼마인지 대충 짐작할 뿐이다.

김씨의 보험 내역을 살펴보면 우선 가족 모두의 앞으로 건강보험을 들었고, 암보험이 7개, 암과 성인병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이 또 7개다. 여기에 두 사람의 운전자보험을 포함한 손해보험 4건과 기타 통합보험, 질병사망보험 등이 있다. 보험사는 모두 12개사. 이들 보험료로 매월 지출하는 금액은 모두 115만4000원.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은 보통 국가에서 운영하는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이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종합보험은 보험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의 위험을 담보하려고 지출하는 부분인 만큼 당연히 보험에 포함해 계산해야 한다.

김씨 가족의 경우 공식에 따라 산정한 건강보험은 약 9만원. 또 김씨 부부는 따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다. 김씨가 연 72만원, 남편은 65만원. 두 사람의 자동차보험을 12개월로 나눠 보태면 11만4000원이 된다. 합하면 20만4000원이다. 결국 김씨 가족이 한 달에 내는 보험료는 모두 135만4000원에 이른다.

김씨 가족은 김씨 부부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딸 한 명씩 모두 4명이다. 김씨 수입은 월 300만원 선. 남편의 월급이 350만원이니 김씨 가족의 한 달 총수입은 650만원 정도다.

이렇게 과도한 보험 가입은 비단 김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씨 같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김씨를 소개한 재무설계사는 말한다. 당연히 더 많은 보험료를 지출하는 가족도 있다는 말이다. 좀 더 현실적인 경우를 살펴보자.

한 중견기업의 간부로 일하는 진인권(가명·51) 씨는 전업주부인 배우자와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 하나를 둔 가장이다. 진씨의 경우 보험료의 액수는 적지만 가짓수로는 김씨 못지않게 화려하다. 몇 년 전 같은 회사에 다니던 동료 2명이 보험회사로 옮겨간 덕분이라고 했다. 이들이 보험 가입을 권유해 어느 한 사람에게만 몰아주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납입기간도 짧고 가급적 보험료가 적은 상품으로 몇 개씩 들어주었다.

이렇게 해서 늘어난 진씨 가족의 보험 내역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진씨 본인 이름으로 생명보험 4건, 손해보험 3건, 우체국암보험 1건, 보험료는 40만4300원이다. 여기에 부인은 생명보험 3건, 손해보험 1건, 우체국보험 2건 해서 27만8800원이다. 자녀 몫으로도 16만6000원이 매달 빠져나간다. 이를 모두 더하면 84만9100원. 4대 국가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는 앞의 김진주 씨 가족과 별반 차이가 없으므로 진씨의 경우 대략 100만원에서 2만~3만원이 빠지는 액수를 매월 보험료로 지출하는 셈이다. 자세히 말하기를 꺼렸지만 진씨의 한 달 수입은 대략 600만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재산을 지키고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료의 적정 수준은 가구 총소득의 10% 수준. 물론 이 수치는 보는 위치에 따라 적게는 5~8%에서 많게는 15%까지 약간씩 차이가 있다.

인터넷에서 지피지기라는 필명으로 각종 재무 상담에 응하는(지피지기의재무컨설팅 http://spukki1004.tistory.com) 김철민 씨는 총수입의 15% 이상이라면 그동안 유지하던 보험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흔히 보장성보험료의 수준은 가구당 5~8% 혹은 10~15%라고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보편적으로 말하는 수치일 뿐 정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개인마다 소득과 가족원 수가 다른 데다 나이·성별·직업 등에 따라 혹은 보험상품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실제로 상담하다 보면 가정의 총 보험료 수준은 대부분 총수입의 10~15% 이내에서 충분히 준비가 가능합니다. 물론 더 줄어들 수도 있고요.”

의료소외 불안감으로 과다 가입

더 자극적인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다. 20여 년 동안 유수의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다 4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 강동지역에 독립대리점을 차려 운영하는 K씨는 굳이 보장성 보험만 따질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적정보험료를 보통 8~12%라고 보는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대부분 일반 사보험, 게다가 보장성 보험만 따집니다. 그러나 저축성 보험이나 건강보험을 포함한 4대 국가보험은 물론이고 보험으로 인식조차 하지 않는 자동차보험까지 모두 포함해야 합니다. 그렇게 계산해도 총수익의 10%면 충분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할까? 4월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마련한 보건의료정책 포럼에서 정영호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료패널’ 조사자료를 활용해 민간의료보험 가입 실태를 조사 발표했다. ‘한국의료패널’은 국민의 보건의료 이용과 지출 규모를 파악하려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추적조사다.

