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 Management] ‘中위험 中수익’ 상품에 돈 몰린다

원금 지키면서 연 6.5~10% 수익률 목표…인프라펀드, 해외 채권형 펀드, ELS 인기


서울 강남 부자들의 최근 관심사는 한마디로 ‘중위험 중수익’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들은 중국펀드의 폭등과 폭락을, 코스피 지수의 급등락을 경험했다. 금값을 포함한 원자재가격의 폭등 후 하락도 접했다. 게다가 세계적인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률 목표를 낮추고 있다. 롤러코스트를 타기보다는 회전목마를 타며 편안히 수익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낮은 수익률은 성에 차지 않는다. 최고 41.8%에 달하는 소득세율을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4%대의 저금리로는 자산을 불리기 어렵다. 그래서 적어도 정기예금 금리의 1.5~2.5배(연 6.5~10%) 안팎의 기대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중위험 중수익의 금융상품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부동산을 매각한 자금으로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려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매각자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 돈의 흐름이었지만 이 중 상당액이 금융상품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강남 부자들이 선호하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은 뭐가 있을까.

우선 최근 지하철9호선 운임 인상이 논란이 되면서 주목 받고 있는 맥쿼리펀드는 이미 부자 사이에서는 소리소문 없이 인기를 끌고 있는 베스트셀러 상품이다.

올 초 5000원이었던 주가가 현재 5600원까지 올랐다. 맥쿼리펀드는 유료도로, 터널, 교량 같은 인프라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최대이자 실질적으로 일반인이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인프라펀드이다. 서울시지하철9호선을 비롯해 우면산터널, 용인서울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등이 맥쿼리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주요 자산이다. 최근 특혜시비가 불거진 최소수입보장 제도가 역설적으로 투자의 안전성을 확보해준다. 부자들이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안전성이다.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펀드가 투자한 인프라에서 예상보다 적은 통행료수입이 나오더라도 애초 계약한 최소수입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맥쿼리펀드가 보유한 15개의 인프라자산 중 부산신항만을 제외한 14개의 자산에 최소수입보장 조건이 붙어있다. 게다가 최소수입보장이 물가상승에 연동돼 있다는 점도 투자의 포인트다.

부자들 사이에 인기 끄는 맥쿼리 펀드

맥쿼리펀드의 가장 큰 수익은 1년에 두 번 지급하는 배당수익이다. 현재 배당수익률은 7~8% 안팎이다.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42년까지 연평균 배당금을 761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부터 새롭게 투자한다 해도 주당 5600원의 투자금액을 감안하면 평균 약 13.6%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맥쿼리펀드는 수십 년간 인프라에 투자하는 펀드지만, 이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언제든지 원하는 시점에 현금으로 환매할 수 있다. 맥쿼리펀드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주식처럼 오늘 오전에 매입했다 오후에 매각할 수도 있고, 장기간 보유하며 배당을 받을 수도 있다. 배당기준일을 기준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에게 배당금이 지급되는 점을 활용해 심지어 1년에 두 번 있는 배당기준일에 딱 맞추어 이틀만 투자하는 배당투자도 가능하다.

맥쿼리펀드를 포함한 인프라펀드를 보유한 개인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저율·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도 자산가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이 혜택의 법적 근거는 조세특례제한법 제91조 4 ‘사회기반시설투융자회사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한 관세특례’ 조항이다. 투자금액 1억원까지는 배당소득에 대해 저율(5.5%)로 과세한다. 일반적인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이 15.4%인 것에 비교하면 큰 혜택이다. 또 1억원을 초과하는 투자금액에 대해서도 15.4%의 원천징수과세만 하고, 종합과세에서는 분리하는 혜택을 준다. 과표가 3억원이 넘을 경우 종합과세율은 41.3%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수익률을 올리는 셈이다.

해외 채권형 펀드도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주식에 투자하자니 불안하고, 은행 예금에 넣어두자니 금리가 너무 낮아 고민하던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높은 수익을 주는 해외 채권형 펀드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23일까지 해외 채권형 펀드에는 총 3649억원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4조4613억원,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1조9934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해외 채권형 펀드는 ‘금리+α’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거액 자산가 중심으로 시작된 해외 채권 투자 열기가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번지면서 해외 채권형 펀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올해 주요 해외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괜찮은 편이다. ‘피델리티아시아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A;’, ‘알리안츠PIMCO이머징로컬증권자투자신탁[채권_재간접형](H)(C/A)’ 등은 올해 8%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해외 채권형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5%로 벌써 은행 예금 금리 이상을 벌어들였다.

