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 시대 영화관에 알바가 없다


▎영화관에 다시 인파가 북적이고 있지만,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향후 극장에서 대형사고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7일 오후 8시 20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씨네시티CGV 건물 옥상에서 화재가 발생해 영화관 관객 등 45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불은 18분 만에 진화됐고,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의외의 부분에서 논란이 일었다. 상영관에서 영화 [탑건: 매버릭]을 관람 중이던 관객들이 화재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해당 영화를 관람했던 네티즌은 "경찰이 상영관에 도착할 때까지, 관객은 화재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화관 직원의 안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소동이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CGV 직원이 올린 게시글이 화제가 됐다. 그는 “영화관에 기본 인력이 없다”며 “코로나 이전에는 직원이 6~7명 있었고 미소지기(CGV 아르바이트)들도 최소한 20~50명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직원을 대폭 줄이면서 “지금은 직원 3명씩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며 “불이 나도 안내할 직원이 없다. 위기 대처가 안 된다. 화재, 안전문제, 그 어떤 사건·사고가 터져도 지금 해결 못 해 드린다”고 말했다.

청담씨네시티CGV 화재에 대해 CGV 관계자는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며 “소방 당국, 방재실과 협의 후 직원, 소방관이 함께 대피 안내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CGV 측은 “화재 인지 후 5분 이내에 초동 대처를 했다”며 “인력 부족으로 인해 늦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CGV 측은 "코로나19 종식을 앞두고 있는 만큼 관객들의 불만이 없도록 인력을 충원해 나가겠다"고 전했다.'엔데믹' 목전인 극장가, 변화하는 세태


▎5월 18일 개봉한 [범죄도시 2]는 6월까지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첫 1000만 관객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사진 범죄도시2 스틸컷
블라인드에 게시글을 올린 직원의 말처럼,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극장가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5~6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범죄도시 2], [탑건: 매버릭] 등 여러 기대작이 연달아 개봉하면서 극장가는 코로나19 이후 최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감소한 직원 수가 전부 채워진 것은 아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1000만 관객을 기록한 [범죄도시 2]가 개봉한 5월, 극장을 찾은 관객은 총 1455만3964명이다. 6월에는 총 1547만285명이 극장을 방문했다. 4월 관객 수(312만230명) 대비 5배가량 증가한 수치이며,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5월 관객 수 152만6236명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월 1806만2457명보다 낮지만,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CGV 직원은 2019년 7068명이었지만 2020년 2806명, 2021년 3558명으로 감소했다. 업계 다른 회사 사정도 같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영화관 3사도 고용 인력 수는 2019년 말 대비 54% 수준으로 감소했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직원들 역시 CGV 직원의 사연에 공감하며 “화장실도 못 가면서 일한다”,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6월 영화관을 방문한 20대 남성 김찬영씨는 “직원 1명이 매표도 하고 식품도 판매해 관객 대비 직원 수가 매우 적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서 “청담에선 인명 사고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재발하면 그때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20대 남성 강주성씨는 “검표를 하지 않아 알아서 들어왔다”고 말했다.

극장가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서비스 질이 저하됐다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정확한 인원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는 적은 인원을 채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인 IT 기술을 활용한 키오스크를 확대하고, 수요 예측에 맞춰 채용 인원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관 아르바이트는 2021년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알바 1위’를 놓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르바이트 채용은 늘고 있지만, 지원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없이 살아가는 일상에 익숙해졌고, 아르바이트보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경향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이해람 월간중앙 인턴기자 haerami05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