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 17년마다 나타나는 소수(素數)매미의 비밀

종족 보존의 신비스러운 생명현상


▎오랜 세월 땅속에서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의 모습.

맴 맴, 맴맴맴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매미의 소리가 경적을 울리듯 요란하다. 여름은 곤충이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곤충이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날거나 뛰는 일이 기본적인 방법이다. 그도 아니면 카멜레온처럼 몸의 모양이나 색깔을 주위 환경과 비슷하게 해 적을 속이거나, 독을 지녀 아예 적의 식단에서 제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매미는 ‘나 여기 있소’ 하고 대놓고 울어댄다.

물론 매미도 날개가 있으니 위험할 땐 날아간다. 하지만 짝짓기 때면 암컷을 만나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한 나무에 붙박고 세레나데를 불러댄다. 그러니까 매미가 세상 밖으로 나와 온 숲을 메아리치며 울어대는 이유는 짝짓기가 목적이다. 수컷 매미가 암컷을 유인하는 절박한 구애의 시작이다.

짝짓기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와

곤충의 울음소리는 암수 또는 다른 곤충 간 중요한 의사전달 수단이다. 매미도 시끄러운 울음소리로 의사표현을 하는데 짝짓기 때 내는 소리, 누군가에게 붙잡혔거나 불안을 느꼈을 때 내는 소리, 일기 변화 때문에 내는 소리 등이 있다. 과거 중국에서는 일기 변화를 알려고 매미를 기르기도 했다.

매미는 수컷만 소리를 낸다. 수컷 매미가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내는 까닭은 매미들 사이에 의사를 전달하고, 짝짓기를 할 때 암컷에게 라이벌보다 잘 보여 자신의 위치를 알리려는 목적이다. 매미는 암컷이 혼동하지 않도록 저마다 개성 있는 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보통 몸 크기에 비례한다. 짝짓기에서 큰 울음소리는 수컷의 몸집이 크다는 과시여서 암컷을 차지하는 데 유리하다. 암컷 매미는 수컷 매미의 우는 소리가 힘차고 클수록 호감을 느낀다.

수컷의 울음소리는 암컷에겐 달콤한 세레나데지만, 일단 적을 만나면 마치 여성들의 치한 퇴치용 호루라기처럼 들릴 정도로 소리가 우렁차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1971년 <사이언스>지에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이를 먹이로 삼는 새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위험에 처했다 싶으면 적에게 물총을 쏘듯 오줌을 싸고 날아가기도 한다. 또한 이 우렁찬 울음소리는 다른 수컷이 다가오면 쫓아내 개체 간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만든다. 울음소리가 수컷끼리의 구역 표시도 하는 셈이다.

매미는 특별히 발성기관이 있어 거기에서 소리를 낸다. 매미가 내는 울음소리는 가슴과 배 사이에 뚜껑처럼 생긴 고실(鼓室)에서 나온다. 이 안에는 얇은 막이 있어서 근육을 수축하면 막이 당겨졌다 다시 늘어나는데, 울 때 이 동작이 빨리 일어나면서 마치 드럼처럼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보통 처음에 ‘맴∼’ 하고 운 다음 0.5초 정도 있다가 다시 ‘맴∼’ 하고 규칙적으로 운다. 이는 사이렌이 울리는 소리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규칙적으로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내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기도 한다.

매미는 주로 낮에 활동한다. 이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온도와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인데, 기온이 높을수록 소리가 크고 더 빨리 ‘맴맴~’ 운다. 매미는 밝은 곳, 더운 곳을 좋아해서 해가 높이 떠오르면 기운이 나기 때문에 한 마리의 매미가 울면 그 소리를 듣고 옆에 있던 매미도 함께 합창을 한다.

또 매미는 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는 공명실 옆에 소리를 듣는 곳도 있다. 그래서 동료의 울음소리가 특히 잘 들린다. 이 울음소리를 의지하여 매미는 같은 나무와 숲에 모이고, 근처에 동료가 많이 있을 때 안심해서 한층 더 기운차게 합창을 되풀이한다. 매미가 아침에 일제히 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최근엔 ‘신세대 매미들’이 낮밤 없이 구애를 한다. 낮에만 짝짓기하던 매미들을 도시의 불빛이 자극한 결과다. 가로등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네온사인 때문에 낮과 밤을 혼동해 생체리듬이 교란된 결과 밤에도 시끄럽게 울어댄다. 특히 말매미는 눅눅한 숲 속보다 도심 속 아파트 단지처럼 탁 트인 곳을 좋아하고,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다른 말매미도 경쟁적으로 따라서 울기 때문에 더욱 시끄럽게 느껴진다.

