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최신 북한 책자로 본 ‘김정은 북한’의 속살

“우리는 1㎜의 편차 없이 장군님 하시던 그대로 모든 사업을 해나가야 한다”


▎<월간중앙>이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을 통해 단독입수한 북한 책자와 문서 자료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지도> <김정은담화집>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문수 물놀이장>.
한 북한관련 매체가 2014년 대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북한에 대해 과연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를 묻기 위해서였다. 그해 4월 20일부터 8월 11일까지 4개월에 걸쳐 대학생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설문조사다. 조사 대상 대학생들에게 간단한 OX 퀴즈가 제시됐다. 북한과 관련된 질문 14개를 던지고 참-거짓을 가려내는 식이다. 당시 출제된 질문 몇 가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이 정답)

① 2013년 개장한 동양 최대 규모의 스키장은 북한 마식령 스키장이다.(O)

② 북한 행정구역 가운데는 ‘자강도’도 있다.(O)

③ 북한의 국화는 진달래꽃이다.(X)

④ 유엔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1993년 인구가 2121만 명이며 20년 동안 380만 명가량 늘었다.(O)

⑤ 북한 헌법상 최고주권기관은 국방위원회다.(X)

북한의 국화는 진달래꽃이 아니라 목란이다. 또 헌법상 최고주권기관은 최고인민회의이다.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기에 이를 오해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당시 이 조사 결과, 전체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54점으로 나왔다. 조사를 진행한 매체가 내린 판단은 “북한에 대한 대학생들의 지식이 전반적으로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비단 한국 대학생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북한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균형감 있는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북한이 워낙 폐쇄적인 국가여서 내부 정보가 바깥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한 ‘5·24 대북 제재조치’로 남북간의 교류가 거의 끊기다시피 하면서 사정은 더 안 좋아졌다. 북한의 내부 사정을 알 수 있는 통로가 더 좁아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월간중앙>이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북한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북한 책자와 문서 자료들을 대량 입수했다. 외교안보분야 전문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을 통해 최근 입수한 자료다. 이번에 공개되는 북한 문서는 소책자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을 영원히 높이 우러러 모시고 장군님의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자>(이하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을…>) 안내 책자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안내 책자 <문수 물놀이장> <조선 지도>(전도) 브로슈어 <평양> 등이다.1. 소책자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을…> | 김정은, 김정일 사망 직후 ‘유훈 관철’ 맹세


▎북한판 테마파크 <문수 물놀이장> 소개 책자는 103쪽에 달하는 컬러 화보집이다. 북한 주민들이 최대한 자연스럽고 즐겁게 이용하는 모습을 부각시켰다.
소책자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을…>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2011년 12월 17일) 직후인 2011년 12월 3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 일꾼들과 벌인 담화를 소개하고 있다. 조선노동당출판사가 2013년 1월 펴냈고, 본문이 11페이지 밖에 안 되는 얇은 핸드북 형태로 제작됐다.

이 책자에는 특히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사망 직후 느낀 소회를 털어놓는 장면과 ‘김정일 유훈 관철’을 지상 과업으로 제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정은은 당시 담화에서 “(김정일) 장군님을 잃고 보니 더더욱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지금도 장군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만 같다”고 비통함을 나타냈다. 김정은이 김정일의 영결식 장면을 TV로 생중계할 것을 지시한 대목도 나온다. 다음과 같다.

“영결식이 진행된 수도의 100리 연도에서 장군님께서 가시면 안 된다고 몸부림치던 인민군 군인들과 인민들의 모습은 연출해내라고 하여도 할 수 없고 재현할 수도 없습니다. 나는 영결식 행사 장면을 비롯해 애도기간에 보여준 인민군 군인들과 인민들의 모습이 장군님을 따르는 참모습이기 때문에 텔레비전으로 다 내보내라고 하였습니다. 이번에 세계가 우리의 일심단결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을 것입니다.”

