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식 5학기·미국식 이동수업으로
글로벌 인재 키운다

인천 청라달튼외국인학교


▎청라달튼외국인학교 학생들이 승마 수업을 받고 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표정의 아이들이 말에 오른다. 하지만 잘 길들여진 말은 조련사의 손길대로 움직이고 이내 아이들 또한 말의 발걸음에 박자를 맞춘다. 난생 처음 말을 타보는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인천 청라지구에 자리한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승마 수업 풍경이다. 방과후 활동인 승마 수업은 한국마사회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같은 시간 실내수영장에서는 강사의 지도에 따라 10여 명의 학생이 수영 연습에 한창이다. 실내 강당에선 공놀이를 즐기는 학생들이 연신 땀을 흘리고 있고, 오케스트라 연주실에선 저마다 악기를 손에 들고 연주 솜씨를 뽐내고 있다.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모든 수업은 학생들의 ‘선택’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위해 캠퍼스는 새로운 학습 방법과 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교사동은 모두 첨단 교구 장비를 갖추었고, e러닝 체제를 갖춘 500석 규모의 도서관과 콘서트홀, 소극장, 오케스트라 연주실이 있다.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을 갖춘 체육관도 있다. 1인 1실의 기숙사동뿐 아니라 외국인 교사를 위한 게스트하우스와 타운하우스, 천연 잔디구장과 승마교육을 위한 시설도 이 학교의 자랑이다. 초등학교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학비 상대적으로 낮아 학부모들 관심

청라달튼외국인학교는 서울 양천구 한가람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봉덕학원이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명문 사립학교인 달튼스쿨의 교육철학과 교육 플랜을 도입해 지난 9월 1일 개교했다. 1919년 설립된 달튼스쿨은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의 20대 베스트 플랩(PREP)스쿨’ 13위를 차지했다. 플랩스쿨은 대학 입학 전 교육과정을 뜻한다.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를 지낸 박광민 교장은 “봉덕학원 설립이념과 달튼스쿨의 교육철학이 거의 같아 해외 명문 사립학교 중 달튼스쿨의 교육 플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는 가르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협업자이자 촉진자”라며 “교육의 중심은 학생이어야 한다는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라달튼외국인학교는 유치원 과정인 K학년부터 1~12학년 과정을 두고 있다. 총정원 1560명으로 올해 모집인원은 K~4학년 20명씩 2학급, 5~9학년 20명씩 3학급으로 총 500명이다. 지원 자격은 부모 중 최소 한 명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거나, 지원 학생이 입학 전까지 해외에서 3년(1095일) 이상 체류한 내국인이어야 한다.

박 교장은 “9월 말 현재 학생 수는 100여 명”이라며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인 경우가 40%고, 학생 본인이 3년 이상 외국에 체류한 경우가 60%”라고 밝혔다. 양쪽 부모 모두 외국인은 전체 학생의 10% 남짓. 학생 중 30% 정도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입학전형은 깐깐하다. K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지필고사를 치르지 않고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입학 여부가 결정되지만 5학년부터 9학년까지는 영어와 수학 지필고사를 실시한다. 학생 전형만큼이나 교사진에 대한 기준도 엄격하다는 게 박 교장의 설명. 교사들은 영어권 국가의 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거나 해당 분야 학위를 취득한 사람을 대상으로 선발한다. 현재 아이비리그 출신이 상당하고 전체 교사 중 80%가 석·박사 출신이라고 한다.

외형상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상대적으로 낮은 학비. 보통 국내 외국인학교가 연 4000만~4500만원의 학비를 받고 있는 데 비해 이 학교는 초등학교 1000만원+5000달러, 중학교 1200만원+6000달러, 고등학교 1200만원+7000달러로 책정돼 있다. 기숙사 비용은 800만원+2000달러다. 기숙사에 입주한 중학생의 경우로 따지면 연 총교육비가 3000만원 수준이다. 강남권을 비롯해 서울·수도권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 학교가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를 지낸 박광민 교장.

외국인학교 최초로 국내 학력 인증

이 학교의 초등 과정은 학문 간 융합과 체험 위주로 진행된다. 예컨대 ‘콩쥐팥쥐’ 이야기로 수업을 한다면 해외의 비슷한 동화를 찾아 비교하는 문화 체험, 이야기 속의 의복을 만들어 보는 미술 실습 등을 복합적으로 다뤄 창의력을 키운다. 중등은 기초학력, 고등은 심화학습 중심으로 구성된다.

커리큘럼 차별화도 눈에 띈다. 핀란드식 5학기제로 운영하는데 매학기는 1주일의 학생 평가를 포함해 6주일의 학업 기간으로 구성된다. 대략 11주일의 여름방학 기간에 자기주도적 학습을 원하는 학생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4~6주일의 계절학기를 운영한다. 박 교장은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과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자기주도식 방법인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며 “이러한 수업방식은 학습효과가 높고, 학생들 스스로 해결 능력과 협업심을 기르며 리뷰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수업시간은 75분이며 미국식 이동수업을 한다.

특별한 교육활동은 ‘하우스(House)’제다. 학년별 소모임으로 학업 고민, 선후배 간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하우스에는 모임을 지도할 담당교사가 지정돼 학생들의 다양한 문제와 커뮤니티를 돕는다. 뉴욕 맨해튼 달튼스쿨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제도다.

이 학교의 교육목표는 글로벌 인재 양성이다. 세계와 교류하고 소통하는 휴머니티를 겸비한 인재를 키워낸다는 것이다. 학교의 모토도 ‘Pioneer to Serve(남을 위해 봉사하고 교류하는 개척자)’다.

학교 운영을 맡고 있는 봉덕학원은 1980년대 동아건설에 매립권이 넘어가기 전까지 청라지구 갯벌 매립에 참여했다. 피란민 등 삶의 터전이 없던 사람들과 함께 돌과 흙을 날라 새로운 집터를 일군 것이다.

박 교장은 “뉴욕, LA, 런던, 파리, 베를린, 홍콩, 싱가포르 같은 곳의 공통점은 다양성”이라며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은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교육적 가치는 상호 인정, 가치중립적 이해, 관용, 인류애 같은 것들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 학교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 자녀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시아, 유럽의 학생들까지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학교의 가장 큰 매력은 국내 외국인학교 최초로 국내 학력을 인증받는 교육기관이라는 점이다. 다른 외국인학교의 경우 국내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졸업 후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 학교에선 한국어와 한국사를 포함한 사회과목을 102시간 이수하면 국내 대학 진학 자격이 부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