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 헤드 로비오 CEO - 앵그리버드는 감성적 연결고리
팬과 나를 하나로 이어준다


2009년 말 애플 앱스토어에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했다. 눈은 부리부리하고 몸은 통통하다. ‘앵그리버드’라 불리는 이 날개 없는 새는 이후 전세계인의 ‘게임아이콘’이 된다. 출생지가 핀란드인 앵그리버드의 다운로드 횟수는 7억 5000만에 달한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유료 앱 차트 역대 1위다.

앵그리버드는 어플로서 최초로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빠른 속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미 애니메이션·출판·놀이공원·캐릭터 상품 사업에 진출했다. 최근엔 IPO 가능성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앵그리버드를 개발한 핀란드의 소규모 모바일 게임 회사 로비오(Rovio)는 게임 출시 2년 만에 세계적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탈바꿈했다. 로비오의 CEO 미카엘 헤드(Mikael Hed·36)와 인터뷰를 통해 성공 스토리를 들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 됐다.

이메일 답변에는 벅스버니, 트위티, 로드러너 등 애니메이션계의 ‘원조’격인 낯익은 캐릭터 이름들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 받는 캐릭터에 대해 연구한 흔적이 역력하다. 사람들은 앵그리버드를 슈퍼 마리오나 미키 마우스와 비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미카엘 헤드 대표는 “유명한 캐릭터들과 함께 언급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는 스스로의 자취를 빛내고 싶다”고 말했다. 2011년 핀란드에서 ‘올해의 기업가’로 선정된 젊은 CEO의 포부다.

새 그림 한 장으로 날개 편 ‘로비오’

‘귀엽다. 재미있다. 쉽다. 매력 있다.’ 앵그리버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좋아하는데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다는 증거다. 인기 이유도 이처럼 단순하고 쉽다는데 있다.

‘앵그리버드’ 하면 우선 캐릭터들이 떠오른다. 시각적으로 심플하면서 임팩트 있다는 게 특징이다. 화난 빨간 새, 고속 질주하는 노란 새, 폭발하는 까만 새, 세 마리로 변신하는 파란 새, 알을 발사하는 하얀 새 등이 있다. 새들은 모두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모습이 험악하기는커녕 귀엽다. 악당인 돼지의 종류도 다양하다. 클수록 맷집이 강하다. 헬멧을 쓰고 있는 녀석도 있다. 돼지들 모두 특유의 익살스러운 웃음소리가 매력적이다.

앵그리버드에 대한 헤드 대표의 첫인상은 이랬다.

“게임 개발팀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 중 한 장의 그림이 눈에 띄었다. 화가 난 날개 없는 새가 바닥에서 동동거리는 모습이었다. 순간적으로 새의 표정에서 무엇인가 매력이 느껴졌다. 팀원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즉각적인 감성적 공감(instant emotional connection)이 생긴 것이다. 당시 구체적인 게임 스토리는 없었지만 그 그림 한 장을 시작으로 9개월에 거쳐 앵그리버드를 만들었다.”

스토리를 알면 왜 새들이 ‘앵그리’한지 알 수 있다. 내용은 단순하면서도 드라마적인 요소를 담았다. 탐욕스러운 돼지들이 새들의 알을 훔쳐간 게 이들의 전쟁 발단이다. 자식을 빼앗긴 부모는 눈에 보이는 게 없다. 날개도 없고 발도 없는 ‘화난 새’들은 온몸을 던져 도둑 돼지들을 공격한다. 게걸스럽게 새들을 비웃던 돼지들은 결국 최후를 맞는다.

헤드 대표는 “화난 새 그림을 모티브로 스토리를 써나갔다. 사람들이 새들과 같은 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앵그리버드의 스토리를 깊게 읽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거창한 교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느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선과 악의 영원한 싸움이다. 앵그리버드의 경우 중립(neutral)과 짓궂음(naughty)의 싸움이라 하겠다. 클래식 카툰인 로드러너와 코요테를 생각해 보라. 거기선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게임의 모든 레벨을 끝내지 못한 기자는 결말이 궁금했다. 새들이 결국 알을 되찾는지 물어봤다.

“그렇다! 하지만 전통적인 라이벌 구도를 보여주는 트위티와 실베스터, 벅스버니와 엘모퍼드의 관계처럼 이들의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더욱 영악해진 돼지들은 한층 높은 수법으로 또 알을 훔칠 것이다.”

게임을 하는 사람의 역할은 새들이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새는 기꺼이 새총의 탄환이 되어 돼지를 공격한다. 새총에 걸터앉은 새를 손가락으로 터치해 뒤로 당긴 뒤 놓으면 발사된다. 이때 당기는 정도와 각도만 조절하면 된다. 별다른 테크닉 없이도 익히기 쉽다는 것이 다양한 층이 즐기는 이유다.

