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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서가 ‘원톱’이 될 수 있겠어?”국밥집에서 일하던 보리가 한복을 만드는 재능을 발견한 이후 라이벌과 한복 만드는 경합을 벌이는 이야기 전개는 드라마 <대장금>이나 일본 만화 <초밥왕>을 연상케 하고, 보리와 재화의 알콩달콩한 러브 스토리는 로맨틱 코미디 뺨친다며 젊은층이 좋아한다.보리는 원래 한복 명인이 운영하는 ‘비술채’의 외동딸 장은비지만, 어린 시절 사고로 기억을 잃고 가족과 헤어진 채 전남 장흥의 양어머니(황영희) 밑에서 자란다. 보리의 의붓언니인 연민정(이유리)은 드라마의 전개를 이끄는 악녀다. 연민정은 신분상승을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고, 그 과정에서 연민정이 낳고 버린딸 비단이(김지영)를 보리가 거둬서 키운다. 드라마 후반부에서는 보리가 비술채의 잃어버린 딸이라는게 밝혀지고, 연민정의 음모가 서서히 드러난다.오연서는 “드라마 결말이 나도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당일에 깔끔한 단발머리에 고급스러운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오늘 의상은 보리 치곤 너무 예쁜 옷 아닌가?“보리가 이제 부잣집에 시집 갔으니까(드라마 후반부에 보리는 재화와 결혼했다). 그런데 나도 초반부에 보리가 뽀글 머리를 하고 작업복 같은 걸 입고 나왔을 때가 더 좋았다. 정감도 가고, 사실 그때가 그립다.”
요즘 쉴 틈이 없을 것 같다.“당일 촬영할 대본이 그날 점심때쯤 나온다. 정신없이 대사 외우고, 리허설하고, 촬영하다 보면 훌쩍 새벽이 된다. 그래도 하루에 네 시간 이상은 잔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확실히 몸이 고돼도 힘든 줄 모른다. 우리끼리는 시청률 뽕 맞았다’고도 한다.”(웃음)
인기는 언제 실감하나?“음식점에 가면 ‘보리 왔다’며 주인 아주머니가 서비스 더 주실 때? 의외로 SNS 반응을 보면 젊은 사람들에게도 드라마가 인기 있어서 놀란다. 미용실에서 머리해주는 젊은 헤어 디자이너들이 ‘드라마 잘 보고있다’고 할 때도 그렇고. 아, 경남 창녕에 사시는 할머니는 나 때문에 동네에서 슈퍼스타가 됐다고 하신다.”
극중의 보리는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그런데 오연서씨가 경상도 출신이라고 해서 놀랐다.“창녕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공무원인 아버지와 할머니는 창녕에 사신다. 엄마만 내 뒷바라지 때문에 서울에 오셨다. 김순옥 작가가 처음에는 ‘초반에 몇 회만 보리가 전라도 사투리를 쓸 예정이고, 좀 지나면 서울말을 쓸 것’이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속았다는 느낌도 든다.(웃음) 본격적인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두 달 정도 전라도 출신인 분에게 ‘사투리 과외’를 받았다. 길어질 때는 하루에 네 시간까지도 받았다. 그렇게 특별과외를 받았는데, 집에 오면 엄마가 경상도 사투리로 ‘밥은 뭇나’라고 하셨다.순식간에 과외 효과가 날아가는 느낌?(웃음) 지금도 드라마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전라도 분들이 보면 못한다고 느끼실 거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완벽한 ‘네이티브 전라도 사투’를 썼다면 시청자들이 오히려 피로감을 빨리 느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쓰는 사투리를 ‘전라도 사투리’가 아닌 ‘보리 사투리’라고 부르고 있다.”
외국말을 배우는 느낌이었을 것 같다. 외국어도 잘하나?“영어, 일어, 중국어를 모두… 배우긴 했다. 하하. 초반에 쉬운 걸 배울 때는 재미있게 하는데 조금만 어려워 지면 끈기 있게 버티질 못했다. 끈기가 없는게 단점이다. 내가.”
처음 드라마 시작할 때는 ‘50부작 주말극을 원톱으로 이끌기엔 오연서라는 배우가 너무 약하다’는 평가도 있었다는데, 어떻게 느꼈나?“맞다. 아직도 나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진짜 힘들었다. 김순옥 작가의 극본 자체가 너무 드라마틱하다. 우는 씬, 감정적인 씬이 많고, 딸을 키우는 모성 연기도 처음 해 보고. 연기가 생각하는 대로 안 돼서 속상할 때가 정말 많았다. 짜증나고, 촬영하기도 싫고 그랬다. 집에 울면서 들어간 적도 있다. 그런데 이제 드라마가 3주 정도밖에 안 남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아쉬움이 더 많다.”
진짜 보리 같은 사람, 어딘가에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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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드라마를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일단 열심히 한 작품이라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정말 치열하게 연기했다. 착한 역을 하다 보니까 눈빛이 처음보다 많이 착해졌다고 한다. 김순옥 작가는 직접 ‘당근과 채찍’을 주는 분이라 소통하면서 얻은것도 많다. 못했을 때는 직접적으로 성을 내기도 하고, 잘했을 때는 장문의 카톡을 보내서 칭찬해준다.”
