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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정아(여·30)씨의 요즘 최대 고민은 해외 펀드에 투자하느냐 마느냐다. 투자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한 돈 2000만원이다.
박씨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더 이상 손해 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최근 경기가 되살아나는 듯한 가운데 중국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펀드가 국내 펀드보다 리스크가 크지만 역시 높은 수익률이 매력적”이라고 거의 마음을 굳혔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씨가 눈여겨보는 펀드는 중국 A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A주는 중국 증시에서 내국인이 투자하는 시장이다. 외국인은 ‘적격외국인 기관투자가(QFII)’ 자격을 획득해 투자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미래에셋, 삼성투신,푸르덴셜 등이 투자 자격을 얻어 펀드를 출시했다.
박씨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H주보다 A주는 20% 정도 비싸게 거래된다고 들었다”며 “투자 한도가 제한돼 있어 미래에셋, 삼성투신이 판매를 중단했다고 하니 그만큼 사람이 몰린다는 것 아니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주변에서 무모하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도중에 환매하지 않고 5년 정도 꾸준히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펀드 80% H주에 투자
중국에 투자하려면 먼저 박씨가 말한 A주와 H주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A주는 내국인 위주로 투자하지만 H주는 해외 기관투자가, 글로벌 투자가에게 개방된다. 국내에서 투자하는 해외 펀드는 80% 이상 H주에 투자한다.
A주는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A주는 종목의 수와 업종이 많고 소액투자자가 주를 이룬다. H주의 종목은 151개며 이 가운데 금융주 비중이 50%에 이른다. 또 A주는 글로벌 증시에 둔감하고 H주는 민감한 편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조한조 연구위원은 “중국 펀드에 투자하려면 먼저 A주에 투자할지 H주에 투자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두 증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전문가도 있지만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더 잘 맞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H주는 주가 상승기에 탄력성이 크다. 증시가 반등한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두 증시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H주에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이 더 높다. A주 펀드는 최근 주목 받기 시작했는데 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성을 기대하고 투자한다면 A주가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박씨처럼 신규로 중국 펀드에 들어가려는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 연구위원은 “1개월 정도 기다렸다가 투자하라”는 전략을 내놓았다. 기업 실적이 집중적으로 발표되는 7월 중반 상황을 보고 투자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라는 조언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주희곤 베이징리서치센터장 역시 “7월부터 이뤄지는 기업공개가 끝나고 주가가 안정된 뒤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추가 투자를 고민하는 기존 펀드 투자자는 시장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듯하다. 장기적으로 중국 증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3, 4분기에 장이 조정을 받는다면 굳이 지금 추가로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펀드에 한 번 느낀 배신감을 접지 못하고 중국 증시에 직접투자를 하는 이들도 있다.
굿모닝신한·대우·리딩투자·이트레이드·현대증권 등은 홈트레이딩시스템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H주와 본토 B주(외국인 전용 투자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대우증권의 허재환 수석연구원은 “중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가 줄었다고 하지만 자금 상황이 괜찮으면 투자해도 무방하다”며 “신규로 투자한다면 투자 시기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에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하반기에 상승 여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상승하더라도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것. 허 수석연구원은 “4분기께 조정이 있을 것 같다”며 “추가로 투자하기보다 오히려 3분기 전에 비중을 줄였다가 조정이 끝난 내년 초께 다시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직접투자를 한다면 어떤 종목이 유망할까? 주로 소비재 (자동차·가전 등), 인프라 관련 주가 유망 업종에 올랐다. 허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2∼3년 동안 대형 인수합병(M&A)이 많이 있을 것이라 보고 주도적으로 M&A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업체에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중국 한 백화점의 가전제품 매장. 하반기에는 소비와 관련한 종목이 유망할 전망이다. |
1등 기업 언제든 교체될 수 있어
해외 직접투자는 종목 선택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일반인이 투자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수료가 비싸고 수익을 얻을 때 양도세가 붙는다. 또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이 달라질 위험이 있어 환율의 흐름을 항상 살펴야 한다.해외 펀드는 지금까지 비과세 혜택을 누렸다.
대신증권의 김순영 연구원은 “올해 말에 해외 펀드 비과세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 세금 부담이 없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수수료가 싼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TF는 직접투자를 하기에는 두려움이 앞서고, 펀드매니저에게만 의존하기는 불안한 투자자에게 알맞다.
이 상품은 지수에 따라 수익이 나는 인덱스펀드와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의 특성을 섞었다. 환매 후 돈을 찾는 기간이 짧고 수수료가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적은 것이 장점이다. 또 주식보다 개별 종목에 대한 위험성이 덜하다. 현재 중국 관련 ETF가 판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투자하기 전 공부하라”고 충고했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 친근하게 느껴지는 나라지만 투자하기에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중국은 정부 규제에 따라 시장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시장점유율 같은 피상적인 요소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작은 지표에 의존하기보다 시장 전체 상황을 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한화증권의 최영진 상하이사무소장은 중국 경기 부양책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홍콩이나 대만 같은 주변 국가에 눈을 돌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추천했다. 말하자면 중국 시장이 좋아졌다고 중국에만 ‘올인’하면 불과 1년 전 겪은 시행착오를 또 경험해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주희곤 센터장은 중국의 정책 방향을 잘 파악하고 지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변치 않는 중국 투자의 기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