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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년 규획’은 투자에도 길잡이 

중국 투자 키워드 ‘12·5’
中 ‘12차 5개년 경제개발 규획’ 중 에너지·IT·자동차 등 7대 전략 산업 관심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금융위기를 거치며 확인된 ‘중국의 저력’은 매혹적이다. 반 토막 난 차이나펀드를 들고 땅을 친 투자자의 원성이 채 가시기 전인데, 다시 중국으로 돈이 몰린다. 이번엔 어디인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12차 5개년 경제개발 규획에 답이 있다고 조언한다. 이에 따른 국내 수혜주를 알아봤다.

▎지난 10월 18일 중국 제17차 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됐다. 이날 12·5 규획도 발표됐다.

“향후 5년간 한국의 중국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 같은데 막상 우리는 중국의 12·5 규획에 무감각한 것 같아 안타깝다.”

전병서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12·5 규획’은 향후 5년간(2011~2015년) 중국 경제의 추진방향인 12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말한다. 10월 18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17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본 방침이 발표됐다. 중국 정부는 2006년부터 추진한 ‘11·5 규획’부터 계획 대신 규획이라는 표현을 쓴다. 정부 주도보다 시장 주도의 경제체제로 전환한다는 뜻이 담겼다.

12·5 규획은 현재 초안과 대체적 방향만 발표됐다. 세밀한 정책이나 구체적 목표는 수립 중이다. 이 규획은 오는 12월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주재하는 중국 최대 규모의 경제회의)에서 구체화돼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12·5 규획은 향후 중국 경제정책의 청사진이자 나침반이다. 사실상 중국 5세대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 국가부주석 등 차기 지도부의 경제정책 방향으로 보면 된다. 핵심 기조는 ‘포용적 성장’이다. 포용적 성장은 2007년 아시아개발은행이 처음 사용한 개념. 이 개념을 후진타오 주석이 지난 9월 APEC(아태경제협력체) 인력자원개발 장관급회의에서 처음 언급하면서 12·5 규획의 기본 방침이 됐다. 포용적 성장은 성장의 결실을 전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소외계층을 보호하며 경제성장의 균형을 유지하자는 의미다. 후진타오 주석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 “경제성장의 혜택을 모든 인민에게 확산시키고 경제와 사회발전의 균형을 달성하는 것”이다.

포용적 성장이 핵심

국내 전문가들은 “미묘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이봉걸 수석연구원은 “양적 경제성장에서 균형과 분배를 강조하는 질적 경제발전으로 전환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국 12·5 규획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본방향은 11·5 규획과 유사하나 민간소득 향상을 더욱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전병서 교수는 “수출에서 내수로, 국부(國富)에서 민부(民富)로, 저탄소 경제로 나라와 산업의 틀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 지도부가 이번 12·5 규획을 마련하면서 가장 고민한 것은 ‘불균형’ 문제라고 한다. 이런 배경에는 “중국이 너무 많이 번다”며 위안화 절상과 경상수지 축소를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부 불균형도 심각하다. 지역과 계층 간 소득 격차, 해안·동부와 서부 지역 간, 수출과 내수 간 격차다. 이런 격차는 사회 불안과 정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집단소요 건수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3년 6만 건이던 중국 내 집단소요는 지난해 23만 건으로 폭증했다. 중국 정부가 균형과 분배가 강조된 경제발전에 방점이 찍힌 정책을 선택한 배경 중 하나다.


수출과 내수 균형성장이 목표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수출과 투자 주도의 성장전략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고 내수와 소비를 진작한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하지만 경제구조가 그렇게 쉽게 전환되기는 어렵다. 수출을 어느 정도 통제하면서 내수와 소비가 이를 상쇄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의 경제발전 방식은 소비와 투자, 수출과 내수가 균형발전을 이루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결과적으로 향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다소 하락할 전망이다. 이봉걸 수석연구원은 “향후 5년간 중국이 경제성장률을 7~7.5%로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명해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8% 성장에서 내수 주도의 7% 성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우리 기업의 대중 수출은 단기적으로 둔화될 수밖에 없다.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GDP가 1%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약 2% 감소한다. 또한 중국이 수출을 줄여 가면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게 된다.

상대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의 지속적 인상, 농촌 소득 증대, 사회보장 시스템 구축, 소득분배 재조정 등을 통해 가계의 실질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늘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 기업에 민감한 것은 아무래도 임금이다. 중국 인민일보는 “2010년 중국의 최저임금은 약 20% 인상됐고 2015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향후 5년간 매년 15% 정도 임금 상승 압박이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매력도가 감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진출 기업의 중국 내륙, 동남아시아, 인도 등으로의 공장 이전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반면 중국 내수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국 내수시장 확대는 수요 부족에 고전하는 세계경제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문화, 비즈니스 서비스, 환경 및 에너지 등 인프라 분야에서 대규모 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병서 교수는 “중국이 내수 확대에 치중할 것임을 예고함에 따라 최종소비재와 중간재의 수요가 늘게 돼 우리나라 화장품,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은 기회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봉걸 수석연구원은 “중국 중산층의 소비가 늘어나 화장품, 의류 등 필수 소비재의 수요가 커지고 여행, 건강, 교육 등 생활 관련 소비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중국 선양 태양광 발전시설. 중국 정부는 향후 5년간 이 분야에 5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이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중국 정부가 키우겠다고 발표한 7대 전략산업이다. 지난 9월 국무원을 통과해 이번 12·5 규획에 포함된 7대 전략적 진흥산업은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차세대 정보기술,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첨단장비 제조, 신소재, 신에너지 자동차다(표 참조). 중국 정부는 현재 GDP 대비 2%에 불과한 7대 산업의 비중을 2015년까지 8%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문제는 중국이 육성하겠다는 전략산업이 우리 정부의 신성장동력·녹색성장 산업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대기업이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삼는 분야와도 상당히 겹친다. 기회이자 위기다.

이봉걸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우리 산업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7대 전략적 진흥산업 육성이 설비투자, 풍력발전 부품, 태양광 관련 생산 장비, 2차전지, 전력설비, 특고압 송전장비 등 국내 관련 기업에 중국시장 진출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의 일부 부품이나 장비, 전기자동차의 주요 부품인 2차전지, 스마트 그리드 사업 분야, 신소재 사업 육성에 필요한 특수강·특수 플라스틱 등 고급 소재산업과 탄소섬유·고분자 섬유 등 고급 섬유재 기업의 중국 진출 확대가 기대된다.

이 연구원은 “7대 전략산업은 아직까지 우리가 중국보다 기술에서 앞선 분야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조기에 진입한다면 먹을 것이 많다”며 ”국내 신성장산업을 육성하는 데도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의 기술 추격이 빠를 것이기 때문에 중국과 협력해 가며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국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중국의 제2 수입국으로서 한국의 입지가 위협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와 국내 기업은 대중국 전략을 적극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정부는 한·중 FTA 체결에 보다 전향적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고 기업은 중국을 생산기지로 접근하기보다 시장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중국에 대한 금융 투자 측면에서도 12·5 규획은 의미가 있다. 전병서 교수는 “11·5 규획 기간 동안 상하이지수는 123% 올랐지만 발전의 직접적 수혜를 입은 업종은 400% 이상 올랐다”며 “투자자는 중국 증시가 전체가 아니라 발전의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11·5 규획 기간 동안 400% 이상 오른 업종은 비철금속(450%), 의료보건(446%), 전기설비(443%), 음식료(426%), 유통업(419%), 증권(588%)이다. 전 교수는 “여러 의미에서 한국경제 향후 5년과 증시는 중국의 신성장산업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1063호 (201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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