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도빅 듀크로크 프랑스 출생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 졸업 2004년 글렌피딕 글로벌 홍보대사 |
김치에만 손맛이 있는 게 아니다. 폭탄주에도 손맛이 있다. 어느 회사에나 한두 명쯤 폭탄주 제조의 달인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주당들 코가 납작해지게 생겼다. 신라호텔의 라이브러리 바에서 위스키 시음회를 개최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글렌피딕의 글로벌 홍보대사 루도빅 듀크로크의 한마디 때문이다.
“음. 그건 의심스러운데요(I doubt it). 아무리 좋은 위스키라도 불과 5mL 양만으로는 그 다섯 배가 족히 들어가는 맥주 특유의 향을 이겨낼 수 없을 겁니다. ”
듀크로크는 “위스키는 향을 즐기는 술”이라며 “그 안에 담겨있는 오랜 전통의 유산과 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스키의 품질을 검사하는 향 감별사이기도 하다. 듀크로크는 “내가 위스키를 마실 때는 휴식을 취할 때”라며 위스키를 감별할 때 맛보다 향을 더 따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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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트 마스터가 위스키의 맛을 다시 보는 일은 신제품이 나올 때다. 싱글 몰트 위스키 시장은 국내에서도 점차 대중화돼 가고 있다. 글렌피딕이 집계한 2008년 상반기 국내 위스키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4.5% 성장했지만 싱글 몰트 시장은 18.3%나 늘었다.
싱글 몰트의 선구자인 글렌피딕은 현재 시장 점유율 53.3%를 기록 중이다. 싱글 몰트란 보리의 발아를 촉진시켜 만든 맥아(몰트)가 주원료인 위스키를 말한다.
글렌피딕은 윌리엄 그랜트 가문이 122년 동안 같은 제조방법을 사용해 만들어 왔다. 술 만들 때 쓸 청정수를 보존하기 위해 주변 땅 495만㎡를 사들였다. 가족경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위스키를 어떻게 마시느냐는 질문에 듀크로크는 “위스키는 그 자체로만 말한다”고 했다. 와인은 스토리를 담아서 한국 시장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무사태평이다. 싱글 몰트도 산지와 생산연도 구별이 가능하고 오랜 전통을 자랑하니 매니어 층을 확대하고 싶은 욕심도 날 법했다.
하지만 그는 “위스키는 기분이 가는 대로 마시는 게 가장 좋다”고 설명한다. 와인처럼 공부해가면서 지식을 얻는 것도 좋지만 모름지기 술이란 편안히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주당의 호탕함이 엿보인다. 프랑스 태생인 듀크로크가 와인과 코냑보다 위스키를 더 많이 마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가장 큰 위스키 시장이 다름아닌 프랑스기 때문이다. 듀크로크는 “프랑스 사람들이 1년 내내 마신 코냑의 양이 한 달 동안 마신 위스키 양보다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