이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조사대상 총가구당 월평균 민간의료보험료는 종신·연금을 제외한 경우 13만2192원, 종신·연금을 포함한 경우에는 21만3626원으로 산출되었다. 보험가입가구를 대상으로 분석하면 종신·연금을 제외한 경우에는 17만6655원, 종신·연금을 포함한 경우에는 27만6638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2009년 건강보험 적용인구 1인당 월평균 건강보험료는 2만7620원. 그러므로 김진주 씨와 같은 4인 가족의 경우 한 달 보험료는 32만4106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같은 해의 가구당 월평균소득은 343만원이어서, 총소득의 10%라는 보험업계의 통설에 접근하는 수치다.

그러나 실제로는 김씨나 진씨처럼 과도하게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고 한다. 독립대리점 K씨의 말.

“솔직히 자료가 믿기지 않습니다. 당연히 보험가입자만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저희 고객을 살펴보면 김씨의 경우처럼 적정액수의 2배, 많게는 3배까지 가입한 고객이 한둘이 아닙니다. 오히려 적정 수준 아래로 가입한 고객보다 과다 가입한 고객이 더 많죠. 물론 저를 포함해 재무설계사의 입장에서는 굳이 좋은 담보를 제외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력만 있다면 가입자 입장에서도 많은 담보를 가져가야 유리하겠죠. 하지만 재산을 유지하고 위험을 회피한다는 보험의 원래 의미만 생각한다면 이 같은 담보를 과감히 생략해도 됩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무분별하게 많은 보험에 들까? 그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의료소외에 따른 불안감이다. 서민이나 소외계층 등 생계가 불안한 사람일수록 의료비 공포가 심하다. 여유자산이 넉넉한 고소득계층이야 따로 보험에 들 필요가 없다. 갑자기 위급한 상황이 닥쳐도 능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다르다. 여유자산이 없는데 급한 일이 닥치면 해결할 길이 없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건강보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우리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60%에 불과하다. 반 조금 못 되는 금액은 어차피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야 한다. 그러니 암 같은 치료비가 비싼 질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생명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니 불안감에서 여러 가지 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요즘에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지인판매 역시 과도한 보험 가입을 부채질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한때 보험판매원은 사람이 자주 바뀌는 대표적 직종이었다. 이제는 이름도 보험설계사·생활설계사·재무설계사 등으로 바꾸고 교육도 체계적으로 실시하지만 과거 ‘보험아줌마’라고 불리던 시절 보험회사들은 설계사를 대거 모집해 체계적 교육도 없이 영업현장으로 내몰았다.

그러니 보험 모집원의 영업 형태 역시 주먹구구식을 벗어날 수 없었고 가장 손쉬운 방법은 친척이나 지인을 찾아 가입을 권유하는 지인판매였다. 지인판매가 한계에 도달할 즈음이면 더 이상 소득을 올리기 어려우니 퇴사하고, 회사는 다시 사람을 바꿔 똑같은 행태를 반복했다.


▎최근의 재무설계사들은 단순한 보험 판매원이 아니다. 미국 공인 재무설계사 등 자격증을 갖추고 소비자의 재정 컨설팅까지 한다.

사실 요즘도 40대 중반부터는 지인판매가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 재무설계사는 털어놓았다. 경기도 안양에서 보험영업으로만 7년 경력을 쌓고 최근에는 여러 가지 금융관련 자격증을 획득해 전문적인 재무설계를 상담하는 P씨의 입장에서도 지인판매는 반갑지 않다고 한다.

