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바뀐 변속기 달고 질주 채비

시트로엥 DS4 2.0 HDi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고전하는 이유가 뭘까?” 시트로엥의 고민거리다. 프랑스 시트로엥은 유럽에서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 중 하나다. 핵심 모델인 DS 시리즈는 탄탄한 주행성능과 독특한 디자인, 뛰어난 연비로 세계 시장을 호령한다. DS5는 프랑스 대통령 의전 차량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국내에는 DS3~5 시리즈가 소개됐다. 모두 흥행에는 실패했다.


▎1. 넓은 시야와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실내. 2.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를 이룬 계기판.
수동 메커니즘을 적용한 EGS 자동변속기가 주된 원인이다. 저속에서 고속으로 올라갈 때 ‘덜컥’하는 변속충격이 있다. 아직 국내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었다. 시트로엥의 돌파구는 DS4 2.0 HDi다. 2012년 출시한 DS4 1.6 HDi의 후속 모델이다. EGS를 포기하고 일반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새로운 주행감을 주는 신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했다.

변속기 하나 바꿨을 뿐인데…

시트로엥의 EGS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변속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운전을 정말 잘하는 운전자가 수동기어로 차를 모는 느낌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이 설명이다. 덕분에 눈으로 믿기 힘든 뛰어난 연비를 자랑한다. DS 시리즈의 막내 DS3의 연비는 L당 20km가 넘는다. 문제는 변속 충격이다. 유럽은 아직도 상당수의 차가 수동기어를 사용한다. 시트로엥의 EGS를 사용했을 때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초반 가속 때 RPM(분당 엔진 회전수) 2000 전후로 가속페달에서 발을 살짝 뗐다가 밟으면 부드럽게 속도가 붙는다. 하지만 한국은 대다수 운전자가 자동변속기에 익숙하다. 기존 습관대로 가속패달을 밟으면 제 타이밍에 변속이 되지 않고, 웅~ 하다가 ‘덜컥’ 하는 충격이 생긴다. 물론 기존의 아날로그 감성의 변속 느낌을 선호하는 운전자도 있지만, 이는 극히 소수다.

결국 시트로엥은 DS4 2.0 HDi에 일반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덕분에 그간 가장 큰 불만이었던 변속충격이 사라졌다. 1997cc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최대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34.6kg.m의 힘을 발휘한다. 특히 초반 가속력이 인상적이다. 이 차는 비교적 낮은 2000rpm에서 최대토크가 걸리도록 만들었는데 덕분에 저속에서 치고 나가는 맛이 좋아졌다.

수치에서 나타나듯 다른 2000cc급 독일 디젤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핸들링과 서스팬션 역시 훌륭하다. 그간 변속기 문제로 빛을 발하지 못했을 뿐, DS 시리즈는 코너링이 안정적이고 날렵한 차다. 힘이 넘치는 디젤엔진과 조화를 이루며 역동적 주행감을 준다.

명불허전 디자인

DS4는 프랑스식 감성과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DS 시리즈 중에서도 디자인 선호도가 가장 높은 모델이다. 2011년 62개국, 6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참가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 투표에서 1위에 올랐던 적도 있다. 쿠페의 날렵함과 세단의 우아함, 아기자기한 장치들이 잘 녹아 든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신형 DS4의 외관은 전작과 거의 동일하다. 고급스러움과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바퀴를 17인치에서 18인치로 늘렸다. 내부에서는 바뀐 기어박스가 눈에 띈다. 변속기를 바꾸면서 기아박스의 형태도 변했다. 손잡이 부분이 작고 동그란 형태다. 작은 변화지만 차 내부 전체 분위기와 센터페시아의 느낌을 확 바꿔 더욱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차에 앉으면 넓은 시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일반 자동차 앞 유리의 햇빛 가리개 부분을 2단으로 접었다 펼 수 있다. 접었을 때는 그만큼 유리가 나타나며 시야가 넓어진다. 운전석에 앉아서 하늘을 볼 수 있을 정도다. 대형 세단이나 SUV보다도 시야가 더 좋다. 고급 소재로 만든 시트 디자인도 훌륭하다. 시트가 사람을 옴폭하게 감싸는 형태다. 또 가운데 센터페시아가 다른 차들에 비해 높아 독립된 공간의 느낌을 전달한다. 운전석 시트에는 안마기능이 포함돼 있어 장시간 운전에 지친 근육을 풀어준다.

가격 경쟁력은 미지수

“변속기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수동의 감성이 담긴 변속기”입니다. 그간 시트로엥의 설명은 공허했다. DS4 2.0 HDi의 등장으로 ‘변속충격 없는 차를 못 만든 게 아니라 안 만든 것’이라는 걸 입증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미지수다.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했는데, 시크는 4190만원, 소(So) 시크는 4320만원이다.

“가격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는 시트로엥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소비자 판단에 달렸다. 시트로엥은 2014년 초 C라인을 들여와 국내 시장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14년 DS4가 기대만큼의 판매를 보인다면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시트로엥의 약진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