또 낮에는 지표면의 공기가 더 뜨거워 매미의 울음소리가 윗부분으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하지만 밤에는 찬 공기 때문에 소리가 멀리 퍼지지 못하고 지표면을 향해 다시 굴절되기 때문에 매미의 울음소리가 유독 잘 들린다. 차가운 공기는 공기분자가 덩어리처럼 뭉쳐 있어 소리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말매미는 우리나라에 있는 15종의 매미 중 몸집이 크고 개체 수도 가장 많아 ‘매미계의 무법자’로 불린다. 특히 말매미는 남방계 곤충이라서 더운 날씨를 좋아한다. 유난히 더운 여름의 도심 속은 말매미뿐 아니라 애매미·쓰름매미·참매미·유지매미 등에게도 최적의 여건이다. 도시에 사는 이들 매미는 자동차 소음 때문에 혹시 자신이 내는 소리를 암컷이 듣지 못할까 봐 더 크게 울어댄다. 이렇듯 밤낮으로 짝짓기를 하니 개체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매미의 구애 소리는 점점 높아만 갈 뿐이다.

유충의 삶은 길고, 성충의 생은 짧다

여름 곤충의 대명사로 낭만적이기만 하던 매미가 요즘은 골칫덩이가 됐다. 주택가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전국이 매미 소리와 전쟁을 치르는 셈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암컷 매미들은 벙어리처럼 소리를 내지 못한다. 우렁찬 수컷의 울음소리에 암컷까지 합세했다면 그 소리는 어떠했을까?

암컷 매미는 여름 동안에 적당한 나뭇가지를 하나 선택한 뒤 가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그 속에 알을 낳을 뿐이다. 그리고 몇 주일 지나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알들이 애벌레로 부화한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들은 땅으로 내려가 추운 겨울을 지낸다.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나뭇가지에 붙어 있기보다 땅속에 있는 편이 생존에 유리하다.

땅으로 내려와 땅속 40cm 정도에 구멍을 파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잡는다. 그곳에서 바늘처럼 생긴 주둥이를 나무뿌리에 꽂고 수액을 빨아먹으면서 자란다. 매미의 주둥이는 딱딱하기 때문에 구부릴 수가 없다. 그래서 평소에는 배 쪽으로 접어서 붙이고 다닌다. 매미는 그렇게 애벌레 상태로 4~6년 동안 땅속에서 지낸다. 매미는 번데기 시기가 없는 불완전한 변태를 한다. 국내에 사는 대표적 매미인 유자매미와 참매미는 7년을 주기로, 늦털매미는 5년을 주기로 태어난다. 그래서 다른 곤충들과 달리 한 해의 여름을 울자면 애벌레로 흙 속을 기며 4~6년을 생활해야 한다.

그리고 늦털매미는 태어난 지 5년째, 유자매미와 참매미는 7년째 되는 여름에 간신히 탈피하여 날개가 돋아난다. 일반적으로 매미는 여름밤 처음으로 땅 위로 나와 나무를 오르고 밤사이 마지막 탈피를 한다. 탈피한 매미는 2~3시간 지나면 날개가 굳어 화려한 비상을 하게 된다. 새날이 밝으면 더 이상 아기 매미가 아닌 어른이 된다. 그렇게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 매미는 나무에 붙어 울어댄다.

우리는 일 년 내내 곤충을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곤충은 저마다 활동하는 시기가 다르다. 봄과 여름 즈음에는 나비, 여름과 초가을에는 매미, 가을에는 귀뚜라미 등 계절마다 보이는 곤충이 다른 이유는 기온 때문이다. 각자 알에서 깨어나는 온도가 다르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온도도 다르다. 대부분의 곤충은 기온이 따뜻한 봄부터 가을까지 많이 나타난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겨울에는 곤충도 체온이 떨어지고 먹이도 없어서 활발하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체로서의 매미의 화려한 삶은 너무나 짧다. 땅속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지낸 뒤 나무로 올라온 매미는 1∼3주를 바깥세상에서 ‘찬란하게’ 보낸 뒤 생을 마감한다. 성충이 세상 밖에 나와 하는 일이란 짝짓기로 알을 낳는 게 전부다. 비록 날개를 달고 오래 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자식을 낳고 종족을 보전해야 하는 사명은 완수한다. 수컷은 성충이 된 지 4일째부터 울기 시작하여 암컷을 불러내 교미한 후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다. 그렇게 짧게 매미의 화려한 외출은 죽음으로 끝나고 그 죽음은 새로운 생을 낳는다. 그 짧은 삶이 서러워 매미들은 그토록 애타게 울어댈까?

