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스포츠에 베팅하라

나이젤 에클스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법의 허점을 이용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벤처사업을 시작했다.

미식축구팀 그린베이 패커스의 쿼터백 애론 로저스가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와 게임 준비를 시작하기도 전에 아일랜드 출신의 나이젤 에클스(Nigel Eccles)는 리그 최고로 손꼽히는 로저스의 팔에 베팅한 수백만 달러의 돈을 긁어 모으고 있었다. 경기 당일 정오가 됐을 때에는 분당 3만달러의 돈이 모였고, 로저스가 첫 스냅(snap)을 받았을 때에는 1800만 달러의 돈이 모였다.

베팅은 미국 사법집행 영역으로 간주되지 않는 베이거스 스트립이나 코스타리카 웹사이트와는 전혀 관계 없는 곳에서 이루어졌다. 에클스가 설립한 벤처회사 팬듀얼(FanDuel)은 뉴욕시 유니언 스퀘어에 위치한 상점 위쪽에 거리를 마주하고 있으며, 사업도 전적으로 합법이다. 에클스는 2006년 제정된 온라인 도박법의 예외 조항을 근거로 해서 사업을 시작했다. 온라인 포커와 스포츠 도박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팬들이 상상력을 이용해 팀을 만드는 판타지 스포츠는 금지하지 않은 법안이다. 법안 발효 5년 후, 팬듀얼은 45개 주로 영업을 넓히고 고객수는 110만 명까지 늘어났다.

올해 팬듀얼은 5억 달러 이상을 우승 상금으로 배당하고 수수료로 5000만 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 된다. 에클스는 내년 배당금 규모를 10억 달러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수입은 1억 달러를 기록하게 된다.(애널리스트가 업계에 적용하는 배수를 넣어 계산한 기업가치는 10억 달러 정도다.) 팬듀얼의 일간 판타지 스포츠 시장 점유율은 75%에 달하고, 유동성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덕분에 최고의 배당금을 최저 수수료에 제공하는 게 가능하다. 나머지 점유율은 약 8000만 달러를 모집한 경쟁업체 드래프트킹스가 차지하고 있다.

현재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에클스가 5년 전에 세운 벤처회사의 지분을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에클스는 KKR과 불펜 캐피탈, 스코틀랜드 투자은행, 컴캐스트 벤처스로부터 투자금 8800만 달러를 낚아챘다. 2014년 가을에는 NBA가 4년 간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팬듀얼의 소수지분을 가져감으로써 팬듀얼을 공식 파트너로 인정했다.

에클스는 미국 스포츠와는 전혀 상관 없는 곳에서 성장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숫자와 확률에 밝았다. 오랜 세월 가업으로 이어 오던 북아일랜드 티론 주의 한 낙농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언제나 우유보다 수학에 더 관심이 있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에서 순수수학을 전공하고 신티(shinty, 하키와 비슷한 구기종목) 대표팀 리더로도 활동했던 에클스는 졸업 후 런던에 있는 베팅 벤처회사에 입사했고, 회사는 이후 온라인 도박업체 베트페어에 인수됐다. 에클스는 2003년 맥킨지 컨설팅으로 옮겨 이동통신과 미디어 산업을 전문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3년 후 그는 1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집해 선거 및 뉴스 기사에 베팅하는 허브더브를 창업했다.

허브더브는 실패작이었다. 회사는 결국 2010년 문을 닫았고, 에클스는 다시 스포츠로 눈을 돌렸다. 그는 2006년 제정된 불법온라인도박시행법(Unlawful Internet Gambling Enforcement Act)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연구했다. 신용카드 발급사와 은행이 포커 및 스포츠도박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법안이었다. 그러나 판타지 스포츠는 예외로 남겼는데, 이는 판타지 스포츠가 사행성 도박이 아니라 참가자의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경기로 간주되기 때문이었다. 판타지 스포츠를 합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은 아주 간단했다. 게임이 시작하기 전 상금 규모를 발표하고, 참가자 수와 상관없이 상금을 정하고, 참가자 누구라도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공평한 조건을 만들고, 점수차 예상이나 경기 점수 등을 베팅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규칙이다.상금의 9%를 수수료로 챙기는 수익구조

