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의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코너가 인기다. 테러, 독가스 살포, 지하철 폭파 협박 등 10분 안에 인질을 구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 속에서도 시간만 지체하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찰, 군인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풍자한다. 코너를 이끌고 있는 개그맨 김원효는 긴박한 상황에서 “안 돼∼!”를 외친다. 회의를 소집하고,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테러범이 요구하는 돈을 가져다주기에는 10분이 너무 짧다면서 안 되는 이유를 열거하는 데 시간을 다 허비한다.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관료들의 모습,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경직성과 비효율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이 코너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 밀려드는 씁쓸함에 답답해지기도 한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그리스발 유로존 위기로 촉발된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형태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있다. 정부들은 정부대로 기업들은 기업대로 출렁이는 환율과 불안정한 금융시장의 흐름에 촉각을 세우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우리가 겪고 있는, 그리고 겪게 될 어려움이 개그콘서트의 비상대책위원회처럼 10분 안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도 이번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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