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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최대 발전소를 꿈꾸다 

태양열 활용 방안 논의 활발…‘데저텍(사막+테크놀러지) 프로젝트’ 가시화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사하라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이다.총 면적이 940만㎢로 한반도의 43배나 된다. 지금도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매년 2만여㎢씩 넓어지고 있다. 아프리카 입장에서 보면 대륙 전체 면적의 31%를 차지하는 거대한 땅이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 채 놀면서 몸만 불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인류는 버려진 사막 사하라의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땅 속에 묻혀있는 자원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하라 사막을 불모지로 만든, 하늘에서 쏟아지는 태양열이 알고 보니 보물이더라는 얘기다.

한반도 면적의 43배

버려진 황무지 사하라 사막에 지구촌 최대 태양열발전소를 세우는 방안이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사막의 무한

한 에너지 잠재력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에너지 잡지 PE(Power & Energy)는 “지구촌의 모든 사막이 단 6시간 동안 받는 태양에

너지가 인류 전체가 1년 동안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다”고 최근 보도했다. PE는 “아프리카는 모든 아프리카 사람뿐 아니라 다른 지구촌 이웃들에게까지도 재생에너지라는 사과의 커다란 부분을 베어 먹게 할 수 있다”며 “그 수단이 바로 태양열 발전(solar power)”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가장 구체적인 계획을 만든 단체는 유럽 과학자들의 모임인 ‘지중해 종단 재생에너지조합(TREC)’이다. TREC의 공동설립자인 게르하르트 크니스 박사는 사하라 사막에 거대한 태양열 발전소를 만들어, 생산된 전기를 아프리카와 유럽에 보내는 ‘데저텍 프로젝트(Desertec Project)’를 창안했다. 데저텍은 사막(desert)과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다.


유럽 입장에서 볼 때, 데저텍은 유럽에서 태양열 발전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보다 아프리카에서 수입함으로써 훨씬 싸

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겨울이면 해를 구경하기 힘든 독일과 연중뜨거운 햇빛이 작렬하는 사하라 사막의 기후조건이 만들어준 사업이다. 2009년 7월,독일 뮌헨에서 재보험회사 뮌헨리를 비롯해 지멘스, ABB 등 유럽 12개 기업이 컨소시엄형태로 데저텍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데저텍 프로젝트는 2050년까지 유럽과 중동, 그리고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의 상당량을 사하라 사막 태양열 발전을 통해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럽은 2050년까지 필요한 전력의 5분의 1을 지중해 밑에 설치한 해저케이블을 통해 아프리카로부터 수입할 계획이다.총 예산 규모는 자그마치 4000억 유로(약560조원)다. 이 돈으로 1만6600㎢ 규모의 태양열 발전 패널을 사하라 사막 곳곳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정도면 벨기에 전체 면적 3만㎢의 절반이 넘는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는 풍력발전소도 설치할 계획이다. 풍력발전의 후보지로는 사막 외곽지역인 대서양 연안과 홍해 주변이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데저텍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1064테라와트(TWh)의 전기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유럽 최대 전기 소비국인 독일이 2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크니스 박사는 데저텍 프로젝트와 관련,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화두로 제시했다. “지구촌은 인구가 100억 명으로 늘어나도 식량과 주거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에너지 부족 문제는 화석연료만으로는 해결할 수없다. 그래서 무한한 자원인 클린 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니스 박사는 “이를 실천하는 가장 강력하고 빠른 방법은 가장 많으면서도 가장 덜 사용되는 청정 무한 에너지를 쓰는 것”이라며 “바로 그것이 지표에 도달한 태양의 복사에너지(solar radiation)”라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30~60년 뒤에는 태양열 에너지로 전체 소비하는 에너지의 40~70%를 생산할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데저텍 프로젝트를 통해 깨끗한 전기를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새로운 소득원을 갖게 되고 유럽도 싼 값에 청정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어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사업이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북부 국가들도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집트 에너지부를 대표해 데저텍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라일라 조지는“이집트는 특히 태양열과 풍력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 자원의 잠재력이 아주 크다”며“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대단히 환영하고, 함께 하는 모든 이들에게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도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엄청난 프로젝트인데다 위험요소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아프리카의 이익보다는 자기 기업의 이익만 챙기려 하지 않을까 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우려도 없지 않다. 이미 아프리카 국가들은 서구 선진기업들이 석유와 가스 등 아프리카의 천연자원을 개발하면서 이익만 챙기고

