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 별로 두각을 보이는 스포츠 종목 있어… 장거리 주자는 동아프리카, 단거리 주자는 서아프리카 출신일 확률 높아
2012 올림픽 단거리 달리기 종목은 기록깨기의 달인(irrepressible record-breaker)우사인 볼트가 이끄는 자메이카팀이 휩쓸었다. 카리브해 연안의 작은 나라로서는 놀라운 위업이다. 하지만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보츠와나 등 서아프리카 국가와 미국, 자메이카, 그레나다,트리니다드토바고 등 서아프리카계 운동선수들을 내세운 국가들은 뛰어난 단거리 주자(elite sprinters)를 많이 배출했다.유럽과 아시아 출신의 우수 선수를 합친 수보다 더 많았다.달리기는 가장 평등한 스포츠이며 인간체력의 한계를 실험하는 자연의 실험실이다. 펜싱처럼 특별한 도구와 복장이 요구되지도 않고, 체조처럼 집중적인 지도가 필요하지도 않다. 그저 운동화 끈을 졸라매고 (lace up) 달리면 된다. 1960년 로마 올림픽 당시 신발도, 코치도, 경험도 없이(shoeless,coachless and inexperienced) 마라톤에서 우승한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가 그런 실을 훌륭하게 입증했다.그렇다면 이론적으로 올림픽 달리기 종목의 시상대에는 다양한 인종과 피부색의 선수들이 올라야 맞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달리기 종목의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특정 인종에 편중돼 있다. 남자 달리기의 경우 100m부터 마라톤까지 주요 종목의 모든 기록을 아프리카계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일곱 번의 올림픽에서 남자 100m 달리기결승에 진출한 선수 56명 모두가 서아프리카계였다. 100m 상위 기록 500위 안에 든(crack the top 500 100-meter times) 비(非)아프리카계 선수는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르메트르(백인)와 호주의 패트릭 존슨(호주 원주민과 아일랜드계의 혼혈), 두명뿐이다. 아시아 선수나 동아프리카 선수중에는 뛰어난 단거리 주자(sprinters)가 한 명도 없다.장거리 달리기는 어떨까? 북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 선수들이 지배하는 이 부문에선 서아프리카계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런던 올림픽에서도 단거리 종목에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선수들이 메달을 휩쓸었다.아프리카계 선수들이 이처럼 달리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뭘까? 달리기연습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자주 듣는 설명이다. 그들에게 달리기는 기회가 제한된 환경에서 벗어나는(to escape the trap of limited opportunities)몇 안 되는 탈출구 중 하나다.그들은 유치원 때부터 등하굣길에 달리기를 하고, 운동 선수로 출세하는 절호의 기회를 잡으려고(for a chance at the golden ring that athletic success offers) 열심히 훈련한다. 세계 다른 지역의 선수들은 열등감(inferiority complex)에 시달린다. 이런 식의 설명이 주류를 이룬다.최근 NPR(미국 공영 라디오)은 케냐에 관해, CNN은 자메이카에 관해 이런 식의추측성 보도를 내보냈다. 이들 기사에 ‘유전학(genetics)’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달리기를 잘하는 건 모두 후천적 요인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이런 결론은 과학적으로 오랫동안 신뢰받지 못해온 백지설(tabula rasa theory)을 바탕으로 한다.정치적 공정성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람들(the most politically correct circles, 인종·성 따위에 대한 비차별적 언동을 추구한다) 말고는 누구도 이 이론을 믿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분명히 믿지 않는다. 코펜하겐 근육연구소의 벵크트 살틴 소장은 운동선수의 운동 능력에서 ‘환경’이 차지하는 비율은 기껏해야 25%라고 결론지었다. 나머지는 유전적 요인에 달렸으며 종족마다 각기 다른 이점을 지닌다고 했다. 다시 말해 달리기의 성공 요인은 “유전자에 있다”는 말이다.골격과 근섬유 유형(muscle fiber types)의 분포[예를 들면 단거리 주자들은 속근섬유(fast twitch fibers)를, 장거리 주자들은 지근섬유(slow twitch variety)를 더 많이 갖고있다], 반사 능력, 신진대사의 효율성, 폐활량(lung capacity) 등 유전적 특징은 각 종족에 고르게 주어지지 않았다.논란이 많은 문제다. 400m 달리기 세계 기록 보유자인 마이클 존슨은 최근 흑인 단거리 주자들이 보통 사람보다 많은 ACTN3(‘스피드 유전자’로 불린다)의 덕을 본다고 주장했다. 이 유전자는 속근의 연축(twitch) 속도를 높인다. ACTN3 단백질이 부족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달리기 능력엔 확실히 안 좋은 영향을 준다. 과학자들은 ACTN3 단백질이 부족한 사람이 뛰어난 단거리 주자가 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유전의학회지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단거리 유전자(sprint gene)’로도 불리는 이 유전자는 유럽인보다 서아프리카인에게 더 많다.
