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피어나는 집 - “자연과 이웃이 친구되는 집”

강원도 홍천 문상준·이승혜 부부의 ‘꼬마열차집’


▎햇살 투명한 산골의 한낮, ‘꼬마열차’집 거실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집주인 문상준 씨와 딸 채은 양.



집은 나를 숨기는 곳이다. 복잡한 세상에서의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고 나 혼자의 맨 얼굴로 마주하는 곳이다. 바깥세상에서 돌아와 허름한 옷을 갈아입고, 나만의 세상과 조우하고 싶은 욕망은 그 집에서 완성된다.

그곳에서는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정신줄을 당기지 않아도 된다. 굳이 멋쩍은 미소를 짓지 않아도, 입을 가리고 하품하지 않아도 된다. 유독 체면을 중시하는 이 나라에서 나이를 먹을수록 도시를 벗어나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고픈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집은 예뻤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사랑스러운 집, 귀여운 집, 다소곳한 집이었다. 주머니가 얇은 사람들에게도 그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착한 집이라 여겨졌다.

서울토박이 문상준(43·조각가) 씨가 강원도 홍천군 갈골마을에 1년 전에 지은 동화 속의 집 같은 ‘꼬마 열차집’을 보고 느낀 소회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강원도 심심산골의 산세와 풍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 방문객의 마음도 편안해졌다.


▎칡이 많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갈골마을. 집 주변의 계곡에서는 물놀이와 카약을 즐길 수 있다.
홍천강의 발원지인 원시림 속 미약골, 때묻지 않은 비경으로 소문난 용소계곡, 가령폭포 등이 내뿜는 천혜의 아름다움이 이 작은 집을 감싸고 있다. 문 씨는 아내 이승혜(35) 씨를 만나 첫눈에 반해 사랑을 고백했던 순간처럼 1년여 전에 이곳에 처음 들렀을 때 마음을 홀딱 빼앗기고 말았다.

숲을 닮은 집

쭉쭉 뻗어올라 장관을 이룬 낙엽송과 잣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고, 칡이 많다 해서 붙여진 갈골마을. 이곳에 문씨·이씨 부부는 1년여 전 412.5㎡(125평)의 땅을 구입해 자신들의 집을 지었다. 서울시청에서 110㎞거리, 북부간선도로와 6번 국도를 타고 자동차로 1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누구보다 여행을 좋아하는 문씨 부부에게 이곳은 특별한 장소였다. 문씨는 사랑하는 아내와 세 살배기 딸 채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고 싶어 이곳에 주말주택을 짓기로 결심했다.

30∼40대인 두 처형 부부도 문씨와 뜻을 같이해 힘을 보태줬다. 매주 주말이면 이들 세 자매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서 함께 어울리며 ‘사는 재미’를 만끽한다. 아파트에서 살면서 텔레비전이나 게임기만 갖고 놀던 아이들은 이곳에서는 이웃집 꼬마들뿐만아니라 자연과 친구가 된다. 25개의 전원주택 필지로 조성된 마을의 도로지분으로 10%를 내주고 나니 대지로는 372㎡ (112.5평)을 쓰게 됐다. 평당 가격은 45만 원 꼴이었다.

앞뒤 좌우의 계곡을 따라 산이 병풍을 치고 있어 주변은 깊고 아늑한 느낌을 주고, 하루 종일 햇빛이 놀다가는 남향이어서 이들 부부의 마음을 잡아 끌었다. 관할 군청은 귀촌인들의 정착을 돕는 명목으로 건축비 250만 원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내 맘에 꼭 드는’ 집을 만들어줄 설계사를 찾느라 여기저기를 수소문한 끝에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짓고자 하는 집의 컨셉트를 잘 이해하는 건축사를 찾아냈다. 작은 집을 야무지게 잘 짓기로 소문난 16년 경력의 한 여성설계사였다.

“저는 숲 같은 집을 만들고 싶어요. 숲은 사람에게 치유와 자정의 능력을 부여하고 말없이 스스로 가르침을 얻는 곳, 무언가 영감을 얻는 영혼의 쉼터 같은 곳이잖아요.” 홍진희 스무숲 건축사무소장의 얘기를 듣자 문씨 부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집은 또 다른 나”라고 말하는 그에게 조건을 달지 않고 집 설계를 맡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홍진희 소장이 평소 스무 채의 숲이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것을 평생 소망으로 삼아 사무소 이름도 스‘ 무숲’이라고 했으니 그야말로 천생연분이 됐다.