김정은은 그러면서도 앞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내가 슬픔에 잠겨 있는 우리 군대와 인민을 맨 앞에서 일 떠세우겠습니다(기운차게 세우겠습니다). 나는 내일 (2012년 1월 1일) 금수산기념궁전에 계시는 (김정일) 장군님께 경의를 표시하고, 영원히 순결한 양심과 도덕의리를 지니고 장군님의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며, 장군님께서 걸으신 길을 굳건히 이어나갈 결의를 다지고자 합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실장은 “책자를 살펴보면, 김정일 사망 직후 당시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확고히 하고 자신의 집권 체제를 최대한 신속하게 안착하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위대한 장군님의 유훈을 무조건 끝까지 관철하려는 것은 나의 확고한 의지”, “우리는 1㎜의 편차도 없이 장군님께서 하시던 그대로 모든 사업을 해나가야 한다” 등 김정일 계승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 김정은이 ‘인민생활 향상’을 최우선과제로 설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김정은은 “(김정일) 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하는 데서 가장 중요하고 선차적인 문제는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 문제를 푸는 것은 가장 절박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김정일 우상화’에 신경을 집중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김정은은 “조의 행사 관련 편집물에 장군님 영상을 정중히 모시도록 해야 한다”, “장군님 태양상을 야외에 계속 모시지 않도록 하라”, “장군님 서거 100일 추모회 때에는 태양상을 야외에 모시고 추모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등 지시사항을 일일이 제시했다.2. 컬러 화보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 한국전쟁의 김일성 업적 기린 전시관, 전쟁 유물 전시해


▎김정은의 3대 세습 안착 의지가 엿보이는 담화집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을…>.
안내 책자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은 2014년 북한 외국문 출판사가 펴낸 140쪽짜리 컬러판 형태다. 북한은 ‘조국해방전쟁’이라고 정의하는 한국전쟁에서 김일성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1953년 8월 17일 ‘조국해방전쟁기념관’을 개관했다가 ‘승리’의 이름을 따 1974년 4월 11일 현재의 위치로 이전한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후 정전 60주년을 맞은 2013년 7월 기념관을 새롭게 개건했다. 지상 3층에 연면적 5만1000여㎡의 기념관은 한국전쟁뿐 아니라 일제 강점기 시절, 한국전쟁 후 반미 활동과 관련된 혁명 사적물 300여 점과 전쟁유물 12만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 개건에 맞춰 펴낸 것으로 보이는 안내 책자는 기념관 곳곳을 담은 컬러 사진 화보집이다. 안내 책자 앞부분은 기념관 중앙홀 정면에 우뚝 서 있는 김일성 입상 사진을 담았다. 김일성이 젊었을 때 모습을 재현한 입상이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실장은 “김일성의 청년 시절과 닮은 김정은의 모습을 연상하도록 의도적으로 이렇게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내 책자는 ‘항일혁명투쟁관’을 “김일성 동지께서 인민의 첫 혁명무력을 창건하시고 항일무장투쟁을 승리에로 조직영도하신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고 소개했다.

기념관은 김일성이 일제 강점기 시절 지휘한 보천보 전투 관련 자료들을 한 곳에 모아 보관하고 있다. 1953년 7월 김일성이 정전협정 문건을 비준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도 전시돼 있다. 기념관 부지 한쪽에는 ‘노획무기전시장’을 마련해 한국전쟁 때 북한군이 전리품으로 얻은 한국군과 미군의 당시 무기 일부를 전시했다.3. ‘북한판 워터파크’ <문수 물놀이장> - 27개 물미끄럼대와 16개 수조, 북한주민 자연스러운 모습 부각


▎한국전쟁 당시 김일성의 업적을 기념하는 전시관에 대한 140쪽 짜리 홍보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또 다른 안내 책자 <문수 물놀이장>은 평양 대동강 기슭에 있는 ‘북한판 워터파크’를 홍보한 103쪽의 화보집이다. 1994년 준공된 문수 물놀이장은 2013년 5월 김정은의 개건 공사 지시로 그해 10월 15일 다시 문을 열었다. 27개의 물미끄럼대와 16개의 수조를 갖추는 등 북한이 김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오락시설로 선전하는 곳이다.