“자잘하게 많은 보험에 가입한 경우 십중팔구 지인판매거나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재무설계사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매장에서는 고객관리 차원에서 작은 것 하나씩은 들죠. 그런 판매는 재무설계사 입장에서도 반갑지 않습니다. 오래가지 못하거든요. 젊은 사람들은 오히려 지인판매를 적극 회피해요. 한번은 임신한 젊은 부인이 전화해 ‘보험영업을 하는 이모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기 전에 빨리 와달라’고 하더군요. 이들은 직접 상품을 비교하고 대동소이하다면 믿을 만한 재무설계사를 찾죠. 지인판매를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직장 상사나 동료의 부인이 설계사일 경우죠.”

보험 과다 가입의 주요인으로 잘못된 인식도 한몫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만기 때 원금환급 조건의 보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보장도 받고 만기가 되면 목돈도 챙긴다는 생각에서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투자개념의 보험상품이 집중적으로 개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큰 실수라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마디로 원금을 넘어서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원금환급의 대표적 상품인 종신보험의 경우도 총액을 환산해보면 결국 자기가 낸 돈만큼만 찾아간다고 독립대리점 K씨는 말했다.

“원래 저축성 보험은 일본에서 시작했습니다. 전후 일본에서 경제회복에 자금이 필요하자 소요자금을 끌어들이고자 저축성을 가미한 보험상품을 개발했죠. 보험 선진국에는 없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보험은 수비입니다. 수비수가 섣부르게 공격에 나섰다가는 역습당하게 마련입니다. 보험은 절대 투자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 같은 보험의 본질만 잊지 않는다면 적은 금액으로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은 복권이 아니다

보험을 일확천금의 복권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가장 흔한 도구는 바로 중복가입이 가능한 암보험이다. 보통 암보험은 일단 암진단을 받으면 약정한 암진단비 전액과 일당을 계산해 받고, 실제 치료비는 의료실비담보에서 따로 지원받는다. 그러니 암진단비는 고스란히 남는다. 치료 가능한 일반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수천만원의 목돈을 손쉽게 만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암 담보에는 가입금액에 한도가 있어 이를 피하려고 여러 보험사에 가입해 중복 보장을 노린다. 재무설계사 P씨의 말.

“형편이 어려운데도 발병률이 높은 암 담보를 중복해 들겠다는 고객이 적지 않습니다. 만류해도 굳이 가입하겠다고 해요. 주변에서 암에 걸려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받은 사람을 봤다는 거예요. 자신도 암에 걸리면 한몫 잡아 사업밑천을 하겠다고 말이지요. 일부러라도 암에 걸리겠다는 태도예요. 사람 가려가며 치료하기 쉬운 암만 찾아오나요? 자기 몸을 담보로 횡재를 바라다니 복권 당첨을 바라는 일보다 더 어리석습니다.”

서민 계층을 외면하는 금융서비스도 보험 과다 가입의 이유가 된다. 서민층일수록 은행 등 금융기관의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적다. 그렇다 보니 서민계층이 금융서비스를 받는 경우는 보험회사에 속한 재무설계사의 상담이 유일하다. 은행 방문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찾아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회사 재무설계사의 말을 듣다 보면 결국 과다 가입할 여지가 그만큼 커진다.

위험 보장에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입하다 보니 여유자산을 만들지 못하고 결국 이는 저축을 통한 재산 형성을 방해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금 인상 등 목돈이 필요하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은행권 대출은 복잡하고 절차도 까다로워 비교적 손쉬운 보험에서 대출받아 메운다. 그러나 보험사의 대출은 자기가 낸 보험료를 담보로 하는 만큼 환급률을 높게 가져가는 사람에 한해, 보험 납입 시작부터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하며, 그 한도도 많지 않다. 그러고 나면 보험료에 대출이자까지 갚아야 하므로 현금 흐름은 더욱 막힌다.


따라서 우선 과다하게 지출하는 보험료를 줄여야 한다. 최근 각 보험사에 속한 재무설계사들이 재무상담을 거쳐 보험을 재설계해주겠다고 권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이 같은 보험사들의 움직임은 한계에 도달한 보험시장에서 탈출구를 찾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무턱대고 거부하지 말고 과다 보험료를 줄이는 기회로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

보험 재설계 때는 무엇보다 국민연금을 소홀히 여기지 말아야 한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미리 보험금을 확정하는 여타 보험과 달리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4대 국가보험만으로도 어느 정도 보장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 재무상담을 하는 김철민 재무설계사의 경우 의견이 약간 다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분이 비정규직입니다. 게다가 2008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건전성은 높아졌지만 2028년 이후에는 소득대체율이 40%가 되도록 조정했습니다. 급여 수준의 조정으로 연금 금액이 점점 줄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연금 하나만으로 노후를 보낸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일인 만큼 국가보험을 먼저 준비하고 사보험으로 이를 보완해야 합니다.”