“사람으로 태어나 한 생을 살아내는 공간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을 평소 작업을 통해 보여 주고 싶다”는 자신감이 문씨 부부의 마음을 붙들었다. 얼핏 멋지고 화려한 호화주택을 떠올릴 수 있으나 그에게는 자연과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전원주택 단지는 단지 안의 집들이 일정한 통일성을 가져야 자연의 멋을 해치지 않고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 단지에는 이미 여러 채의 다른 집들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지어졌다. 문씨의 작은 집도 가급적 간결하고 담백한 분위기로 마을의 아름다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적은 돈으로 지어야 하니 건축 공기가 짧은 건식 공법의 경량목구조 주택을 짓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났다. 철근 콘크리트를 쓰는 구조물은 콘크리트 건조 시간 등이 필요한 습식공법인데 비해 북미산 더글라스파를 쓴 이 경량목구조 주택은 문씨네 같이 작은 집을 짧은 기간에 짓기 원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라는 것이다.

▎길다란 직육면체 모습을 한 집의 측면에 자리한 현관과 바비큐용 땔감을 쌓아두는 공간. 마당에 깔아놓은 검은색 쇄석과 흰색 벽이 산뜻하게 어울린다.



아이들의 상상력 자극하는 ‘창’

숲 속의 삶을 지향하는 집인 만큼 당연히 자연과 만나는 접점이 많도록 설계의 방향을 잡았다. 집 밖으로 나가 자연을 즐기는 것은 물론이지만 쉴 때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어느 방이나 거실에서도 하늘을 바라볼 수 있고 바람과 햇볕을 쬘 수 있도록 했다.


▎동화 속에서나 봄직한 ‘꼬마열차’집의 앞마당에서 놀이에 열중하는 세 살배기 딸과 아빠. 마당 한켠에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그릴과 식탁, 벤치가 보인다.
또 휴식을 목적으로 한 주말주택이므로 ‘대지의 크기에 상관없이 일상의 집과는 다른 작은 규모의 집’, ‘꼬마들을 배려한 상상의 공간이 가득한 집’, ‘집안 어디에서든지 서로의 존재와 움직임을 확인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의 구성으로 가족간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집’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대지가 넓다고 욕심을 내 집을 크게 지으면 관리에 부담감을 느껴 다시 아파트로 생활공간을 바꾸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다.

설계사와 건축주가 공감을 하고 나니 집 짓기에 탄력이 붙었다. 토목공사, 기초공사, 경량 목구조공사, 방수공사, 지붕공사 등 20개 공정이 2개월 만에 끝나고 마술을 부리듯이 ‘꼬마열차집’이 탄생했다. 설계 목적과 방침에 가장 부합하는 것을 꼽으라면 집안 곳곳에서 바깥을 내다볼 수 있고 또 내부에서 각각의 공간을 볼 수 있도록 한 다양한 창문이었다. 이 집을 보고 있노라면 외부와의 바람길을 이어주는 창이 건축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차지하는지 새삼 느낄 정도다.

‘꼬마열차’는 단절과 소통을 담당하는 창문의 존재감이 맘껏 빛을 발하는 집이다. 열차를 타고 숲을 지나칠 때처럼, 앉아서나 드러누워서나 바깥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집안 곳곳에 배치된 공간이 마치 유럽식 침대열차 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여서 이 집에는 ‘채은이네 꼬마열차’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 창들이 각각의 풍경을 담고 있어 그림 액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직사각형 창틀보다는 비정형의 운치를 살리거나 작은 크기의 봉창이 눈길을 끈다. 이 창들은 으레 있어야 할 곳에 있기보다 예상 밖의 장소에 뚫려 있어 집 안팎을 연결해준다. 숨바꼭질을 하는 꼬마들에게 이 집은 요술상자같이 보일지도 모른다. 창 밑에 몸을 숨기면 건너편 창 밑을 훤히 볼 수 있어 신통방통이다. 설계자는 집안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행복한 놀이공간을 만들어두었다.

메타세콰이어 나무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황토색 나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현관과 부엌에 이어 거실이 막힘 없이 한눈에 들어왔다. 순백의 공간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집이 작지만 전혀 작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 집이 정말 건평 64.61㎡(약 19.6평·연면적은 106.14㎡=32.2평)에 지어진 집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1 거실에서 내다보는 뜰과 바깥 마을 정경. 오른쪽에는 햇살을 받으며 책을 볼 수 있는 붙박이 평상이 설치돼 있다. 2 2층 아이들 방의 2층 침대. 긴 창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이 마치 액자에 담긴 그림 같다. 3 부엌은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다가도 문득문득 창문 밖을 내다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4 2층으로 올라가는 북미식 좁은 계단. 공간사용이 효율적이다.

