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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es] 물가 올라도 돈을 번다 

 

조재영의 강남 부자들은 지금…물가연동채권 등으로 원금 늘리고 세금도 절약

대기업 CEO 출신인 A씨는 퇴직금과 그동안 모은 목돈을 대부분 예금으로만 굴리는 보수적인 금융자산가다. 올 초까지만 해도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이자율이 시중은행보다 1~2%가량 높아 10여 군데 저축은행과 거래하며 목돈을 굴리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만 9곳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남의 일 같지 않고 불안했다. 그래서 만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예금까지 중도 인출해 시중은행 정기예금으로 옮겨 놓았다.

A씨는 월 이자지급식 정기예금에 자금을 맡겨놓고 월급처럼 이자를 받아 생활비로 쓰고 있다. 얼마 전 A씨는 은행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신문을 보던 중 ‘8월 물가상승률이 5.3%’였다는 기사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지금 받고 있는 예금이자는 보통 4.0~4.2%에 그친다. 물가상승률과 1%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여기에 15.4%의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가만히 앉아서 약 2~3%씩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가상승률만큼 원금 늘어나

A씨는 한 증권사의 프라이빗 뱅커를 소개받아 ‘물가연동채권’이라는 걸 추천받았다. 물가연동채권은 정부에서 발행하는 국채의 일종이다. 채권의 원금 및 이자지급액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켜 채권의 실질구매력을 보장하는 국채다. 물가상승분만큼 채권의 원금이 증가하고, 증가한 원금에 대해 표면금리에 해당하는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자금액이 물가상승률에 연동되는 특징이 있다. 단, 물가연동채권의 표면금리는 1.5~2.75%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표면이율이 고정되어 있는 대신 원금이 물가상승률만큼 늘어나니 물가 수준만큼의 실질가치는 보존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억원어치 물가연동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를 보자. 1년 뒤 물가가 지금보다 5% 오른다면 채권의 원금도 10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 돈에 이자율을 적용받아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 채권은 특히 만기가 10년이 넘기 때문에 분리과세(33.0%)가 가능하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돼 이자소득세 최고 세율인 38.5%에 해당하는 투자자는 세금도 절약할 수 있다.

10년 만기 시점에 받는 원금이 10년간의 물가상승분만큼 커진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채권매매 차익 부분은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비과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10억원의 물가연동채권에 투자해 해마다 물가가 4%씩 올랐다고 치면 원금은 10년 후 14억8000만원이 된다. 원금 상승분인 4억8000만원에 대한 세금은 없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 상황이 아닌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물가하락 때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겠으나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원금 손실이 나더라도 이자발생분이 원금 손실 부분을 커버하므로 실질적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2010년 이후 발행된 물가연동채권은 채권 액면을 국가가 보장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근 정부에서는 매월 물가채를 발행하고 있다. 주식도 직접투자를 하지 않고 간접투자인 펀드로만 운용하는 B씨는 A씨와 달리 채권운용도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어 채권형 펀드에 가입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닌 B씨는 세금문제에는 덜 민감하기 때문에 채권 직접투자보다는 채권형 펀드에 가입했다.

B씨는 물가상승에 대비해 두 가지 펀드에 가입했다. PCA운용사의 ‘PCA물가따라잡기’ 펀드는 물가연동채권 편입비중을 20~100%까지 탄력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물가상승에 따른 자산 실질가치 하락을 방지한다. 이 펀드는 10년 만기인 물가연동채권 투자 이외에도 국채선물 매도거래, 이자율 스와프 거래 등을 통해 자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은 8.03% 정도여서 B씨는 만족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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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펀드도 물가에 연동

B씨가 외국계 은행에서 가입한 또 하나의 펀드는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사의 ‘현대글로벌 인플레이션연계펀드’다. 이 펀드는 한국의 물가연동채와 같은 세계 여러 나라의 물가연동채권에 투자해 이자수입과 자본차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이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도 9.65% 정도다.

역삼동에 거주하는 C씨는 ‘맥쿼리인프라펀드’에 주목했다. 이 펀드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인프라 펀드다. 이 인프라 펀드는 도로, 항만, 터널, 지하철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고 이곳에서 발생하는 통행료 수입 등을 주요 수입원으로 한다. 이 펀드가 투자한 15군데 인프라 자산 중 14곳의 자산에 대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최소 수입 보장’을 확보한 것이 안정적인 수입을 예측할 수 있는 큰 장점이다. 인프라펀드에 투자한 고객 입장에서 보면 인프라에 투자한 후 예상보다 적은 통행료 수입이 나오더라도 애초 계약한 최소 수입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장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 수입 보장금액이 물가상승률에 연동돼 증가한다는 점이 C씨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포인트다. 이 펀드도 물가연동채권과 마찬가지로 1년에 두 번 분배금을 지급하는데 약 7~8% 이상 수익률이 예상된다. 또한 액면 1억원까지 투자금에 대해 15.4%의 이자소득세 대신 6.6%의 저율로 과세하며, 1억원 초과금액에 대해서는 15.4%의 분리과세로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절세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물가연동채권이 33%의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하더라도 절세 측면에서는 한 수 위인 투자처다.

1105호 (201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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