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젠틀맨 시장가치 ‘알랑가 몰라~’

싸이의 경제학




‘알랑가 몰라~’ ‘마더 파더 젠틀맨~’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후렴구와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 싸이가 돌아왔다. 가수 싸이(36·박재상)가 신곡 ‘젠틀맨’ 발표 첫 주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2위에 올라섰다. 빌보드 ‘핫100’에 두 곡을 올린 한국 가수는 싸이가 처음이다. 발표 나흘만인 4월 16일에는 세계 최대 유료 음원사이트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점령했다.

벨기에·아르헨티나·홍콩 등 40여 개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팝의 본고장 영국에서도 7위에 올랐다.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공개 약 80시간 만인 17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조회수 1억뷰를 돌파했다. 유튜브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다.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전곡 ‘강남스타일’은 핫100 차트에 64위로 처음 진입했고, 뮤직비디오 1억뷰를 돌파한 것은 51일 만이었다.

장기적인 흥행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지만 출발 속도만 놓고 본다면 강남스타일보다 훨씬 빠르다. 지난해까지 싱글 판매량,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유료 스트리밍, 방송 횟수를 합산해 순위를 결정하던 빌보드가 시대 변화를 반영해 최근 유튜브 조회수를 평가항목에 포함시키기로 함에 따라 싸이가 꿈 같은 빌보드 1위에 올라설 가능성 또한 커졌다. 지난해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7주 연속 빌보드 핫100 차트 2위를 기록했다.

사실 젠틀맨이 강남스타일만큼 성공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특히 해외평론가의 반응은 차가웠다. 싸이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지난해 말 ‘빌보드’ ‘롤링스톤’ 등 여러 매체는 싸이가 강남스타일 같은 히트곡을 다시 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젠틀맨 공개 직후에도 그가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반짝 히트곡을 내고 사라지는 가수)’에 머물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젠틀맨이 빌보드 핫100을 뒤흔들자 해외 언론의 반응 역시 달라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처음에 강남스타일의 복제품이라고 비웃은 사람들이 어느새 젠틀맨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빌보드닷컴은 ‘싸이는 새 뮤직비디오로 자신이 더 이상 원 히트 원더가 아님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빌보드 핫100에 두 곡 올린 첫 한국인

연타석 홈런에 성공하면서 싸이가 과연 얼마의 돈을 벌어들이게 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4월 16일 아이튠즈와 유튜브 수익 등을 바탕으로 싸이의 경제 효과를 예측한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싸이는 지난해 7월 발표한 강남스타일로 약 272억60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스타일의 국내 음원 매출은 다운로드(391만6414회)와 온라인 상에서 음원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스트리밍(4320만9696회)을 합해 약 5억9000만원정도다. 여기에 해외 아이튠즈 수익 추정액 94억7000억원을 합하면 음원 매출만 100억원을 넘어 선다. 아이튠즈가 거둔 수익에 저작권자 지급률(70%)를 반영해 계산한 결과다.

음원 이외에 유튜브와 광고·공연 등을 통해 얻은 기타 수익은 172억원으로 추정된다. 유튜브 수익이 47억8000만원, 광고 수익이 50억원, 공연 등을 통해서도 74억2000만원을 벌었다. 유튜브 수익은 조회수 1000건당 2달러가 지급된다고 봤다. 광고 수익은 모델료를 5억원으로 가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러한 강남스타일 추정 매출액을 바탕으로 젠틀맨의 매출 예상치를 계산했다. 젠틀맨의 음원 수익이 강남스타일의 3분의 2 수준일 경우와 비슷한 경우, 50% 증가한 경우로 각각 나눠 계산했다. 광고 수익은 강남스타일과 동일하고, 공연 등의 수익은 적극적인 해외 활동에 따라 1.5배로 증가(111억3000만원)할 것으로 봤다.

유튜브 수익은 음원 수익과 동일하게 변한다고 가정했다. 이렇게 계산한 결과 젠틀맨의 국내외 음원 매출이 강남스타일과 비슷할 경우 추정 매출액은 309억8000만원이다. 강남스타일의 3분의 2 수준에 머문다면 260억3000만원, 50% 증가하면 384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스타일 추정 매출액 272억6000만원과 젠틀맨 추정매출액 384억원을 더하면 싸이는 단 두 곡의 노래로 최대 656억6000만원을 벌어들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프로야구 전체 입장 수입(633억5600만원)보다 많다.

이 추정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가정과 달리 광고 모델로서 싸이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싸이는 이번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자신이 모델로 활약하는 기업의 제품을 소개했다. 복사용지와 주류 등인데 특히 하이트 진로는 ‘싸이 효과’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뮤직비디오 상대역인 가수 가인과 싸이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과 ‘시건방 춤’을 추면서 맥주 거품을 뿌리는 장면에서 맥주 브랜드 ‘드라이피니시’와 소주 브랜드 ‘참이슬’이 장시간 노출됐다. 도서관에서 한 여성에게 장난을 치는 장면에서는 싸이보다 수북이 쌓인 복사용지가 먼저 눈에 띄었다.

부가가치 더하면 1조원 넘을 수도

지난해 광고 계약을 종료했거나 단기로 계약한 기업들은 경쟁사들이 반색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처지가 됐다. 엄청난 돈을 받았을 법하지만 싸이는 뮤직비디오 광고 삽입에 대해 추가적인 비용을 받지 않았다.

모델로 써준 기업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차원이라 더욱 놀랍다. 글로벌 스타의 착한 행동에 광고주 특유의 뻣뻣함은 사라졌다. 불과 1년 전 연 5억~6억원 선이던 싸이의 모델료는 최근 20억~30억원을 넘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업계 관계자는 “국내 광고 시장의 현실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액수지만 그 돈을 내고서라도 싸이를 모델로 쓰려는 기업들이 줄을 섰다”며 “해외 광고까지 계산한다면 최소 100억원 이상의 광고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외에 자사 브랜드를 알리려는 기업들에게 글로벌 파워를 가진 싸이는 최고의 파트너다. 농심은 모델인 싸이를 활용해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라면 블랙’의 성장세에 가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여기까지는 싸이와 저작권자·소속사 등이 거둘 직접적인 수익이다. 하지만 싸이의 경제 효과는 단순히 싸이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좁게는 다른 K-팝과 대중 문화, 넓게는 우리나라 전체의 브랜드 가치와 연결된다.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싸이는 미국 음악 시장에 암묵적으로 깔려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또 자신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다른 국내 가수와 춤을 세계에 알리는 데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에 이 효과까지 고려하면 부가가치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의 현재가치는 1조원으로도 살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싸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와도 밀접하다. 박 대통령은 4월 18일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싸이가 젠틀맨에 이용한 시건방춤의 최초 안무가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한 일을 언급하며 “창의력을 인정하는 자세야말로 콘텐트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모범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싸이는 브라운아이드걸스가 히트곡 ‘아브라카타브라’에서 사용한 시건방춤을 리메이크하면서 이례적으로 안무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했다. 가뜩이나 창조경제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던 차에 싸이가 힌트를 준 셈이다. 그는 지금 지구촌에서 가장 비싼 코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