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신입생으로 보였다. 저축은행 창구 앞에 앉더니 신분증만 제시했다. 100만원을 대출 받고 싶어했다. 명품 가방을 사겠다고 밝혔다. 100만원에 대한 대출 이자가 1년에 60만원이 넘었다. 별다른 신용 평가도 없었다. 금세 100만원을 대출 받아갔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가 창구에 나갔다가 직접 목격한 일이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저축은행들은 100만원에서 200만원짜리 소액 대출을 남발했다. 대다수가 부실화됐다. 푼돈 대출이 모여서 2조원의 거대 부실로 발전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그때 정부 정책과 소액 대출에 데었다”고 말한다.
소액 대출 부실의 여파가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열풍을 낳았다. 저축은행들이 소액 대출 부실을 만회해줄 새로운 수익 창구를 부동산 PF에서 찾았다. 몇 년 동안 저축은행 업계는 호황이었다. 몇몇 선두 저축은행은 자산 규모가 수조원을 넘어섰다. 시중은행 뺨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개인 신용 대출처럼 과욕이 무분별을 불렀다. 저축은행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영업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군집 현상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며 “돈이 된다 싶으면 너도 나도 들어가기 때문에 뻔한 부실 대출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