안내 책자는 “비단에 수를 놓은 문양처럼 경치가 아름답다 하여 ‘문수’라 불리우는 지구에 12만5000㎡의 부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문수 물놀이장은 평양시에 꾸려진 물놀이 장들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고 소개했다. 안내 책자는 또 북한 주민들이 물놀이장에서 물 폭포를 맞고 있는 모습, 물 미끄럼대를 활강하는 모습, 튜브를 이용해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 등 다양한 장면을 담았다. 정성장 실장은 “안내 책자에서 북한 주민들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부각시킨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4. 2009년 판 <조선 지도> | 1대150만 축척 전도, 동해를 ‘조선해’로 표기


▎2009년 판 <조선지도>(전도). 동해가 조선해로 표기된 부분이 눈에 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지도출판사가 2009년 펴낸 <조선지도>는 한반도를 1대 150만의 축척으로 담은 전도이다. 지도 맨 윗부분에 ‘우리 조국은 하나의 지맥으로 이어진 삼천리 금수강산입니다’라는 김정은 어록이 소개돼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서해·남해·동해를 각각 ‘조선서해·조선남해·조선해’라고 표기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울릉도와 함께 독도도 지도 맨 오른쪽에 작게 표시해뒀다.

북한 수도 평양을 안내한 브로슈어(2012년 지도출판사 제작)는 관광객 소개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평양대극장, 대동문 영화관,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평양산원, 개선청년공원,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당창건기념탑,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옥류관, 능라인민유원지 물놀이장, 류경원, 인민야외빙상장, 양각도국제호텔, 평양고려호텔 등 평양을 대표하는 시설물을 사진과 함께 홍보했다. 특히 만경대 고향집과 금수산태양궁전에 대해선 각각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탄생하시어 어린 시절을 보낸 곳’,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를 영생의 모습으로 길이 모시려는 염원에 의해 꾸려진 주체의 최고 성지’라는 주석과 함께 맨 위에 눈에 띄게 배치했다.

▎브로슈어 <평양>에 소개된 평양 시내의 시설물들.
5. 1000문 1000답 <조선에 대한 이해> | 한국전쟁 “미국 북침에 맞서 승리한 전쟁”이라 선전

앞서 세종연구소 정성장 실장은 지난 3월 관광객 안내용 책자인 <조선에 대한 이해>(전 10권)를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발간한 이 책자는 자연, 역사,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민속, 관광 및 투자, 인권, 통일문제 등 주제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북한을 소개해놓았다. 1권당 100문 100답으로 정리돼 있다. 총 10권으로 구성돼 있으니 말하자면 ‘1000문 1000답 북한 들여다보기’인 셈이다. 정성장 실장은 “<조선에 대한 이해>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모래성과 같은 북한 내부의 허상이 파악된다”고 말했다.

책자 내용 가운데 그 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북한의 속살을 드러낸 대목, 그리고 북한이 힘주어 강조한 대목 등을 몇 가지만 추려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책자에 언급된 설명이 학계에서나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과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아 ※ 표시와 함께 각주를 달았다.

☞ <조선에 대한 이해>(역사)

Q: 조선 사람은 언제, 어디서 기원했는가?

A: 인류 발생의 첫 시기인 100만년 전에 평양을 중심으로 한 대동강 유역에서 기원했다. 대동강문화는 황하문화, 인더스강문화, 닐강(나일강)문화, 양강(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문화와 더불어 세계 5대 문명을 이루고 있다.

<※ 국제적으로 공인된 인류 4대 문명 발상지는 기원전 4000~3000년경 형성된 메소포타미아(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문명, 인더스 문명, 이집트(나일강) 문명, 황하 문명이다. 북한은 ‘북방 민족의 한반도 유입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대신 “100만년 전 원인(猿人)들이 남긴 검은모루 유적 등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 유적들이 대동강 유역에 집중돼 있다”는 주장을 앞세워 대동강문명을 세계 4대 문명에 추가돼야 할 5대 문명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 <조선에 대한 이해>(정치)

Q: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國歌)는 무엇인가?

A : 1947년에 창작된 ‘애국가’이다.

<※ 북한의 ‘애국가’는 우리나라의 ‘애국가’와 제목만 같을 뿐 다른 노래다.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 삼천리~’로 1절이 시작된다. 월북 시인 박세영이 작사, 광산 노동자 출신 음악가 김원균이 작곡했다. 북한의 국기(國旗)는 우리나라에서 ‘인공기’로 알려져 있는데, 가운데 붉은색은 항일혁명 선열들의 붉은 피를, 흰색은 하나의 혈통을, 푸른색은 공화국의 자주권을, 붉은 별은 공화국의 발전 전망을 상징한다. 북한의 국화(國花)는 목란, 국조(國鳥)는 참매, 국수(國樹)는 소나무, 국견(國犬)은 풍산개이다.>

Q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기구의 특징은 무엇인가?