매미도 소수를 알고 태어난다?

매미의 절절한 사랑 시즌이 찾아오면 부러움보다는 매미가 내지르는 엄청난 소음으로 사람들은 걱정이 앞선다. 교미 때 내는 매미의 소리가 대단히 시끄럽다. 소음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는 데시벨(dB)인데 일반적으로 나누는 대화는 약 60dB, 지하철 안이나 시끄러운 공장은 80~90dB 정도다. 보통 85dB을 넘어가면 불쾌감이 생기기 시작하고, 130dB 이상이 되면 귀에 통증이 오며 심하면 고막이 파열되기도 한다.

그런데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일반 매미의 울음소리는 70∼90dB로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이나 믹서기 소음에 맞먹는 크기다. 공명현상을 이용하지 않는 메뚜기나 귀뚜라미 소리가 66dB 정도인 데 비하면 소리가 꽤 큰 편이다. 남아공월드컵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부부젤라(127dB)에 빗대 ‘매미젤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매미 울음소리는 사람의 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파수대에 걸쳐 있다. 곤충의 소리는 대개 20Hz(헤르츠)에서 2만Hz 사이의 파장을 선택해 측정한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보통 20∼2만Hz 사이에 있는 소리를 듣는다. 이 중에서 3500Hz 부근의 소리는 다른 주파수대의 소리보다 크기가 작더라도 더 잘 들린다. 그런데 매미의 울음소리 주파수대가 2500∼5500Hz로 사람의 귀가 가장 잘 듣는 영역에 있다. 기본적으로 울음소리가 큰 데다 사람이 잘 들을 수 있는 대역에 있기 때문에 더 크게 들린다.

수컷 매미 한 마리가 내는 소리가 70∼90dB 정도니, 수십억 마리가 단체로 울어대는 매미 떼의 소동은 어떨까? 상상을 초월해 공포영화를 방불케 한다. 고막을 찢을 듯이 높아졌다가 갑자기 잦아들며 파도를 타는 식의 구애 소리는 유서 깊은 음악제마저 취소시킬 정도다. 시카고 지역에 매미가 대규모로 등장해 그런 큰 소동을 일으킨 적이 있다.

1987년 로데스 대학의 빌렛은 땅 위로 날아오른 매미의 울음소리가 50cm의 거리에서 105.9dB의 소리를 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적이 나타나면 울음소리는 더 커진다. 1995년 미국의 곤충학자 산본과 필립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적이 나타났을 때 매미의 울음소리는 108.9dB에 이르렀다고 한다. 매미는 공기로 소리통을 진동시켜 소리를 내므로 종류마다 그 소리의 크기가 다르다. 매미 중에서도 가장 큰 소리로 우는 매미는 아프리카 매미다.

미국의 시먼스 박사는 매미 집단을 조사하려고 문제의 매미 무리 속에서 몇 분간 일을 했다. 그런데 그 뒤 여러 시간 동안 귀가 들리지 않아 그 내용을 논문으로 발표했을 정도다.


▎한여름 폭염 속 어느 늦은 밤, 어두운 땅속에서 무려 7년간 유충으로 지낸 매미 한 마리가 나무에 매달려 산고의 고통을 이기고 있다. 화려한 성충이 되기 위해 껍데기를 벗고 우화(羽化)를 하고 있다.

2004년 여름, 매미의 소음으로 가장 시끄러웠던 곳은 미국의 중서부 지역이다. 미국 중서부에는 17년마다 수십억 마리라는 어마어마한 매미 떼가 기습을 한다. 17년째 땅속에서 꿈틀대던 매미 떼가 땅 위로 올라온다. 17년 전 부화했다가 탈피한 성충이 17년간 기다려온 짝짓기의 순간을 위해 일제히 지상으로 날아오른다. 17년마다 올라온다고 해서 ‘17년 매미’라고도 부른다. 17년 매미는 1907년 미국의 마래트가 처음 보고했다.