김 작가는 등장인물의 이름에 캐릭터의 의미를 부여한다. 악역 ‘연민정’은 악행을 일삼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생각할 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속뜻이 있다고 들었다. 그럼 ‘보리’란 이름에는 무슨 뜻이 있나?“보리밥이라는 것이 쌀밥보다는 뭔가 질이 좀 떨어지는 것 아닌가. 쌀밥 못 먹을 때 보리밥 먹었던 것이고. 뭔가 좀 하찮은 것처럼 보이고, 천덕꾸러기 같기도 하지만 구수하고 정겨운 게 보리다. 극중에서 기억을 잃기 전의 진짜 이름은 ‘은비’지만, 나는 ‘보리’라는 이름이 좋다. 받침이 없어서 그런가. 사람들이 ‘보리보리’라고 불러주시는 것도 어감이 귀엽고 좋다.”
마음이 ‘비단결’ 같은 극중 딸 비단이도 있지 않나? 천연덕스럽게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비단이가 “어매는 인자 시집가서 행복해야 쓴게, 나가 사라져주는 것이 맞어”라며 몰래 가출할 때는 시청자들 눈물을 쏙 빼놨다.“비단이는 정말 예쁘다. 그리고 아역인데도 연기를 너무 잘한다. 내가 볼 때 비단이는 그냥 타고난 연기자다.”
<왔다! 장보리> 하면 연민정의 실감나는 악행 연기도 떠오른다.“민정 언니(이유리)는 정말 연기를 잘한다. 실제로는 정말 착하게 생긴 얼굴 아닌가. 그런데 연기를 하다보면 나도 때려주고 싶을 때가 있었다.”(웃음)
극중의 보리는 연민정을 용서했나?“용서라기보다는… 보통사람 같으면 연민정의 악행을 보고 ‘감옥에 보내거나 어떻게든 복수하겠다’고 이를 갈 텐데, 보리는 그보다도 스스로 뉘우치길 바라는 것 같다. 보리가 극중에서 연민정의 악행을 되짚으면서 ‘그러지 말라’고 협박을 하다가도 연민정이 ‘너네 엄마를 생각해봐’라고 역으로 협박하면 보리는 그냥 지고 들어간다. 보리 같은 인물이 분명히 어딘가에 실제로 있을 것이다. 남 생각하고, 희생하고, 이런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아마 많은 사람이 보리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할 거다. ‘쟤는 왜 저래?’ ‘어디가 좀 모자란가?’ 하고 생각하지 않을까.”
실제 성격은 보리하고 비슷한가?“그렇게 한없이 착하진 않다. 밝은 부분은 비슷하다. 그리고 나도 화를 잘 못 낸다. 화 내는 연기를 하고나면 손이 덜덜 떨린다.”올해 27세의 오연서는 연예계에 데뷔한지 벌써 12년이 됐다.2002년에 걸그룹 ‘러브(LUV)’ 멤버로 데뷔했지만 히트곡을 내지 못한 채 팀은 그해 말 해체됐다. 이후 오연서는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고, 계속 연기자 생활을 했지만 무명에 가까웠다.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2003~2005년)에서 주인공 옥림이(고아라)의 언니 역할을 했고, 영화 <여고괴담5>(2006년)에도 출연했으나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12년 전 ‘러브’ 멤버로 나올 때가 열다섯 살이었다. 어떻게 연예인이 된 건가?“친구 따라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나만 붙었다. 너무 상투적인가?(웃음) ‘러브’의 최종 오디션에 합격해서 창녕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특별히 ‘가수가 되고 싶다’거나 ‘연기자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이 있었던게 아니라 정말 동요 가사처럼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생각으로 연예인이 됐다.”
‘러브’라는 그룹은 어찌 보면 시대를 너무 앞서가서 실패한 것 같다. 배우처럼 예쁜 세 명의 여자멤버가 나와서 ‘열라 캡숑 예쁘지’라는 내용의 생뚱맞은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하하, 맞다. 요즘 잘나가는 걸그룹인 ‘오렌지 캬라멜’같은 느낌이었다. ‘러브’의 멤버 세 명이 지금은 모두 연기자로 활동(연기자 전혜빈, 뮤지컬 배우 이비)하고 있다. 아직도 자주 연락하고 친하게 지낸다. 활동할 때 내가 중학생이었기 때문에 언니들은 아직도 내가 마냥 어린애 같다고 한다.”
‘러브’ 멤버들은 <왔다! 장보리>에서 오연서의 연기를 어떻게 평가하던가?“물론 좋은 말만 해준다.(웃음) 연기 너~무 잘 하더라. 너~무 예쁘게 나오더라. 이런 류의 말들. 드라마가 잘돼서 기특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연서 네가 벌써 20대 후반이야?’ 이러면서 호들갑을 떨면 내가 ‘언니들 나이 든 것도 생각해야지’ 하고 받아친다.”
