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순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대중성 때문인지 시중에 이순신과 관련된 단행본이 500편 넘게 나와 있다. 박종평의 『흔들리는 마훈, 이순신을 만나다』라는 책 역시 그동안 선을 보인 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묻고 싶을 것이다.이 책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특징은 저자가 한 인물을 사모한 나머지 대상을 깊게 파고 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마디로 내공이 물씬 느껴진다. 다른 한가지는 독특한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순신이란 인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다룬 드문 책이다.추천서를 쓴 박현모씨는 ‘이순신 리더십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로 “이순신이 훌륭한 분이라는 건 알겠는데, 과연 그런 리더십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바로 그런 질문에 답을 주는데 부족한 점이 없다는 것이다.저자는 열 다섯 가지 만남에서 해답을 찾았다. 사실 어떤 사람의 리더십의 뿌리를 추적할 때 어떤 만남이 그의 성품과 리더십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까를 추측하는 일은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후인들에게 큰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이 책은 이순신과 그의 스승에 대한 기록이다. 물론 이순신이 “이 분이 내 스승이다”라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가 남긴 기록 곳곳에 그가 본받으려 노력한 인물이 등장하고, 특정 저서를 읽고 고민한 흔적이 남아 있다.이순신을 군신(軍神)으로 만든 스승은 중국 최고의 병법가인 손자·오자·태공망·사마양저·위료자다. 백성과 아픔을 함께하고 백성의 삶을 돌보는 지혜를 나눠준 스승은 장량·제갈공명·전단·조충국·악비·이목·이강·유가다. 뿐만 아니라 압축적이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통찰력으로 리더십의 본질을 가르친 사람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 순자다. 이순신과 그의 스승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중국 고전의 핵심을 이해하는 기쁨까지 얻을 수 있다.이들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이순신에게 미친 영향을 살펴보자. 놀랍게도 제갈공명이 쓴 ‘후출사표’와 이순신이 쓴 두 번째 출사표의 마지막 단락이 똑같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두 사람의 일생에 공통점이 너무나 많다. 각자의 운명을 예감한 뒤에 하늘에 기도하는 모습이나, 한창 나이인 54세에 전쟁터에서 삶을 마감한 점, 충무공이란 똑같은 시호를 사용한 점이다. 사후에 제갈공명은 천재 전략가로 남았고 이순신은 군신이 됐다.흔히 이순신을 병법이 능한 인물로 생각하지만 실상 그는 지독한 책벌레였고 엄청난 사색가였다. 성웅이란 이미지가 덧칠돼 범인과 딴판인 사람으로 이순신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난중일기』에는 이순신이 술을 많이 마신 나머지 크게 취했다는 내용이 종종 등장한다. ‘대취해 돌아와서 밤새도록 토했다.’ 혹은 ‘취해 대청에서 엎어져 잤다’라는 표현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본다.이항복이 쓴 『충만사기』에는 이순신의 아들들이 ‘누군가 부친을 모함했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이순신이 자식들에 말한 내용이 전해져 내려온다. ‘만일 누가 묻거든 너희들은 그의 공로를 말할 일이요, 단점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 음해에 맞대응을 할 게 아니라 상대방의 공로를 말해 모함을 부채질하지 않도록 당부한데서 이순신의 됨됨이를 엿볼 수 있다.이순신은 부하를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가졌고 이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같은 삶의 자세는 책을 통해 만난 한나라의 개국 공신 장량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병법에 관한 한 이순신은 기원전 6세기의 인물인 손자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이순신이 전쟁에서 손자병법을 적절히 활용한 걸 알 수 있는 기록은 많다. 1594년 11월 28일 일기 이후에 적힌 메모에는 이순신이 손자병법에 정통하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하는 문장이 등장한다.‘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고,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질 것이다. 나를 모르고 적도 모르면 싸울 대마다 패할 것이다. 이는 만고의 변함없는 이론이다.’ 저자는 이순신이야말로 손자병법을 넘어서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활용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현대인들에게 알듯 말듯한 손자병법을 읽기보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임진장초』를 읽고 사색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