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점잖아 보이는 신사 수십 명이 프랑스의 항구도시 라로셀의 한적한 길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는 사진이 보도돼 화제가 됐다.
이 초로의 신사들은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의 교통부 장관들. 사진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던 도미니크 뷔스로(57) 프랑스 교통·환경·에너지부 장관이 1박2일 일정으로 4월 15일 한국을 찾았다.
16일 신라호텔에서 항만 관련 세미나를 마치고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한 뷔스로 장관은 “아, 그 사진” 하고 웃음부터 지었다. 그는 “평소 자전거 타기에 관심이 많아 유럽 각국의 장관들을 초청해 행사를 준비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자전거 타기보다는 이를 이용한 교통 시스템 구축에 더 관심이 많았다.“프랑스에서 자전거는 단순한 레저나 스포츠가 아닙니다. 자전거는 대도시에서 이미 중요한 교통수단이 됐습니다.”
뷔스로 장관은 “기차나 버스 정류장에서 티켓을 사면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고 파리 등 대도시에는 대여 시스템도 구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에게 “전기 자전거에 대해 들어봤느냐”고 묻고는 “한국에서도 전기자전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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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스로 장관의 방한 목적은 프랑스 항구 경쟁력을 홍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빠듯한 일정에도 조양호 한진 회장과 만나 에어버스의 항공기 A380을 10대나 사준 데 감사를 표했다.
최신기종 A350과 중대형 기종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 직전에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만나 “올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한국살롱에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다.
뷔스로 장관은 인터뷰 내내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실제 움직임도 그랬다. 교통, 환경, 에너지, 지속 가능한 개발 등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 때문인지 1박2일 동안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 프랑스에서도 7년 동안 교통부, 농림부, 교통·환경·에너지부 장관을 역임하는 동시에 인구 60만의 셍 조르주 드 디통 시의 시장으로 1989년부터 2002년까지 활동했다.
프랑스는 장관이 지자체장을 겸직할 수 있다. 뷔스로 장관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급하게 자리를 떴다. 현대로템과 합작해 지하철 9호선 위탁운영을 맡게 된 프랑스 기업 베올리아 트랜스포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현장을 가야 했기 때문이다. 뷔스로 장관은 이날 9호선 열차를 시승하고서야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