에클스는 2009년 다른 4명과 함께 팬듀얼을 창업했다. 5년 뒤 팬듀얼에는 고객 계정이 110만 개가 생겼다. 미국에 있는 판타지 스포츠 플레이어가 4100만 명인 사실을 감안하면, 2%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셈이다. 단순하고 신속하게 베팅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판타지 스포츠의 인기가 높기는 했지만, 주류 시장이나 젊은 플레이어들이 참여하기에는 답답했던 점이 있었다. 일례로 선수를 잘못 선택하기라도 하면, 동일한 라인업으로 6개월이나 버텨야 했다. 열성 팬이라면 엄청난 경기 통계와 출전 명단, 부상 기록 등을 수집하며 경기에 임하겠지만, 사실 그렇게 시간이 많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래서 팬듀얼은 이런 부단한 노력 없이도 단순한 선택을 통해 한 번에 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과정을 단순화했다. 팬듀얼의 플레이어들은 하루 혹은 일주일만 경기에 참여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대상을 찾아 이를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에클스는 말했다. “2%에서 20%로의 성장은 언덕 아래로 공을 굴리는 것과 같다”고 초창기부터 팬듀얼을 지원했던 불펜 벤처스의 폴 마티노는 말했다.

팬듀얼에 들어가면 무료로 게임에 참여를 하거나 NFL 과 NBA, NHL이나 대학 풋볼 및 농구팀에서 선수를 골라 팀을 구성해 최대 5000달러까지 베팅할 수 있다. 정면으로 다른 팀과 맞설 수도 있고, 최대 12만 5000개 팀이 있는 리그에 참여해 경기를 할 수도 있다. 경기 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로 팀을 구성한 사람이 승리하게 되고, 승리자는 판타지 점수를 얻는다. 팬듀얼은 상금의 평균 9%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알고리즘으로 승률을 계산하는 전문 도박꾼들이 순진한 피라미들을 잡아 먹는 걸 막기 위해 에클스는 플레이어의 참가 가능횟수에 제한을 두었다. 그 결과 프로들은 1000달러짜리 게임에 주로 참여하고, 5달러짜리 가벼운 경기는 우리들 아마추어의 몫으로 남게 됐다.

이쯤 되자 프로스포츠 구단도 팬듀얼이 스포츠 팬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팬듀얼 플레이어들은 일반 스포츠팬보다 콘텐츠를 40% 더 이용한다고 에클스는 말했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인 마크 쿠반은 이렇게 말했다. “자연스럽게 팬들과 연결되고 새로운 팬을 영입할 수 있다. 판타지 팬들은 매일 우리 구단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될 것이다.” NBA 글로벌 운영을 총괄하는 살 라로카는 “팬듀얼이 팬을 늘려주고, 우리 게임과 웹사이트, 에대한 관심을 증폭시켜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팬듀얼은 아직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다. 아마존 웹서비스에서 필요한 컴퓨터 용량을 쓰는데 수백만 달러의 돈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요일 NFL 경기가 시작되면 팬듀얼의 동시 사용자 수는 15만 명에 달하고, 이들의 선수명단 변경은 시간당 25만 건에 달한다. 여기에 분당 1500만 건의 실시간 점수 업데이트까지 계산하면, 게임이 있는 날 아웃바운드 대역폭은 6테라바이트에 달하게 된다. 9월에 정전이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한 번의 정전으로 다수의 고객에게 환불을 해줘야 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일러스 리서치(Eilers Research)의 애덤 크레직은 팬듀얼의 연간 TV 광고 지출비용을 200만 달러로 추산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평균 고객유치비용은 68달러다. 크레직은 팬듀얼이 첫 해 투자비 대비 100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계산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판타지 스포츠팬들은 충성도가 높아서 시간이 지나도 그만두지 않는다”고 컴캐스트 벤처스의 앤드류 클러랜드는 말했다.

정부가 도박금지 시행법의 허점을 메우겠다고 결심한다면 이런 충성심도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에클스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판타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은 4000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아직까지 누구도 판타지 스포츠가 나쁘다고 하지 않았다.”

- steven bertont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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