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부활

지난 수 년간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힘든 시간을 가졌지만, 리드 그리피스(Reade Griffith, 사진 가운데)만은 예외였다. 그리피스의 회사 테트라곤 파이낸셜(Tetragon Financial) 런던 사무소 회의실에서 그를 만났다.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브렉시트 이후 급락한 유럽 주식을 살펴보는 게 기대된다고 말했다.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고, 현장과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뉴욕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라고 말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정말 신이 납니다.”

유난히 들뜬 모습이 거슬릴 수 있겠지만, 실패를 딛고 일어난 그의 놀라운 이야기를 알고 나면 수긍은 간다. 금융위기 당시 그리피스가 운영하던 70억 달러 규모의 폴리곤(Polygon) 헤지펀드는 자산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리피스의 회사 테트라곤 파이낸셜 최대주주이자 억만장자인 헤지펀드 매니저 레온 쿠퍼맨(Leon Cooperman)은 그리피스가 자기거래로 폐쇄형 펀드의 자금을 약탈해갔다며 4년에 걸친 치열한 소송을 벌였다. 포브스를 비롯한 미디어도 너나 할 것 없이 몰려와서 “헤지펀드가 왜 잘못됐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그리피스라고 입을 모았다.

이쯤 되면 사업을 접고 후퇴할 만도 하지만, 그리피스는 그러지 않고 더 파고들었다. 그리고 오랜 파트너 패디 디어(Paddy Dear, 사진 왼쪽)와 함께 지주 모회사 테트라곤을 중심으로 폴리곤 펀드를 재정비했다. 어떻게 했을까? 자산을 처분해 부채를 줄이는 글로벌 차원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 흐름을 적극 이용해 부동산 투자사부터 영국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는 사모펀드 그룹,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관리사에 이르기까지 가치가 급락한 다른 자산관리 기관을 인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운용자산 가치가 2009년 30억 달러에서 현재 190억 달러로 불어나면서 그리피스는 기적적인 부활을 할 수 있었다.런던에서 가장 유명했던 금융맨

운영 방식의 급격한 변화도 유효했다. 단일펀드 복수전략을 버린 그리피스는 구체적 투자 목표와 기한이 다른 다수의 펀드를 운용하는 전략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폐쇄형 상장 투자펀드 테트라곤 파이낸셜로 고정 자본을 제공하며 이들 펀드를 후방 지원했다. 이제는 쿠퍼맨과의 요란한 다툼도 희미한 기억이 됐고, 그리피스의 펀드는 시장의 물결을 탔다. 유럽주식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는 2016년 가치가 4.7% 올랐고, 2011년을 기점으로 해서는 연평균 11.4%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테트라곤 주식은 2007년 IPO(최초주식공개) 이후 연평균 수익률 8%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평균 수익률은 19%에 달한다. 그러나 주식 가격은 펀드 순자산가치 (NAV)에서 45%나 디스카운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낯짝이 두껍지 않고는 이 일 못합니다”라고 해병대 출신의 그리피스가 말했다. “그렇게 힘들진 않았습니다. 저한테 누가 총을 쏜 것도 아닌데요.” 강철과도 같은 의지는 중서부 중산층에서 자란 성장환경과 하버드 교육 덕분이다. 하버드 로스쿨은 4년간 복무한 미 해병대 장학 프로그램으로 다녔다. 걸프전 ‘사막의 폭풍’ 작전 때 정보장교로 근무한 그는 1991년 대위로 제대해서 하버드 로스쿨로 진학했다. 로스쿨을 졸업한 후에는 골드만삭스 차익거래 사업부에서 일을 했고, 1998년에는 억만장자 켄 그리핀(Ken Griffin)의 시타델에서 투자경험을 쌓았다. 이후 런던에서 시타델의 유럽 투자를 총괄했고, 사건 추종(eventdriven) 전략을 쓰는 유럽 사무소를 시타델 최대 사업부 중 하나로 키워냈다.

2002년 그리피스는 회사를 나와 헤지펀드 투자사 폴리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Polygon Investment Partners)를 세웠다. UBS 은행에서 일하던 디어와 팀을 이루었고, 디어가 사업운용을 맡았다. 그리피스는 폴리곤의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행동주의 투자자로 나섰다. 유럽 기업 이사회와 싸움을 벌이며 언론에 자주 보도됐고,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금융맨으로 유명세를 만들어갔다. 폴리곤의 파생펀드로 테트라곤도 시작했다. 10억 달러의 투자금으로 은행 대출에 집중 투자하는 폐쇄형 펀드였다. 테트라곤의 총 자산가치는 80억 달러로 불어났고, 글로벌 증시가 급등세를 이어가던 2007년에는 암스테르담 증시에 상장했다.

그러나 1년 뒤 시장이 흔들리고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을 했다. 차입 비중이 높았던 폴리곤 또한 위기에 처했다. 펀드 가치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펀드 크기가 어느 정도 커진 후에 운영을 잘못하면 산 채로 불 속에 던져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고 그리피스는 말했다. “2008년은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당연히 욕을 먹어야죠.”

폐허 속에서 그리피스와 디어는 리셋 버튼을 누르기로 결심했다. 앞으로는 펀드를 여러 개 운용한다는 정책을 세웠다. 유럽 주식형 펀드에 집중하기로 한 그리피스는 2009년 새롭게 개선한 폴리곤 헤지펀드와 폴리곤 전환사채펀드 투자를 위해 1억 달러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은행 대출채권을 가진 테트라곤도 계속 운영했다. 테트라곤을 통해서는 부실채권으로 난관에 빠진 소규모 담보부여신 관리기관을 프랑스 은행에서 인수했다. 그리고 은행 대출 채권과 기타 채권담보 투자에 더해 5개 자산관리사를 보유 및 투자하는 지주사를 테트라곤에 만들었다.

