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통합위원장으로 불러주세요.” 류한국(59)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지난해 6월 취임하자마자 공사가 절전경영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그 뒤로 ‘녹색경영 및 녹색생활 실천’ 환경부 장관상을 받았다.올해에도 3월에 ‘지하철서비스 부문 국가고객만족도(NCSI) 5년 연속 1위’를 시작으로 국가고객만족도 조사 전국 최초 5관왕 달성, 노사문화우수기업 선정 등의 영예를 안았다. 9월에는 안전행정부가 주는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1위, 공기업 복수노조 최초로 8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이라는 금자탑을 이뤄냈다.여기까지 오는 데는 ‘소통’과 ‘화합’을 내세운 류 사장 특유의 리더십이 한몫했다. 그는 ‘시민에게 행복을 주는 도시철도 구현’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절대안전’, ‘고객만족’, ‘사회공헌’이라는 3대 경영목표를 임직원들이 구현해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한때 대구철도공사 노조는 88일간이나 파업을 벌이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정도로 류 사장 입장에서는 버거운 파트너였다. 현재도 공사에는 민주노총 소속인 대구지하철노동조합과 국민노총 소속인 대구 도시철도노동조합 등 2개의 노조가 활동한다. 하지만 류 사장이 취임한 이래 공사는 한 번도 노사 분규를 겪지 않았다.이를 두고 지역 사회에서는 노사가 모두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대구도시철도공사의 노사 모두가 ‘소통’과 ‘화합’이라는 패러다임을 몸소 실천한 결과라는 것이다. 지방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노사 화합의 전통이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대구도시철도공사는 내년에는 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내년 말, 국내 최초로 모노레일로 운행되는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지하철 1·2호선이 많은 부채를 안고 있고, 지하철 3호선격인 도시철도 3호선은 안전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도 류 사장의 새로운 과제다. 11월 11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에 있는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공기업 복수노조 최초 8년 연속 무분규 달성 및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무엇보다 노조의 공이 컸다. 회사 입장에서도 시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현재 시점에서 뭘 해야 하는지 통찰력이 빛났다. 시민에게 안전한 교통 편의시설 제공을 우선시하고, 회사가 잘돼야 사원도 잘 된다는 인식을 노조측과 공유해왔다.”노사 화합이 그냥 주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올 초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사가 함께 태백산 산행을 했다. 그 외에도 노사한마당 행사와 체육대회, 소통과 화합을 위한 워크숍, 한마음음악회 등 노사가 함께 호흡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왔다. 여기서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명확한 목표의식을 공유했다.”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누구보다 직원들이 애를 많이 썼다. 공사는 소통과 화합 위에 서있는 조직이다. 직원들이 직장에 애정과 신뢰를 보내줬고, 시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노력해왔다. 2300여 명에 이르는 적지 않은 인원이 ‘시민에게 행복을 주는 도시철도’라는 깃발 아래 똘똘 뭉쳤다. 지난해 경북 경산 연장선 개통과 인력운영 효율화를 통한 경영 원가절감, 경영효율성 개선을 이뤄내 당기순손실 감소 등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지역 공기업 최초로 유니세프와 사회공헌 협약 체결3호선 개통 준비가 한창인 것으로 안다. 진척 상황은?“국내 최초의 신교통시스템인 3호선 모노레일 지하철은 내년 말 개통을 목표로 현재 81%의 진도를 보이고 있다. 공사에서는 3호선 TF팀을 구성해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와 함께 건설단계에서부터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만전을 기해왔다. 최적의 시설과 장비를 투입하고 있으며, 개통에 필요한 운영인력 확보와 교육훈련, 기술축적 등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3호선 개통 일정에 맞춰 올해 198명의 인력을 채용했으며 내년 초에도 198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시민에게 환영 받는 3호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모노레일 방식이라 안전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데, 문제가 없나?“처음 선보이는 시스템이라 불안해 보이는 것 같다. 물론 새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도시철도가 도심을 관통하는 데다 지상에 건설되다 보니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서울·인천·용인의 경전철과 달리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은 모노레일만 있는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될 예정이지만 개통 후 2~3년간은 기관사 자격증을 가진 안전요원 1명을 전동차 내에 배치해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예정이다. 또 출퇴근 시간대엔 직원을 철도 역사에 배치해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할 예정이다.”공기업으로서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데?“지역 공기업은 주민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사 내의 ‘참사랑봉사단’은 무료급식 활동, 고아원과 양로원 봉사활동, 중증장애인 목욕 등 봉사활동을 등을 펼치면서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실천해오고 있다. 특히 건축과 직원의 경우 ‘무료 집 고쳐주기’ 등 재능기부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한국위원회와는 철도 유관기관 및 지역 공기업 중 처음으로 사회공헌 협약을 맺었다. 매달 직원들이 각각 1000원씩 총 210만원의 기금을 조성해 전 세계 빈곤아동의 후원사업을 지원한다.”회사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이유는?“노사간 소통과 화합을 통한 내부 만족도를 제고하는 게 곧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남을 배려하기가 쉽지 않다.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시행하고, 부서장과 직원 간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네임데이 행사를 열기도 한다. 또 직종과 직급별 벽을 허물기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는가 하면 노사합동으로 등반대회를 개최해 꾸준히 결속력을 다져오고 있다. 이런 행사를 기반으로 노사가 함께 외부로 나간다. 노사합동 무료급식 봉사, 쪽방촌 및 어린이 단체 지원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취임 후 개인적으로 가장 주력해온 경영철학은 무엇인가?“대구도시철도공사의 존재가치와 의미는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 우선이다. ‘절대 안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각종 기술과 운용시스템도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채용한다.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이 행복하다면 그것이 바로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한다.”공사가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각오와 포부를 말해달라.“무엇보다 도시철도 3호선의 성공적 개통이 우선이다. 또 2016년 1호선 서편 연장선 개통 및 1호선 하양 연장 구간 건설 등 광역도시철도망을 차질 없이 확충해나갈 것이다. 대구지하철은 지난 2003년의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지금까지 안전도 개선사업에만 대략 460억원을 투자해왔다. 안전한 도시철도, 사회공헌 하는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다지는 데 힘을 쏟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