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 지구는 우주의 외톨이 아니다

우주 생명체를 찾는다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년인데 생명이 탄생한 건 약 35억~40억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는 들끓는 용암과 화산의 불바다와 혜성과 운석의 융단 폭격이 그치고 환경이 비교적 안정된 뒤 불과 몇 억년 지나지 않은 때다. 지구에서 이토록 이른 시기에 자연법칙에 따라 무생물로부터 생명이 발생했다면 우주의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인류가 떨치지 못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인가?

우리 은하(은하수) 내에 지구와 크기가 비슷한 행성은 몇 개일까? ‘최소한 170억 개’다. 1월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가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관측자료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09년 발사한 케플러의 임무는 지구형 행성을 찾는 것이다.

그런 행성은 목성처럼 가스로 이뤄진 게 아니라 지구처럼 바위로 이뤄진 것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위치는 지구처럼 엄마 별(태양)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태양계를 보아도 금성은 납이 녹아 내릴 정도의 불바다고, 화성은 황량한 얼음 지옥이다.

외계의 거대 구조물 찾는 ‘메가 프로젝트’

케플러 망원경은 미리 선정한 15만개의 항성을 대상으로 그 주위 행성의 크기와 움직임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았다. 시야각이 10도로 기존의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훨씬 넓고 특정 성계를 집중 관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케플러가 1월까지 찾은 지구형 행성 후보는 2740개에 이른다. 4월 18일엔 생명체가 살기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보이는 행성 3개를 새로 찾아냈다는 발표가 나왔다. 2개는 1200광년 떨어진 거문고 자리, 1개는 2700년 거리의 백조자리 근처에서 발견됐다.

NASA의 케플러 미션 연구책임자인 빌 보루키 박사는 발표 자리에서 “2017년 ‘통과 외행성 탐사 위성(TESS·별명 케플러 2.0)’이 가동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생명체의 거주 가능성에 정작 중요한 단서는 대기가 어떻게 구성돼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산화탄소·물·산소가 있으면 가능성이 커지며 만일 엄청나게 복잡한 화합물이 확인되면 세계적 뉴스가 된다. 그는 “만일 프레온(염화불화탄소)이 발견된다면 이는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해당 행성의 빛보다 엄마 별에서 나오는 빛이 수십 억배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과업은 아니다. 사실 10년 전 NASA엔 두 종류의 각기 다른 기술을 이용해 외계 행성의 대기를 연구할 ‘지구형 행성 탐사선(TPF)’ 프로젝트가 있었다.

당시엔 자금 부족으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외계 행성 발견의 혁명’이 일어난 요즘은 다르다고 보루키 박사는 본다. 그는 “언젠가 이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외계 생명체 탐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대기를 조사할 단계가 반드시 온다”고 강조했다.

외계에 생명체가 있다면 지구보다 훨씬 앞선 것일 가능성이 있다. 우주의 나이는 137억년인데 지구의 나이는 46억년도 채 되지않기 때문이다. 인류는 불과 수백 세기 만에 우주에 탐사선을 보낼 정도로 진화했다. 인류보다 수십 만년, 수백 만년 앞선 외계 문명이 있다면 무엇을 만들었을까.

행성 크기의 발전소, 항성 전체를 둘러싼 구, 태양계 크기의 컴퓨터….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탐사하는 과학자들이 요즘 찾는 대상이다. 외계 인공물의 단서를 찾는 3건의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 중이라고 4월 초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가 보도했다.

이를 후원하는 것은 지난해 미국 템플턴 재단이 공모한 ‘뉴 프런티어’ 프로그램이다. 너무 사변적이라서 정상적으로는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프로젝트 3건을 승인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어 주립대 연구팀은 ‘다이슨 구’에서 나오는 폐열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는 1960년 프리먼 다이슨이 발표한 개념이다. 선진 문명은 자기네 태양계를 완전히 둘러싸 그 에너지를 모두 이용하고 바깥쪽으로는 폐열에 해당하는 적외선을 복사할 것으로 그는 추정했다. 이런 일이 누적적으로 진행되면 은하 전체가 빠르게 어두워질 것이다. 연구팀은 2009년 발사된 광역적외선탐사망원경(WISE)과 2003년 발사된 스피처 우주 망원경의 자료를 재분석할 계획이다. 적외선으로는 크고 밝게 보이지만 가시광선 대역에서는 보이지 않는 은하를 찾는 것이다.

외계 전파 분석하는 SETI 프로젝트

다른 두 건의 프로젝트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자료를 통해 상대적으로 작은 인공물을 찾을 예정이다. 2009년 발사된 케플러는 태양계 근처에 있는 항성 15만개의 밝기 변화를 조사해 행성을 탐사한다. 행성이 별 앞으로 지나가면 빛을 가리는 현상을 근거로 이미 수천 개를 찾아냈다.

미국 하와이대와 UC버클리의 연구팀은 “자연 현상이라고 설명되지 않는 괴짜가 있는지를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빛이 흐려지는 패턴이 비정상적인 경우가 주된 대상이다. 프린스턴대의 또 다른 팀은 약간 다른 접근법을 택한다. 예컨대 대형 가스행성이 항성 앞으로 지나가면서 빛을 가리면 케플러는 그 형태까지도 추정할 수 있다.

“만일 목성 크기인데 직사각형 형태라면 그것이 지능의 산물이라는 점이 분명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한다. 물론, 이상한 현상이라고 해서 모두가 외계문명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결국 자연현상으로 판명되는 경우에도 이런 연구는 가치 있다. 외계에 무엇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인류는 새로운 관점을 갖는 것이다.

외계에 생명체가 있다면 그중에는 우주를 향해 전파신호를 발사할 정도로 발전한 문명도 있을 것이다. 혹시 지금도 그런 전파가 지구에 오는 건 아닐까. 이 같은 의문을 직접 해결하려 한 것이 1992년 NASA에서 시작한 외계지능탐사(SETI) 계획이다. 세계 도처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수천 개의 표적 항성(사실은 항성에 딸린 행성들)을 대상으로 외부의 지성체가 보내올지 모를 무선 신호를 탐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는 ‘성과가 없이 돈만 쓴다’는 이유로 1996년 종료됐지만 1984년 설립된 민간기구인 세티연구소(SETI INSTITUTE·www.seti.org)는 지금도 NASA와 미국 과학재단 등의 후원과 전 세계 과학자들의 참여 속에 활동을 계속한다. 외계지능 탐사와 관련해서는 세티연구소의 천문학자 세스 쇼스탁(Seth Shostak)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했다.

2010년 8월 BBC 뉴스에서 그는 “우리가 접하게 될 전파는 우리 같은 생명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보낸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전파 신호를 보내고 우주 여행을 하는 단계에 이른 문명은 결국 인공 지능을 만들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자신이 금세기 내에 이뤄낼 일도 그것”이라며 외계 문명 역시 그럴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세티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SETI 프로젝트는 지금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