심리적으로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작용도 한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돼지를 처치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준다. 사람들로 하여금 일종의 ‘파괴본능’을 불러일으키고 충족시킨다. 귀여운 심각함, 심각한 귀여움이 녹아있는 그래픽과 스토리 또한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재미있는 경험 자체가 매력이다. 게임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쉽지만 도중에 내려놓기는 어렵다. 만화적인 게임 스토리가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사로잡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떠나서 사람들은 캐릭터 자체를 무척 좋아한다. 돼지들과 새들이 펼치는 재미있는 사투와 새들의 컬러풀하고 대담한 디자인에 매료돼 사람들이 새들과 교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8억4500만 페이스북 유저 노린다

핀란드어로 ‘모닥불’이라는 뜻의 로비오는 헬싱키에서 20분 거리의 에스푸(Espoo)에 위치해 있다. 2004년 세 명의 공대 학생들이 설립했다. 이들은 노키아와 HP가 2003년 주최한 모바일 게임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함께 창업을 결심한다. 그 중 한 명은 현재 COO를 맡고 있는 니클라스 헤드로 헤드 대표의 사촌동생이다. 비즈니스를 전공한 헤드 대표가 합류해 경영을 맡게 됐다.

당시 로비오는 게임을 개발해 파는 회사였다. 재력 있는 사업가인 헤드 대표의 아버지가 100만 유로를 투자해 경영에 참여했다. 하지만 헤드 대표는 아버지와의 의견 차이로 이듬해 로비오를 떠난다. 그리고 잠시 출판업에 종사하게 된다.

2007년부터 로비오의 경영이 어려워졌다. 2009년 초에는 망하기 직전까지 몰렸다. 니클라스 헤드는 다시 사촌 형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사촌형제는 다시 한번 뭉쳤다. 두 사람은 게임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로비오의 이름을 걸고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헤드 대표의 설명이다. “앵그리버드는 로비오가 개발한 52번째 게임이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게임 개발에 대해 많이 배웠다. 사람들이 어떤 게임을 즐기고 호감을 갖는지 말이다. 우리는 대중에게 매력적이고 장기적으로 가능성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2009년 당시 시장 상황을 숙고한 끝에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할 수 있고, 물리학에 기반을 둔 퍼즐 장르의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직감을 이용해 쉽게 배울 수 있으면서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게임이 목표였다.”


2009년 12월 로비오는 애플 앱스토어에 앵그리버드를 내놓는다. 3개월 만에 영국에서 차트 1위에 올랐고 얼마 되지 않아 미국을 휩쓸었다. 처음 소개한 에피소드 ‘Poached Eggs’를 시작으로 작년 12월 탄생 2주년을 기념하는 ‘Birdday Party’까지 총 일곱 개의 에피소드가 나왔다. 아이폰 운영시스템인 iOS 외에도 안드로이드·심비안·구글 크롬·구글 플러스·로쿠·플레이스테이션 등의 플랫폼까지 서비스 하고 있다. 올 2월14일 발렌타인 데이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론칭했다.

“페이스북 버전은 새로운 기능을 담아 모바일 버전에선 볼 수 없는 레벨을 소개한다. 이제 팬들은 친구들과 경쟁을 벌일 수도 있고 자신의 점수를 공개해 뽐낼 수도 있다. 새로운 파워 업 기능도 선보인다. 새가 떨어지는 위치를 조준할 수 있는 레이저 타깃 기능과 새에게 모이를 먹여 수퍼 사이즈로 만드는 게 그 예다.”

부지런한 업데이트는 로비오의 성공 비결이다. 앵그리버드 ‘시즌스’와 ‘리오’를 출시해 사람들의 관심을 계속 끌었다. 쉽게 질릴 수 있는 이용자들의 호기심을 이어가는 전략이다. 헤드 대표는 “시즌스는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같은 세계 각국의 휴일을 테마로 한다. 리오는 작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리오’와 협력해 새로운 캐릭터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앵그리버드 시즌스는 올해 중국 춘절에 맞춰 ‘Year of the Dragon’이라는 에피소드를 내놨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미니 애니메이션도 발표했다. 중국은 로비오가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다. 미국 포브스 인터넷판은 올해 중국의 스마트폰 이용자가 10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로비오는 이미 작년 여름 상하이에 사무실을 열었고 올해 안에 숍을 오픈 할 예정이다.

IPO는 아직 고려 안 해

로비오는 작년 7월 ‘로비오 엔터테인먼트’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앵그리버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현재 출판, 제품, 단편 애니메이션, 의류, 광고, 놀이공원, 보드게임 등의 분야에 진출한 상태다.