이런 노력을 모두가 흡족히 여긴 건 아니다. 테트라곤 지분 10%를 보유한 오메가 어드바이저(Omega Advisors) 헤지펀드의 쿠퍼맨이 2010년 부실경영을 비난하는 분노의 이메일을 이사회에 보내기 시작했다. 2013년 맨해튼 연방법원에 소송을 건 쿠퍼맨은 전투 장소를 CNBC로 옮겨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테트라곤 경영진과 이사진은 다시는 상장사와 연관되거나 운영을 못하도록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유럽 주식형 펀드에 집중해 재기 성공

쿠퍼맨의 요란한 행보는 분명 골칫거리였지만, 하버드 로스쿨에서 단련된 그리피스는 자신의 펀드가 어떤 계약 위반도 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2014년 쿠퍼맨이 제기한 소송은 증거 불충분으로 연방 법원에서 기각됐다. 테트라곤의 대주주인 쿠퍼맨은 요즘은 테트라곤 주식 매입을 추천하고 있다.

그리피스의 멀티펀드 전략에서 큰 장점이 하나 있다면 그가 국제증권법과 투자 관행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전동공구 제조업체 DMG 모리 세이키(Mori Seiki)의 지분 25%를 보유한 일본 파트너사가 나머지 지분을 매입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그러자 폴리곤 펀드는 DMG 지분을 미리 매입하기 시작했다. DMG 모리 세이키가 유럽 시장에서 급성장을 앞두고 있다고 판단한 그리피스는 일본 파트너사의 전략에 업혀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피스는 일본 파트너사의 보유 지분이 25%에서 50%, 그리고 75%까지 높아지는 걸 지켜보며 가격이 올라가길 기다렸다. 결국 DMG 모리 세이키 이 사회에서 지배권을 얻은 일본 회사는 효율적 절세 방식으로 회사 대차대조표를 공유하게 됐다. 나머지 주식을 매입했던 그리피스와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일본 기업이 높은 가격을 부른 후에야 매도에 동의했다. 천천히 소극적으로 펼쳐지긴 했지만, 그린메일(greenmail) 전략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게 그리피스는 70%의 수익을 올렸다.

지금 유럽 시장은 가치투자자에게 뷔페식의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한다고 그리피스는 주장한다. DMG 모리 세이키와 비슷한 상황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 기업들이 대차대조표를 회복하지 못한 만큼, 매도 부문에서 조사나 중소형 기업의 기관 보유지분이 크게 감소했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지난해 그리피스는 테트라곤의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대형 사모펀드의 영국 자산관리 기관 투자열풍에 합류하며 리스크 차익거래 작전을 펼쳤다. 그리피스는 런던 자산관리사 애쉬코트 로완(Ashcourt Rowan)에게 접근했고, 애쉬코트의 다른 자산관리사 매입을 돕기 위해 애쉬코트의 상당 지분을 매입하는데 동의했다. 애쉬코트가 이 자산관리사를 인수할 경우 사모펀드의 투자가 늘어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모펀드 사이에서 입찰 전쟁이 시작됐고, 애쉬코트는 높은 값에 인수됐다. 그 과정에서 테트라곤은 25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그리피스와 디어가 어떤 장기전략을 가지고 있는지는 분명하다. 인수한 자산관리사를 키워서 IPO로 분사하는 것이다. 테트라곤이 2010년 인수한 CLO 관리사 LCM의 현재 운영자산은 62억 달러다. 폐기물 시설이나 병원 등 영국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에퀴틱스(Equitix)는 26억 달러를 관리한다. 다른 유망 자산관리사로는 모건스탠리에서 잘 나갔던 3명의 매니저가 운영하는 부동산 투자사 그린오크(GreenOak)가 있다. “매력적 투자상품이 많은데 우리한테 제공한 인프라 프로젝트와 그들은 그렇게 친하지 않다”고 현재 71억 달러를 관리하는 그린오크 공동창업자 소니 칼시는 말했다. 그린오크는 최근 40년 만에 새로 들어서는 맨해튼 파크 애비뉴 사무건물에 6억 달러를 투자했다. 시타델이 평방피트당 300달러라는 기록적 가격에 펜트하우스를 임대한 건물이다. 종합하면 테트라곤은 5개 자산관리사에 2억 3000만 달러를 투자한 상황이다. 이들 자산관리사의 가치는 현재 4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요즘 그리피스는 스페인에 한창 투자 중이다. 스페인 투자는 3년 전쯤 시작했는데, 그중 일부는 차입금으로, 주택 건설사업을 진행하는 인모빌리아리아 콜로니얼(Inmobiliaria Colonial)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리피스는 그린오크를 통해서도 4억 달러를 주고 스페인 창고건물을 매입했고, 경매에서 이들 건물을 매도하며 수익을 냈다. 앞으로 포르투갈과(아마도) 이탈리아에서 더 좋은 가치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2007년 IPO 이후, 테트라곤의 NAV는 연간 12%씩 증가했다. 펀드는 현재 4억 62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은 6%라는 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리피스는 최근 헤지펀드 베테랑 스테판 프린스(Stephen Prince, 앞페이지 사진 오른쪽)를 영입해서 미국 투자사업을 맡겼고, 테트라곤은 지난 12개월 동안 자사주 매입에 1억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테트라곤 최대주주 포트리스(Fortress)의 전무이사 드류 맥나이트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그리피스와 디어는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취하면서 회사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 NATHAN VARD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