앞에서 인용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측 보고서를 다시 살펴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가구당 월평균 건강보험료는 6만6916원, 건강보험적용인구 1인당 월평균 건강보험료는 2만7620원이었다. 조사대상 총가구당 월평균 민간의료보험료는 21만3626원, 보험가입가구의 보험료 평균은 27만6638원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60%라는 점을 생각하면 3분의 1도 채 안 되는 금액으로 의료비 60%를 충당하는 셈이다. 건강보험을 중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보험 재설계 시 자신의 보험을 잘못 파악해 좋은 상품을 해지하고 고가의 종신보험이나 CI보험 등에 드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2009년 7월 이전에 가입한 실손의료비담보 등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병원비를 모두 보장받을 수 있는 실손의료비담보나, 일반상해·교통사고·산재사고 때도 병원비의 50%까지 보장받는 일반상해의료실비담보는 법이 개정되면서 모든 손해보험사의 상품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보험은 중간에 해약하면 납입한 보험료 원금에 비해 해약 환급금이 상당히 적은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전제 아래 자신이 가입한 보험을 정확하게 분석한 다음 자신의 수입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무엇을 보장받아야 하는지 보험의 목적을 확실히 설정해야 한다. 그다음 중복됐거나 불필요한 보험을 해지하고 재가입하거나 담보를 제외하는 식으로 가입금액을 줄여나간다. 생명보험 담보를 감액하는 경우에는 일부 특약이 주계약과 연동돼 동시에 감액되거나 없어지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편의 사망보험금만큼은 반드시 유지하고 싶어한다. 이럴 경우는 예를 들어 1억원이라는 사망값을 남편의 경제활동 시기와 아이들의 연령을 고려해 60세까지는 7000만원, 그 이후로는 3000만원으로 가져가는 식으로 복층 설계할 수 있는 상품을 활용하면 저렴한 보험료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재무설계사 P씨는 조언한다.

“보장성 보험에서 특히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비싼 편이죠. 손해보험사의 질병사망값이 80세까지만 보장한다면 종신보험의 사망값은 좀 더 길게 보장받아 유리하지만 그만큼 비싸죠. 그런데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현재의 1억이 30~40년 후 얼마나 가치가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물가상승률과 화폐가치의 하락을 감안해 설계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다면 보험 재설계 때 반드시 보장받을 내용은 무엇이 있을까? 병원에서 사용한 치료비용을 가장 폭넓게 보장받는 실손의료비담보다. 현재 실손의료비담보는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촬영(MRI)·수술비·입원비 등 실제 병원에서 부담한 비용을 연간 5000만원 한도에서 90% 보상하며, 통원치료하더라도 하루 30만원 한도까지 보상한다.

보험 재설계에 따른 선택과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하며 그 책임도 본인이 짊어져야 한다. 그런 만큼 전반적인 보험 이해와 기본 금융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목표를 향한 계획에 차질이 생길 확률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이제 앞의 두 사례, 김진주 씨와 진인권 씨의 실제 리모델링이 어떻게 가능한지 살펴보자. 이 두 사람의 경우 리모델링의 기준이 조금 다르다. 진씨의 경우 안양의 재무설계사 P씨가 불필요하게 중복되는 상품을 해지하고 일부 상품은 유지하되 감액하는 방법으로 보험료는 줄어들지만 보장 내용은 동일하게 유지되거나 더 넓어지게 조정해 보았다.

반면 김씨의 경우는 ‘보험은 수비’라고 주장하는 독립대리점 K씨가 현재의 재산 상태를 유지하고 큰 위험을 회피하는 선에서 최대한 감액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위험 발생 시 직접 감당해야 할 작은 위험 담보는 모두 조정하고, 필수담보만 살려 재설계했다.