여름에 세상 밖으로 쏟아지듯 나온 17년 매미는 달콤한 사랑을 한 달 정도 나눈 뒤 생을 마감한다. 17년 매미의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한 뒤 죽고, 짝을 만난 암컷의 수명도 허망하여 교미에 성공한 후 최대 600여 개의 알을 낳은 후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죽는다.

지구에는 3000여 종의 매미가 서식한다. 주로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북쪽과 아시아 온대 지역에 많이 분포한다. 그런데 ‘17년 매미’는 유독 미국 중서부 지역에 서식한다. 17년 매미가 땅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우리나라 매미 유충에 비해 매우 길다. 놀라운 사실은 정확히 17년을 채운다는 사실이다. 빨리 자란 애벌레라도 절대 먼저 땅 위로 올라오는 법이 없다. 17년 동안 나무 수액을 빨아먹고 몸집을 키우면서 땅속에서 ‘때’를 기다린다.

미국의 남부에는 13년을 주기로 성충이 되는 ‘13년 매미’와 7년을 주기로 하는 ‘7년 매미’도 있다. 7년이나 13년에 한 번, 혹은 17년에 한 번씩 등장하는 주기매미만 살아서 미국 사람은 매미 소리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기간이 정확히 13년, 17년이기 때문에 다음에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5년·7년·13년·17년의 주기를 보니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이들 숫자는 모두 소수(素數)다. 즉 13년, 17년의 주기로 나타나는 ‘소수매미’다. 여기서 소수란 ‘1과 자기 자신으로 나누어지는 수’를 뜻한다. 14·15·16·18주기는 없다. 매미는 왜 소수를 주기로 등장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할까?

악마의 앵무새

수없이 많은 개체가 동일한 기간에 같이 활동하는 소수 주기매미는 매미 종 가운데에서도 특별한 종류다. 많은 사람은 이 주기매미를 메뚜기 종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메뚜기와는 상관없다. 어떤 나라에서는 주기매미를 ‘악마의 앵무새’라고도 부른다. 매미의 외모가 험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불리든지 주기매미는 수십억 마리가 동시에 우리 주위에 나타난다.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각 주기매미 애벌레들 성장 속도도 약간씩 다르다. 그러나 먼저 성장한 애벌레들이라도 절대 먼저 땅 위로 올라오지 않고 주기 동안 땅속에서 기다리다 일제히 올라와 나뭇가지에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보통 땅속에서 올라온 주기매미들은 4000㎡에 100만 마리 정도로 나타나는데, 이 매미를 무게로 따진다면 거의 1t에 해당한다. 초여름에 나타나는 이 주기매미들은 늦여름에 나타나는 매미와는 다르게 13년, 17년의 놀랍도록 정확한 주기를 가진다.

그렇다면 소수매미들은 누구의 지휘도 없이 어떻게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박자로 운동하고 발산하고 울어댈까? 주기매미의 애벌레들이 어떻게 시간을 인식하는지는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진 바 없다. 다만 과학자들은 각각의 개체들이 주기적인 운동을 한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어느 순간 같은 박자로 운동한다는 점을 알며 그렇게 하려면 매개체가 반드시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이처럼 주기적인 운동을 하는 개체를 물리학자들은 ‘진동자(oscillator)’라고 하고, 매개체로 ‘연결된 진동자들’이 동시에 같은 박자로 운동하는 현상을 ‘동기화(synchronization)’라고 한다.

매미의 이 전략은 종족 보존 때문이다. 매미가 13년, 17년이라는 정확한 주기를 지키는 이유는 일종의 인해전술 때문이다. 주기매미는 애벌레에서 방금 깨어난 어린 새끼일 때나 다 성장한 경우에도, 천적에 대항할 마땅한 무기도 없고 또 도망갈 만큼 잘 날아다닐 수도 없다. 게다가 이 매미는 아주 맛있는 먹이여서 천적이 너무나 많다. 새·다람쥐·거북·거미·고양이·개, 심지어 물고기까지 매미를 잡아먹는다. 이들 천적에 맞선 대응은 ‘남겨진 자의 생존’이라는 방식이다. 비록 천적에게 잡혀먹더라도 수십억 마리나 되는 매미를 한꺼번에 다 잡아먹지 못한다는 계산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다 모든 매미가 물밀 듯이 동시에 세상에 등장한다.