1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의 공간을 활용한 욕실. 집 크기에 비해 꽤 큰 원형욕조로 아이들이 물장구도 칠 수 있게 했다. 2 밤에는 하늘의 별을 올려다볼 수도 있고, 아래층 거실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창을 낸 다락방.



한밤중 다락방에 누우면 별이 보인다

집안의 공간을 자유롭게 흐르는 클래식 선율이 시원함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듯하다. 그 선율은 2층 높이까지 뚫려있는 거실 천정을 휘감아 도는 듯이 들린다. 또한 환하게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니 사람들의 마음도 한결 유쾌지는 듯하다. 문씨는 “원하는 음악을 마음 놓고 볼륨을 키워놓고 들을 수 있어 주말이 늘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부엌의 천정 높이의 두 배쯤 돼 보이는 거실의 천정(층고 5.8m)은 집 전체의 높이까지 올라가 있고 그 천정 부분을 뺀 나머지 공간에 이층의 방과 거실, 다락방이 빙 둘러 앉혀 있다. 아래층 공간 곳곳의 층고(높이 2.3~5.8m)가 각기 다른 탓인지 공기의 흐름에도 왠지 변화된 리듬이 일렁이는 듯 느껴진다.

작은 집에 어울리게 의도적으로 좁게 만든 계단과 작은 방문들도 틀에 박힌 생각에 작은 파문을 던진다. 그동안 작은 것의 아름다움에 눈을 감고 있었다는 생각이 스쳐가는 것이다. 작은 집의 이층으로 가는 계단은 두 개다. 좁은 두 개의 계단이 거실 양쪽 끝에 다소곳이 숨어 있다. 한쪽은 아이들 방으로 또 다른 쪽은 다락방으로 향하는 계단이다. 그러고 보니 다락방의 미닫이 문을 닫아 놓는다면 이 집에서는 훤히 트인 아래층 공간과 두 개의 위층 공간, 즉 모두 3개의 공간이 독립성을 갖게 된다.

하지만 원할 경우 작은 창문들을 통해 각 방에서 부엌에서 엄마는 무슨 음식을 하는지, 거실에서 아빠는 무슨 작업을 하는지 금세 확인할 수도 있다. 다락방의 미닫이 문을 열어놓으면 곧장 2층 거실과 아이들 방으로 이어지는 복도가 생겨나 개방감이 높아졌다. 또 좁은 계단과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공간을 산책하는 듯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도 가족의 존재를 수시로 느낄 수 있는 공간 배치를 보면서 설계 전문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2층의 아이들 방 옆 작은 거실 한쪽에 설치된 벤치형 의자는 다락방으로 가는 미니 계단으로도 쓰인다. 작은 집의 소품이나 벽, 문이 각기 다양한 용도를 갖고 있다. 1층에서 위층으로 오르는 한쪽 계단 밑에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원형 욕조가 자리하고 있다. 채은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 물장구를 칠 수 있는 공간이다.

계단 밑이라 분위기가 어두울 거라 예상했지만 한쪽 벽이 유리로 처리돼 목욕하면서도 밖의 자연풍경과 햇살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계단 오르막 끝 다락방으로 진입하는 이층 한쪽 나무 벽도 활짝 열어젖힐 수 있는 창문 역할을 겸해 한여름에는 집안 전체에 시원한 바람길을 터줄 수 있을 것 같다. 층고가 1.5m로 낮은 다락방 천정에도 유리 창문이 달려있어 한밤중엔 누워서 밤하늘의 달과 별을 감상할

수 있다.

아이들 방에 놓은 이층침대 역시 좁은 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해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구실을 한다. 또 벽의 곳곳을 도려내 장식품을 놓을 수 있는 선반이나 벤치를 만든 것도 색다른 멋을 준다.

이 집의 외벽은 요즘 젊고 감각이 있는 건축주들이 선호하는 흰색 아크로플렉스(Akro Flex)를 뿌려마감했다. 이 소재는 돌가루 입자가 섞여 있어 오톨도톨한 입체감이 나는 데다 세련미가 돋보인다. 침습에 안전한 컬러강판을 쓴 은회색 금속 지붕, 집 내부의 돌출되지 않은 몰딩(건축이나 공예 따위에서, 창틀이나 가구 따위의 테두리를 장식하는 방법)과 매입된 홈통(물이 흐르거나 타고 내리도록 만든 물건), 걸레받이, 숨은 듯 배치된 조명과 콘센트 등 집 곳곳의 디테일이 깔끔해 고급스러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고가의 주택이 아닌데도 시공자의 섬세한 안목이 엿보인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북미의 목조주택을 닮았지만 디자인과 뒷손질은 세련미를 더해준 듯하다.