해외 채권형 펀드 가운데 특히 글로벌 하이일드펀드가 눈길을 끈다. 글로벌 하이일드펀드도 중위험 중수익 상품의 하나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인기가 시들한 반면 해외 채권형 펀드로는 자금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 특히 전체 해외 채권형 자금의 약 절반을 하이일드펀드가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하이일드펀드 전체에 투자된 자금이 1조 5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즉 투자적격등급 미만의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는 채권형 펀드를 일컫는 말이다. 투자적격등급 미만의 채권은 보통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 BB+이하 등급, 무디스(Moody’s) 기준으로 Ba1 이하 등급, 피치 기준으로 BB+이하 등급의 채권들을 말한다. 국제신용등급이 우량한 회사채에 비해 부도율이 높긴 하지만, 하이일드펀드는 수백 개가 넘는 채권을 편입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한 두 회사의 부도가 전체 펀드 수익률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하이일드펀드에 꾸준히 자금 몰려

하이일드펀드는 애초 우량 채권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되기 때문에 이자수익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또 경기가 안정돼 부도율이 떨어지면 하이일드채권값 자체가 올라 자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려 10%를 넘나들던 하이일드채권의 부도율이 최근 1~2%대로 줄어들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신흥국 국공채에 투자하는 해외 채권형 펀드도 인기다. 선진국 국채는 안전하지만 금리가 너무 낮고, 신흥국의 하이일드 채권은 수익성은 좋지만 위험이 큰 편이다. 그래서 중간 성격인 신흥국 국공채에 투자하면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한다. 최근 브라질 등 신흥국의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익률도 오르고 있다.

해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환율이다. 투자 대상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채권에서 얻은 투자수익을 환차손으로 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국의 금리 움직임도 살펴야 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이 하락하면서 펀드 수익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투자 대상국의 경제 전망도 점검해야 한다.

공모주 펀드도 전통의 베스트 셀러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상장을 올해로 미룬 우량 기업이 많다 보니 공모주 청약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산은금융지주, 포스코건설, 현대삼호중공업, LS전선, LG CNS, 삼성SDS, 카페베네 등이 투자자들이 노리는 대표적인 공모주다. 그러나 공모청약을 진행하는 증권사가 계속 달라지다 보니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각 증권사의 청약 우대 기준을 충족시키기가 까다롭다. 일단 청약을 했다고 치더라도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에 이르러 별로 남는 게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모주 펀드가 인기다.

공모주 펀드는 공모기업을 전문적으로 평가한다. 개인투자자가 공모 회사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비상장 상태인 공모회사의 자료는 빈약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 물량 배정 방식이 달라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많다는 것도 공모주 펀드의 장점이다. 공모 주식을 개인보다 기관에 많이 배정하기 때문에 공모주 투자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인 공모청약에서 기관투자가 배정비율이 60%내외, 개인투자자 배정비율이 20%내외, 우리사주 배정비율이 20%이내로 결정된다. 또 개인투자자들은 보통 50%의 청약증거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기관투자가는 청약증거금이 면제되기 때문에 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증권사마다 거래 실적을 쌓아둘 필요가 없고, 증권사를 옮겨 다니며 공모주 청약을 해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상장 후 매도시점도 전문가들의 몫이다. 대부분의 공모주 펀드는 상장 첫 날을 포함한 상장 초기에 청약배정주식을 매도한다. 대개 8~10%가량의 수익률을 목표로 잡는다.

올해 최고의 히트 금융상품으로 꼽히는 주가연계증권(ELS· Equity Linked Securities)도 중위험 중수익 상품의 대표주자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투자수익률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ELS는 매우 안정적인 ELS부터 상당히 공격적인 ELS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ELS는 크게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개별종목(들)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종목형ELS와 한국의 KOSPI200지수, 홍콩의 HSCEI지수, 미국의 S&P500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형ELS로 나눌 수 있다.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ELS는 단연 ‘지수형ELS’이다. 개별종목이 아닌 ‘주가지수가 -50% 밑으로 하락한 적이 없는 경우 연 10%의 수익을 지급한다’와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증시가 활황이어서 주가지수가 +30%가 된다고 할지라도 +10%의 수익에서 만족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지수가 -40%가 됐다고 해도 +10%의 수익을 향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인기다.

월지급식 ELS로 절세도 노려

하나의 주가지수만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ELS보다는 여러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인기가 높다. 또 최악의 경우에도 원금을 보존하고 싶은 욕구에 맞춰 투자원금의 100%를 보장하는 원금보장형ELS도 돋보인다. 단순히 원금을 보장해 주는 ELS에서 90% 보장형, 95% 보장형, 103% 보장형 등 다양한 ELS가 나오고 있다. 물론 보장비율이 올라가면 그에 따르는 ‘+α’의 수익률은 낮아진다. 최근에는 만기일시지급식ELS보다는 월이자지급식ELS의 인기가 높다. 연금처럼 목돈을 투자해 매월 수익을 받는 구조는 동일하지만, 보통 월 0.6~1.0% 안팎의 세전 수익률을 제공한다. 만약 3년 만기 ELS의 수익이 3년차에 달성되면 1,2,3년치의 수익이 그 해의 이자소득으로 반영돼 최고 41.8%에 이르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월지급식ELS는 매월 이자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자소득세 부담이 분산돼 종합소득세 관리 차원에서도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