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대선 Fact Check(10)

文 “北에 준 현물·현금, 李·朴 정부 더 많아”


▎어느 정부에서 북한에 넘어간 현물과 현금이 더 많았을까? 노무현 정부 때 대북송금액은 22억 달러, 이명박 정부 19억 달러, 박근혜 정부는 4억 달러 정도다.
4월 19일 대선후보 TV 합동토론회에서는 역대 정부의 대북 송금액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실랑이를 벌였다.

홍준표 후보= “김대중 대통령 시절 북한에 넘어간 돈이 22억 달러(약 2조5000억원), 노무현 대통령 시절 현물하고 현금하고 넘어간 게 통일부 자료를 보면 44억 달러(5조원)이다”

문재인 후보= “오히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더 많았죠. 확인해 보세요”

홍준표 후보= “아니, 그래 줘가지고 북핵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까”

과연 문 후보의 주장대로 노무현 정부 때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북한에 넘어간 현물과 현금이 더 많았을까. 팩트체크를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현금·현물을 제공한 게 노무현 정부 때보다 많았다는 건 거짓이다. 통일부가 4월 20일 제공한 ‘정부별 대북 송금 및 현물제공 내역’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2003년 2월~2008년 2월의 현금·현물(43억5632만달러)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인 2008년 2월~2016년 2월(23억1372만 달러)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이명박 정부(2008년 2월~2013년 2월) 19억7645만 달러,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6년 3월) 3억3727만달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합쳐도 노무현 정부의 절반 수준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에 제공된 현금·현물 제공액이 각 정부마다 차이를 보이는 건 대북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라 분석했다.

내역별로 보면 노무현 정부의 대북 송금(현금)액은 22억 938만달러, 현물제공액은 21억4694만달러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우 각각 19억3436만달러, 3억7936만달러였다. 통계상의 대북 송금 내역은 ▷개성공단 임금·통신비▷금강산 관광 시설이용료 ▷교역·위탁가공 등으로 구성된다. 현물 내역은 ▷정부차원의 인도적 무상 지원 ▷식량차관 ▷개성공단의 기반시설 지원 ▷민간차원의 인도 지원 등이 있다.

다만 송금 내역 중 개성공단에 지원된 임금·통신비는 이명박(2억7629만달러)ㆍ박근혜(2억5438만달러) 정부가 노무현 정부(4131만달러)보다 약 10배 많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의 수가 매년 증가하면서 임금 지급액도 늘어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때 지원 금액이 소폭 줄어든 것은 지난해 개성공단이 폐쇄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의 기반시설 지원과 관련한 현물 제공액은 노무현 정부(1억5670만달러) 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1억80만 달러)보다 많았다. 이 당국자는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초기(노무현 정부) 비용이 많이 들어갔고, 이후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기점으로 개성공단 시설의 지원계획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