‘러브’ 멤버로 활동할 때 이름이 ‘오햇님’이었다. 예명이었나?“아니다. ‘햇님’이 본명이고, ‘연서’가 예명이다. 반대로 알고 계신 분이 많다.”
예쁜 본명을 바꾼 이유가 있나?“연기를 하는데 너무 어린 느낌이 들어서였다. 아역배우 이름 같기도 하고. 서른 살 넘었는데 ‘오햇님 배우’라고 부르면 좀 어색하지 않겠나?”(웃음)
부모님이 섭섭해하시진 않았나? 누가 지어준 이름인가?“엄마가 지어주셨다. 태몽으로 해가 뜨는 꿈을 꾸셨다고 한다. 아들을 낳는 태몽이라서 식구들이 아들을 기대했는데 딸이 나오니까 할아버지가 특히 대실망하셨다고 한다. 아까 말했듯이 경상도 아닌가.(웃음) 엄마는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는데. 그래서 엄마가 특별히 ‘햇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한다. 동생은 평범한 이름이다.”
예쁜 본명을 바꾼 이유가 있나?“연기를 하는데 너무 어린 느낌이 들어서였다. 아역배우 이름 같기도 하고. 서른 살 넘었는데 ‘오햇님 배우’라고 부르면 좀 어색하지 않겠나?”(웃음)
부모님이 섭섭해하시진 않았나? 누가 지어준 이름인가?“엄마가 지어주셨다. 태몽으로 해가 뜨는 꿈을 꾸셨다고 한다. 아들을 낳는 태몽이라서 식구들이 아들을 기대했는데 딸이 나오니까 할아버지가 특히 대실망하셨다고 한다. 아까 말했듯이 경상도 아닌가.(웃음) 엄마는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는데. 그래서 엄마가 특별히 ‘햇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한다. 동생은 평범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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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특이한 이름하고 유독인연이 많다.“맞다. 본명은 ‘햇님’이고, 히트작에서 맡은 역할이 모두 독특한 이름이다. 지금은 ‘보리’, <넝쿨째 굴러온당신>에서는 ‘방말숙'이었다. 그 다음 작품이었던 <오자룡이 간다>(MBC·2013년)에서는 ‘나공주’였다. 최근에 했던 드라마 <메디컬탑팀>(MBC·2013년)은 시청률이 잘 안 나왔는데, 거기서는 극중 이름이 ‘최아진’이었다. 어떤 기자분이 나한테 ‘연서 씨는 이름이 특이해야 드라마가 잘되는 징크스가 있나 봐요’라고 하더라.”
징크스가 또 있지 않나? 상대 남자배우가 유독 여자 뺨치는 미모의 배우가 많았다. 지금 <왔다! 장보리>의 김지훈도 그렇고.“어휴, 항상 그랬다. 파트너 복이 없는 건지….(웃음)늘 예쁜 남자랑 했다. 이전 드라마에서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민호 씨도 만났고, 이장우 씨도 그렇고,<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선 아이돌 그룹 ‘씨엔블루’의 강민혁 씨였다. 다들 얼굴 작기로 소문난 남자배우들인데. 그거 은근히 신경 쓰이더라.”
1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연예계에 있었다. 연예계에서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어떤 게 중요하던가?“일단은 휩쓸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어릴때 데뷔한 친구들일수록 자기 생활이 있어야 한다. 내가 만약 고등학교도 제대로 안 다니면서 연예인 생활을 했다면, 또 대학도 안 다녔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자신의 기본적인 삶에 충실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성인이 된 이후에 연예인이 정말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 때 인생을 다 걸어도 된다. 어릴 때는 친구도 만나고, 엠티도 가고, ‘난 돌아갈 학교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너무 어린 나이에 ‘뜨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뜻도 되는 건가?“그렇다. 그런데 반대로 좀 후회되는 부분도 있긴 하다. 어릴 때는 막연하게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구체적인 목표나 욕심이 없었다. 하지만 실상은, 연예계는 그런 곳은 아니다. 너무 힘들고, 외롭고, 아프고…. 아마 더 일찍 욕심을 냈다면 조금은더 일찍 잘됐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릴 때 큰 인기를 얻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 덕분에 남들 배려하는 법도 배우고, 못된 버릇이 생기거나 하지 않았다.”
차기작을 결정할 시기가 다가온 것 같은데.“아직 결정된 건 없다. 드라마인지 영화인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로맨틱 코미디를 했으면 좋겠다.”
요즘 20대 연기 잘하는 여배우가 드물다는 말을 많이 한다. 눈빛이 살아 있는 오연서라면 ‘20대 톱 여배우’ 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눈빛이 세다는 뜻인가? 그리고 나도 곧 30대다.(웃음) 눈빛이 살아 있다는 말은 드라마 <왔다! 장보리>를 하면서 듣기 시작한 것 같다. 보리가 한이 많아서…. 하하. 앞으로 더 행복한 일이 많이 생길 거라고 믿기 때문에 인생의 전성기는 지금이 아닌 미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