먼저 진씨의 경우 생명보험 4건 중 3건은 중복되는 만큼 해지하고, 손해보험 가운데서도 일반상해의료실비담보가 있는 운전자보험 1건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정리한다. 이렇게 해서 정리된 액수는 31만300원. 특히 운전자보험의 경우 2009년 하반기부터 일반상해의료실비담보가 사라진 만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리모델링 결과 진씨의 경우 월 보험료 17만원이면 사망값·암진단비 등은 현재의 가입금액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뇌졸중과 급성심근경색증의 가입금액은 늘어나고, 80세까지 보장받던 의료실비를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현재 월 보험료보다 14만원을 줄이면서도 보장 내용은 오히려 넓어진다는 뜻이다. 진씨의 부인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정리하면 9만14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진씨의 자녀 역시 3건의 생명보험 가운데 1건은 감액해서 유지하고, 나머지 2건은 정리한 후 정리된 현 보험료로 사망값과 3대 진단비, 의료실비 등 보장 내용은 2배 가까이 늘어나게 조정했다. 이렇게 해서 진씨 가족의 경우 현재 나가는 총 월 보험료 84만9100원에서 재설계한 총 보험료는 61만7400원으로, 23만1700원을 절감하면서도 보장 내용은 오히려 강화하는 효과를 얻는다.

“리모델링할 때 현재의 담보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 혹은 담보를 대폭 줄여 최소한의 중요한 위험만 보장하는 경우 등 가입자에게 2~3가지 안을 제시합니다. 진씨의 경우는 현재의 보장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보험료를 절감하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진씨의 사례를 분석해 조정안을 제시한 안양의 재무설계사 P씨의 말이다.

13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이번에는 김씨의 보험 재조정안을 살펴보자. 앞에서 밝힌 대로 독립대리점 K씨는 오랫동안 보험사에 근무했고 지금도 독립대리점을 운영하면서도 보험은 무조건 최소한으로만 유지하라고 주장한다. 보험의 본질에 충실하면 지금보다 훨씬 적은 보험료로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그가 제시한 김씨의 보험 조정안은 놀랍기까지 하다.

김씨 가족의 보험 가입 현황 <표>를 살펴보면 본인과 배우자의 경우 암과 성인병질환에 중점 가입한 점은 좋으나 보험료를 위험요인에 비해 과다하게 책정했고 손해가 중복된다. 그러나 가족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우선 2009년 7월 이전에 가입한 실손의료비담보는 당연히 유지한다.

그러나 과다 중복가입한 암 관련 담보(본인 1억2000만원, 배우자 6000만원)는 반드시 조정해야 하고, 상해 관련(재해보상) 사망담보 합산 5억2000만원은 1억원 이하로 줄여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보험 증권당 기본계약으로 사망담보를 설정한 후 원하는 담보를 들기 때문에 자연히 고정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가는 경우다.

이런 전제 아래 김씨네 보험료를 실손 유지, 사망보험금 감액, 암진단비 조정 등을 거쳐 적정설계하면 우선 갱신형 담보 과다를 줄이고, 별도의 직업을 갖지 않는 한 자녀의 교육이나 혼인 등 55세 이후에는 보험료 납입보다 우선할 일이 많은 만큼 부부가 모두 정년퇴임하는 55세 이전에 보험료 납입을 종결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조정안을 제시하면 김씨 부부의 경우 1인당 암담보는 5000만원으로 줄이고, 2009년 7월 이전에 가입한 보험의 실손의료비담보는 그대로 유지하되 상해사망담보를 1억원으로 대폭 줄인다. 필수담보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통상적으로 40세 15년납을 기준으로 보면 암 5000만원+실손의료비+진단비 3000만원 정도로 보험료는 8만~11만원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회사별로 차이가 매우 심하다.

자녀들의 경우 암담보는 15세 이상이므로 유지하고 실손의료비가 부족한 듯하나 그대로 유지해도 큰 무리는 없다. 이렇게 조정할 경우 4인 가족 기준 월 30만원 정도면 필수담보 위주로 충분히 설계가 가능하다고 독립대리점 K씨는 주장한다. 물론 당연히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나머지는 어차피 주머니에서 나가던 돈이다. 적극 투자에 나서도 걱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