또 천적으로부터 생명을 지키자니 자신의 성장패턴을 천적의 성장패턴과 달리해야 했다. 13년, 17년 같은 소수를 주기로 하면 천적과 마주칠 기회가 적어진다. 예를 들어 매미의 주기가 소수가 아닌 15년 또는 16년이고 천적의 주기가 3년 또는 4년이라면, 이 주기는 3년과 4년의 배수이므로 같은 해에 천적과 마주칠 기회가 많아져 그만큼 천적에게 당할 위험도 커진다. 또한 매미의 주기가 짧으면서 소수가 아니라면, 천적과의 만남의 기간도 짧아진다. 만일 매미의 주기가 6년이고 천적의 주기가 2년 혹은 3년이라면, 매미와 천적은 6년마다 만난다. 주기가 4년인 천적과는 12년마다 만나게 된다.

하지만 매미의 주기가 짧지만 소수인 5년이고 천적의 주기가 2년이면 천적과 만날 기회는 10년마다 온다. 주기가 3년인 천적과는 15년마다, 4년인 천적과는 20년마다 만나게 되어 천적과의 만남 주기가 길어진다. 13년과 17년이라는 소수의 주기를 갖게 되면 같은 해에 천적과 맞닥뜨릴 일이 희박해져 천적을 피해갈 수 있다. 만일 매미의 주기가 17년이고 천적의 주기가 3년이라면 51(최소공배수)년이 돼야 만날 수 있다. 천적의 주기가 15년이라면 매미와 천적은 15×17인 255년에 한 번꼴로 만나게 돼 만남의 가능성이 극히 줄어든다. 결국 살아남으려고 소수 주기를 택했다고 봐야 한다.

19년, 23년 매미의 등장도 기대

주기가 16년인 천적은 매미를 따라잡으려고 눈물겨운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수명이 마의 벽과도 같은 16년에 이르던 순간부터 향후 272년간 매미를 보지 못하고 고생하던 끝에 모두 멸종돼버렸을지 모른다. 그것이 바로 매미가 애벌레 상태로 땅속에서 17년을 지내는 이유다. 17은 매미에게 종족을 유지하는 특별한 숫자다. 하지만 인해전술의 슬픈 운명을 딛고 살아남은 17년 주기매미라도 세상에 나오면 결국 교미와 번식을 마친 후 생을 마감해야 한다.

또 동종 간의 경쟁을 피하려고 소수 주기를 택했다는 설도 설득력이 있다. 매미들의 출현 주기가 겹치면 먹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가능하면 여러 종의 매미가 동시에 출현하지 않도록 진화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어떤 설이든 매미는 종족 보존 때문에 소수 주기를 선택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모든 숙주가 그렇듯 매미 역시 천적에게는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위기에 몰려 고심하던 매미는 마침내 세월을 이용하여 천적을 물리칠 방법을 알게 됐다. 매미의 본능은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좇았다. 아마도 소수 주기로 나오는 게 수명 연장의 상책이었을지 모른다. 처음에는 주기가 짧았다가 점점 길어져 현재의 17년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매미처럼 처음에는 주기가 3년이었다가 천적과 만나자 5년, 7년으로 주기를 늘렸고 그것도 부족해지자 다시 13년, 17년으로 주기를 늘렸을 가능성이 높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곤충은 무엇일까? 바로 17년 동안 애벌레로 지내는 소수매미다. 하지만 아마 17년이라는 숫자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된다면 19년 매미가 나올 것이다. 또 23년 매미까지 나오게 돼 꽤 오랫동안 안전하게 생명을 유지할지도 모른다. 결국 천적의 수명이 몇 년이건 간에 소수로 이루어진 성장 사이클이 안전장치로 놓인다.

이처럼 작은 생명체인 매미에게는 놀랍도록 정확한 생활법칙이 숨어 있다. 자연의 신비는 늘 우리를 경탄케 만든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는 말처럼 매미의 인내가 보상받을 때가 됐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는 2021년 여름이 돼야 시끄러운 매미들의 구애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

17년을 기다려야 하는 미국 매미에 비해 자주 나오는 우리나라 매미들은 행운인 것 같다. 올여름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들의 구애 소리, 피하지 못한다면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