A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기구는 본질에 있어 인민 대중의 수중에 장악된 사회에 대한 정치적 지배의 기본 무기로서, 종래의 모든 국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그 특징은 국가기구가 인민대중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기구라는 것이고, 인민대중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기구라는 것이다.

<※ 북한은 김정은을 수식하는 타이틀로 노동당 최고 직책인 ‘당 제1비서’를 가장 앞세운다. 그 다음이 국가기구 최고 직책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군 최고 직책인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순서다. 그래서 “조선노동당 제1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동지께서는 ~”이라고 부른다. 북한 헌법 1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 노동당의 영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규정해 당의 지도를 국가기구보다 더 중요시하고 있다.>

(군사)

Q: 조국해방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A: 미제(미 제국주의)가 1950년 6월 25일 이른 새벽 남조선의 이승만 괴뢰도당을 사촉하여(사사로운 일을 재촉하여) 전면적인 무력침공을 감행함으로써 시작됐다. 조선전쟁은 사실상 1950년 6월 25일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미제는 이미 1947년부터 공화국 북반부에 대한 무장도발을 끊임 없이 감행하면서 국부적인 전쟁을 해마다 계단식으로(단계적으로) 확대하여왔다.

<※ 북한은 한국전쟁을 ‘미국의 북침에 맞서 승리한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휴전협정을 맺은 1953년 7월 27일을 ‘전승절’로 기념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북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전쟁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이 남북군사분계선이던 38선 전역에 걸쳐 불법 남침했다’는 것이다.>

- 글·사진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박스기사] 북한 책자 공개한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김정은, 북한 홍보에 개방적이고 적극적”


‘경전’ 같은 주체사상도 핸드북으로 파격 출간…5·24 조치 이후 북한 자료 구하기는 어려워져

<월간중앙>이 공개하는 북한 책자와 문서 자료들은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을 통해 입수한 것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당시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5·24 대북 제재조치’로 남북 교류가 끊기다시피 하면서 북한 문서 자료를 접하는 건 더욱 어려워졌다. 정 실장은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북한 문서자료들을 실증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어 기회 될 때마다 틈틈이 구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실상 파악에 도움이 될 만한 책자와 자료들을 어떻게 구했나?

“북한학이나 외교안보 정세와 관련된 학술 모임으로 중국을 방문할 일이 많은데, 현지에서 만난 중국의 북한전문가를 통해 연구 목적으로 입수한 문서들이다.”

북한 자료물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데.

“5·24 조치 이후 일부 인도적 지원을 제외하고는 교류·왕래가 거의 중단됐다. 남북노동자축구대회 같은 스포츠 이벤트가 간헐적으로 열리긴 했지만 그때도 전문가들이 참여하기보다는 사회문화 단체가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북한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책자를 접할 기회가 되지 못했다. 또 5~6년 전만 해도 중국 옌볜(延邊) 서점에서 북한 원전을 팔았는데 이제는 중단됐다. 그러다 보니 북한 자료물이 우리 사회에 소개될 기회가 훨씬 줄어들었다. 북한 원전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인데, 지금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총 10권으로 구성된 <조선에 대한 이해>는 포켓북 형태로 제작됐다.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 책으로 보나?

“<조선에 대한 이해>는 북한에 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간략하게 정리한 책이다.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2014년 2월 발간된 <주체사상 원리 해설>(총 5권)도 문고판 크기로, 휴대하면서 읽기 용이하게 제작됐다. 특히 주체사상은 북한 사회를 떠받치는 ‘경전’ 같은 것인데 이를 핸드북 형태로 만든 건 김정은 시대 들어 사상과 이념의 전달방식을 시대 변화에 맞게 다양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김정은이 대외 홍보에 대해 상당히 적극성을 띤다는 분석이 많다.

“김정은이 조부인 김일성이나 부친인 김정일보다 대외 홍보에 훨씬 관심이 깊은 듯하다. 김정은은 본격적인 집권 첫해인 2012년 4월에도 외신 기자들을 대거 초청해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적극 취재하게 했다. 학생 시절을 서방에서 보낸 김정은이 폐쇄적이기만 했던 김일성·김정일보다는 개방적인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