떠난 씁쓸한 기억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탈 원전 움직임에 새로운 동력 얻어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배려하는데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생산된 전력의 판매와 관련된 결정을 하는데 아프리카 해당국 정부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존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데저텍 프로젝트가 아프리카의 심각한 전력난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빈곤문제 해결 등 다른 여러 가지 이익도 함께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사하라 사막과 그 주변에 많은 발전소와 관련 인프라를 건설하고 유지함으로써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것임을 지적한다.

관련 기술이 아프리카 국가에 이전됨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루는데도 도움이 되고, 전력을 판매해 받는 수입도 국가재정에 보탬이 될 거라는 얘기다.장기적으로는 해당 지역과 인근 유럽의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란 평가다. 향후 지구촌은 제한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처럼 재생 가능한 자원을 이용하려는 국제적인 공조 노력이 그러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원래 올해 정식으로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사업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돈도 돈이지만, 그 사이에 위험 요소가 추가로 생겼기 때문이다. 2010년 말 튀니지에서시작돼 지금껏 계속되고 있는 ‘아랍의 봄’도미노 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 불안정 때문에 수백 조원짜리 사업은 미뤄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결정적으로 도와주는 변수도 하나 있었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

이 그것이다. 사건 이후 일본은 원전을 정지시켰고, 탈(脫)원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일본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불똥은 유럽

으로 튀어 독일도 장기적으로 원자력발전을 포기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하면서 대체 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데저텍 프로젝트가 새로운 추진력을 얻고 있다”고 7월에 보도했다. 원자력에너지를 포기하기로 한 독일정부의 결정이 사그라들고 있는 데저텍 프로젝트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는 얘기다.

독일이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면 2022년까지 20.5GW의 발전용량이 줄어든다.유럽 내 최대 전력 사용국가인 독일로서는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원으로 이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는 아직 이해타산이 맞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데저텍 프로젝트에 대한 추진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있다.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EU)의 양대 엔진으로 꼽히는 프랑스가 힘을 보태주는 것도 사업추진에 긍정적인 요인이다.프랑스는 2010년 북아프리카와 유럽을 연결하는 전력망 건설을 위해 ‘메드그리드(Medgrid)’ 컨소시엄을 출범시킨 후, 지난해 데저텍과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메드그리드컨소시엄에는 알스톰과 아레바, EDF, RTE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브롤터 해협 해저와 이탈리아~튀니지, 이탈리아~알제리 사이바다 밑으로 전선을 연결한다는 계획이다.EU 주도국들이 나서자 단일에너지시장을 추구하고 있는 EU집행위원회도 최근 데저텍 프로젝트에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할 수있음을 내비쳤다.

EU집행위원회 에너지 담당 실장인 마이클 쾨흘러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아프리카와 유럽간 재생에너지 무역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그것은 이제 EU의 정책(policy)이다”고 말했다.EU 예산이 투입된다면 유럽과 아프리카대륙을 연결하는 전력공급 프로젝트는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U집행위원회라는 ‘명함’이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는 안전판 역할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EU집행위원회는 관련 법률조항을 검토하는 등 데저텍 프로젝트를 위한 각종 조치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적으로,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 관련 인프라들이 EU의 여러 회원국에 도움을 주는‘EU의 공동 이해를 위한 프로젝트’라고 불

릴 수 있도록 제반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참여 업체들이 계약을 어기면 독일과의 계약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EU와 계약을 어기

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이렇게 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인프라 마련을 위해 책정된 EU 예산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투자은행은 EU 에너지 예산이 데저텍 프로젝트에 투입될 경우, 기관투자자들도 그것을 믿을 수 있는 보증수표로 생각하고 대거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EU 에너지 예산 투입 가능성



1153호 (201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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