설계와 시공을 책임진 홍씨는 “건축가의 입장에선 선 하나 긋는 작업도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하는 결과가 될까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건축비로는 3.3㎡(1평)당 485만 원이 들었다. 설계비는 건축비의 10%선이었다. 담이 없는 갈골마을의 꼬마열차집은 정원 양쪽에 집 전체 구도에 안정감을 주는 두 개의 공간을 설치해 담의 역할을 대신하다. 한쪽 끝에는 바비큐그릴을 가운데 두고 등 높은 벤치를 빙 둘러 편안하게 둘러싸인 듯한 위용감을 주었다.

맞은편 마당 끝에는 외부인들이 보면 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원 공구를 들여놓는 창고와 빌트인(built-in: 집이나 사무실 따위에 필요한 각종 기기나 가구 따위를 건물에 내장하는 공법) 평상을 함께 맞물린 작은 별채여서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

절약형 난방시설로 난방비 아껴

마당에 면한 집 벽의 한쪽에는 벤치형 의자가 붙어있어 나무장식 기능을 하면서도 어디서나 바람과 햇빛을 받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현관문에 사용된 거친 감촉의 세콰이어 나무 목재는 검붉은 나뭇결이 그대로 노출돼 빈티지한 느낌이 슬쩍 가미돼 있다. 가끔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맹추위가 몰아치는 이 산골 마을의 난방은 절약형 ‘에스로 난방시설’이 담당한다. 열 확산력이 높다는 이 난방시설은 초기비용이 300만 원 더 들지만 기름의 소모량을 절반가량 줄여주는 절약형이다.

한겨울인데도 충분한 단열재를 쓴 덕분인지, 햇볕이 가득한 이 ‘꼬마열차’는 마치 봄이 오는 길목 어디쯤에서 졸음을 즐길 수 있는 한가로운 느낌을 준다. 마당에 깔아놓은 검은색의 쇄석들이 하얀 집과 잘 대비돼 운치를 더해준다. 집주인들이 주말이면 이곳에 찾는 날이 1년을 헤아린다. 아이들은 종일 텔레비전과 게임기에 매달려 있던 이전의 꼬마들이 아니다. 더 이상 손님 맞이에 바쁜 부모 곁에서 이것저것 요구하며 졸라대지도 않는다.

한참 후 ‘아이들은 어디 갔나’ 찾아보았더니 서너 건넛집에서 할머니에게 의젓하게 말참견을 하고 있었다. 거기 그 또래의 조무래기 3~4명이 몰려들어 자연스레 놀이가 시작됐다. 그들 손에는 마른 나뭇가지, 흙과 모래, 자갈, 군 고구마 등이 쥐어져 있다.

맑은 미소를 가진 안주인 이승혜 씨는 “아이들이 거리낌없이 담 없는 이웃집을 넘나들며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훨씬 단단해지고 밝아진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대문을 나서면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와 몇 년이 지나도 옆집 사람과 교류가 없는 아파트 생활과는 지 차이임을 느낀다고도 덧붙였다. 이씨 부부는 “아이가 더 크면 적어도 초등학교만은 서울을 벗어나 이곳에서 다니게 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지난여름에는 마을 한가운데 마당에 마을 주민들이 각자 먹을거리를 갖고 모여 모닥불 파티를 하기도 했다. 더울 때는 근처 계곡에서 카약 타기 등 물놀이를 즐기고, 겨울에는 썰매를 타느라 마을 주변에서는 함성과 웃음소리가 그칠 날이 없단다. 근처 매화산에 조성된 늪지 생태 체험장도 아이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놀이터이자 자연 학습터가 된다.

문씨는 마당에서 천진난만하게 흙장난을 하며 깔깔 웃는 딸과 아내를 지켜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아내와 딸은 방랑자처럼 떠돌던 나를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게 했지요.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집에서 오래오래 잘 살 겁니다.” 산과 들, 나무를 닮아가려는 순한 사람들과 만나고 ‘꼬마열차’에 마음을 빼앗긴 손님에게도 느긋한 평화로움과 유쾌함이 찾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