그 중 애니메이션은 로비오가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다. 영화 ‘아이언맨’을 제작한 마블 스튜디오의 임원 출신 데이비드 마이젤을 작년 6월 특별 자문으로 영입했다. 12월17일에는 미국 최고의 어린이 방송 채널 ‘닉클로디언’에 앵그리버드 단편 애니메이션이 처음으로 전파를 탔다. “우리가 지금 주력하고 있는 것은 애니메이션이다. 작년 Kombo라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캐릭터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스토리 개발이 중요하다. 닉클로디언 채널에 소개된 것은 좋은 기회였다. 앵그리버드가 토요일 아침 어린이 만화 시간대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하지만 헤드 대표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앵그리버드를 아이들 교육 프로그램으로 개발시킬 생각이 있는지 묻자 “우리는 과학과 교육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탐험 해볼 만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앵그리버드는 광고주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삼성, 마이크로 소프트의 검색 엔진 Bing과 핀에어 등이 ‘큰손’ 고객이다. 로비오는 작년 삼성 갤럭시 노트를 홍보하는 애니메이션과 갤럭시 에이스 모델 TV광고를 제작했다. 그는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헤드 대표는 “한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이다. 삼성과 같은 훌륭한 한국 기업과 협력해 일하게 돼서 기뻤다”고 말했다.


기업공개(IPO) 가능성은 로비오를 둘러싼 가장 큰 관심사다. 헤드 대표는 “우리는 조심스럽게 IPO를 검토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발표할 게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로비오는 처음으로 42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페이스북과 그루폰을 키운 액셀 파트너스 외에 두 개의 벤처캐피탈 회사가 공동 투자한 것이다.

그 후 IPO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헤드 대표는 작년 3월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상장한다면 유동성이 가장 풍부한 나스닥에 하겠다”고 말했다. 몇 달 후 블룸버그는 로비오가 2013년 홍콩 상장을 논의 중이며 그 규모는 12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로비오 측의 분위기는 다르다. 로비오의 CMO 피터 베스터바카는 지난 1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올해는 IPO를 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이르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비오의 가치는 매체마다 평가가 다르다. 최소 10억 달러에서 최대 90억 달러까지 편차가 크다. 로비오의 매출은 2010년 1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던 게 1년 만에 10배나 불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IPO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3월 새로운 게임 발표

헤드 대표는 앵그리버드 이용자를 ‘팬’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팬들은 로비오에 팬레터를 보내기도 한다.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도 아이패드를 통해 앵그리버드를 한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팬들과 깊은 수준의 관계를 맺고 싶다. 그들이 단순히 이용자의 입장을 넘어서 앵그리버드와 감성적인 교류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의 목표는 그 정서적 연결고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팬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 로비오가 출판한 귀여운 계란 요리책은 그의 철학처럼 기쁨과 즐거움을 주었다. ‘돼지들이 훔친 알로 요리를 한다’는 전제로 다양한 종류의 계란요리를 소개한 것이다.

“우리는 최근 출판까지 영역을 넓혔다. 처음 발간한 책이 바로 계란 요리책이다. 물론 돼지들이 썼다! 이 책은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요리 레시피로 가득하다. 실용적이면서 보기에도 재미있는 온 가족을 위한 책을 만드는 게 컨셉트였다.”

게임 중독에 따른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게임 또한 지나치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이는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앵그리버드 팬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바일과 비디오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로 앵그리버드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장난감 생산업체 Mattel과 협력해 보드게임을 만들었고 Lappset이라는 회사와 놀이터 놀이기구를 만드는 중이다.”

올해 여름 핀란드 탐페레에 위치한 테마파크 ‘세르켄니에미’에 ‘앵그리버드 랜드’가 오픈한다.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기구와 게임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앵그리버드를 현실화 한 놀이가 등장한 것이다. 야외에 거대한 새총을 설치해 앵그리버드 인형들을 쏘아 올려 가짜 구조물을 무너뜨리는 게임이었다. 로비오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영업이었다. 현재 수많은 앵그리버드 관련 상품들이 불법적으로 제작, 유통되고 있다. 이는 로비오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헤드 대표는 1월 말 프랑스 깐느에서 열린 미뎀(Midem) 컨퍼런스에서 불법복제와 관련한 흥미로운 발언으로 관심을 끌었다. 불법복제가 항상 해로운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불법복제 된 상품보다 우리가 만든 정품의 부가가치가 높다는 게 중요하다. 불법복제가 때로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줄 수도 있다. 우리는 각 나라에서 어떤 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는지 관찰하고 그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려 노력한다.”

헤드 대표는 여가를 가족과 보내면서 앵그리버드를 즐긴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 론칭 때문에 일정보다 늦게 인터뷰 답을 보냈다고 했다. 답변을 받은 지 10시간 후 다시 이메일이 왔다. 방금 새로운 게임에 대한 공식 발표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로비오가 3월 22일 선보일 ‘앵그리버드 스페이스’다. 로비오 측은 모바일 게임과 함께 애니메이션, 관련 제품, 책을 동시에 출시할 예정이다. 우주로 무대를 옮긴 앵그리버드의 활동을 주목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