그렇다면 이 유전자가 달리기 능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일까? 아니다. 지능지수(IQ)와 마찬가지로 운동 능력도 여러 유전자와, 인간의 기본적 DNA의 ‘발현(expression)’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 산물이다. 하지만 이 유전자가 달리기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운동능력에 유전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강조해 준다.UCLA의 제리드 다이아먼드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도 종족의 기원 연구에 선뜻 나서는 과학자가 거의 없다. 그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인종차별주의자(racist)로 낙인 찍힐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하지만 우리는 이제 이 민감한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인간 지놈 연구는 인류의 유사성 연구에서 종족 간의 차이점 연구로 초점이 옮겨졌다. 이런 연구는 질병의 비밀을 풀 단서를 제공한다. 유전학의성배(the Holy Grail)라고 불릴 만큼 기대가 모아지는 분야다. 사람들은 유대인이 유전적으로 테이색스병(Tay-Sachs, 흑내장성 백치)에 걸릴 확률이 높고, 동남아시아인이 지중해성 빈혈(beta-thalassemia)에 취약하며,흑인이 결장암(colorectal cancer)과 겸상적 혈구병(sickle cell disease)에 걸리기 쉽다는 사실을 이의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우사인 볼트가 달리기를 잘하는 것이 서아프라카계 조상 덕이라고 말하면 인종차별적이라고 생각한다.종족 간에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분노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런 사실을 과장하는 데 있다. 물론 인간의 한 특성이 얼마만큼 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되고 얼마만큼 문화와 기회의 영향을 받는지, 또 그런 주장 중에 어떤것이 완전히 엉터리(just plain poppycock)인지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미시건 주립대에 몸담았던 인류학자이자 미국 유전의학회지의 편집장을 지낸 로버트 말리나는 이렇게 말했다. “뛰어난 운동선수 간의 실력 차이는 아주 근소하다.따라서 근섬유를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체격이나 능력을 가졌다면 유전적으로타고난 것이다. … 그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몇 백 분(또는 몇 천 분)의 일초가 금메달과 4위를 결정짓기 때문이다.”문화가 운동선수를 만든다는 잘못된 통념을 깨트리는 임상적 증거도 있다. 케냐의 경우를 보자. 인구가 43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세계 장거리 달리기 상위 기록의 3분의1을 보유하고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많은 사회과학자가 케냐의 문화를 요인으로 지목한다. 케냐인들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훈련을 하기”(예를 들면 등교할 때와 하교할 때 달리기를 한다) 때문에 장거리 달리기에 뛰어나다고 주장한다.중거리 종목인 800m 달리기의 상위 기록 17개 중 8개를 보유하고 있는 케냐 태생의육상선수 윌슨 킵케터는 그런 판에 박힌 설명을 비웃었다. “바보 같은 소리다. 난 학교 바로 옆에 살았고 아주 느긋하게 걸어서 다녔다.”그러면 킵케터가 달리기를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케냐의 많은 젊은이가 그렇듯이 킵케터도 차세대 스포츠 스타를 찾으려고 시골 마을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who combs the countryside) 코치의 눈에 띄기를 희망했다.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나이로비에 있는 국립경기장에 들어서는게 그의 꿈이었다.하지만 케냐인들이 열렬히 좋아하는 국기(national sport)는 달리기가 아니라 축구였다. 그리고 킵케터는 대다수 케냐인처럼 축구를 잘 못했다. 케냐인들은 세계 수준의 단거리 주자가 될 만한 유전자를 타고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동아프리카인들은 장거리 달리기에 뛰어나다. 선천적으로 큰 폐활량을 타고난데다 지근이 많기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한다. 장거리 달리기엔 완벽한 생체역학적 조건(biomechanical package)이지만 단거리 달리기, 축구 등 무산소성 전력질주(anaerobic bursts)가 요구되는 스포츠에는 형편없는 조건이다. 케냐의 100m 달리기 최고 기록은 10초 26으로 볼트의 세계 기록보다 0.5초 느리다. 케냐의최고 기록을 능가하는 기록이 5000개가 넘는다.같은 종족의 사람들도 생김새와 신체 크기는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체형과 생리적특징(physiological characteristics)은 그들의 조상이 다양한 환경적 어려움에 적응하며 진화한 결과를 반영한다. 종족마다 각기 다른 스포츠 종목에 두각을 나타낸다는 사실이 그 차이점을 말해준다.아시아인들은 보통 팔다리가 짧고 상체가 길며(with shorter extremities and long torsos) 키가 작다. 4만 년 전 북아시아로 이주한 현생인류가 혹독한 기후에 적응하면서 진화한 결과다. 일례로 중국인은 다양한이유로 많은 올림픽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유전학자들에 다르면 그 이유 중 하나는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다이빙과 체조(gymnastics), 피겨 스케이팅에 유리한 조건이다.유라시아의 백인은 팔다리가 비교적 짧고 상체가 두터우며 근육이 발달한 중배엽형(mesomorphic)이다. 단거리 달리기나 마라톤에 적합한 체형이 아니다. 이런 체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