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악재지만 겁 먹을 이유는 없다 

‘애플 쇼크’에도 삼성전자 주가 하락 제한적 전망…애플과 소송이 브랜드 가치 올리는 효과도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기자



급락→반등→숨 고르기. 미국 법원에서 열린 애플과의 특허소송평결에서 완패한 직후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이다. 미국 배심원들이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준 후 첫 거래일인 8월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7.45% 떨어졌다. 그러나 8월 28일(1.27%)과 29일(2.93%) 이틀 연속 반등에 성공했다. 30일에는 다시 1.22% 떨어졌지만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인 탓이 컸다.

‘애플 쇼크’ 직후 국내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평결 직전까지 2조원 넘게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49%대로 떨어진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다시 50%대로 높아졌다. 삼성전자가 급락한 8월 27일에 14만주를 집중 매수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팔던 외국인이 주가 급락을 틈타 숏커버링(매도 후 재매수)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악재에 주식을 판 국내 기관과 대조적이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단기적으로 흔들리겠지만 애플 쇼크 탓에 110만원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있다. 소송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삼성전자 주가에 이미 반영된데다 배상금액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의 5%를 밑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소송에 따른 판매 금지 조치가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2를 비롯한 새 제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에 우호적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대부분 이번 평결로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 자체는 크게 변하지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매출의 15~2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특허 침해가 인정돼 단기적으로 주가가 영향을 받겠지만 삼성전자의 실적은 크게 악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의견도 나왔다.

국내외 증권사 ‘조정 때 사라’

UBS증권은 삼성전자 제품이 미국에서 판매 금지되더라도 삼성전자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이 내려진 제품은 대부분 구형이기 때문이다. UBS증권은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애플의 판매금지 신청을 받아들이더라도 올해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의 1~2%정도에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도 주가가 하락했을 때 삼성전자 보유비중을 늘릴 만하다는 의견을 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미

국 소송 결과에 대한 우려가 최근 주가에 거의 반영됐다”며 “삼성전자가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보한 지위가 확고한 만큼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주식을 사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다이와증권은 판사가 배상액을 늘리고 미국에서 삼성전자 제품의 판매금지를 명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제품이 빠르게 출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금지에 따른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이와증권은 “양측의 법적 다툼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지만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점에서 이번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노무라금융투자도 애플의 특허와 큰 상관이 없는 신제품이 곧출시될 예정이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큰 차질을 빚지 않

을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특허 사용료를 내야 하더라도 연간 통신 부문 영업이익의 3% 정도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소문에 사서 좋은 뉴스에 팔라는 말이 있듯, 나쁜 좋은 뉴스에 사볼 만하다”고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이번 평결 결과가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무디스는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패소해 장기적으로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8월 28일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번 소송 결과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제품에 대한 판매금지로까지 이어진다면 삼성전자는 단기적으로도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그러나 평결 결과가 당장 신용등급에 영향에 주지는 않는다며 등급 ‘A1’과 등급 전망 ‘안정적’을 유지했다. 무디스는 “삼성전자는 사업 영역이 다양하고 판결에 따른 배상금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재무적으로 튼튼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피치도 8월 30일 당분간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피치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A‘ +’,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피치는 “미국 배심원단의 평결을 세계의 다른 법정에서 그대로 따르지 않을 것이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고려하면 앞으로 12∼18개월간 재무상황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8월 29일 애플과의 특허소송이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에 즉각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기관들도 이번 평결 결과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KDB대우증권 송종호 연구원은 “다른 판매 금지조치를 감안해도 삼성전자의 주가 조정은 110만원대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판결에 갤럭시S3는 제외돼 있어 휴대폰 판매에 치명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서원석 연구원 역시 “판결이 나기 전부터 삼성전자 주가에 우려가 반영됐다”면서 “삼성전자 실적을 아주 낮게 잡아도 주가가 100만원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토러스투자증권 김형식 연구원은 “소송은 장기전으로 갈 것이기때문에 비관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며 “소송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은 주가에 이미 반영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임돌이 연구원은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 주기는 6개월도 되지 않기 때문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소송은 장기전

국내 증권사들은 악재에도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바꾸지 않았다. 대신증권 강정원 연구원은 “주가 조정과 기간 조정은 제한적일것이고 미국 소송 결과를 기타 지역으로까지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투자 의견 ‘매수’와 목표 주가 200만원을 유지했다. 삼성증권 황민성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현재 IT산업에서 최고의 원가경쟁력과 유통력,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며 투자 의견 ‘매수’와 목표 주가 155만원을 유지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평결로 다소 위축되겠지만 기업 문화와 브랜드전략을 정비한다면 애플과의 양강 구도를 다지며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창조적인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송종호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카피캣’으로 비난 받지 않으려면

혁신으로 보여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조적 혁신 노력 뒤따라야

이런 가운데 애플은 8월 27일(현지시간) 판매 금지를 원하는 삼성전자 제품 목록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스마트폰 ‘갤럭시S 4G’와 통신사 AT&T·스카이로켓·T-모바일·에픽 4G가 출시한 ‘갤럭시S2’를 비롯해 ‘갤럭시 프리베일’ 갤럭시S’, ‘드로이드 차지’ 등 모두 8종이다. 목록 제출은 8월 24일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배심원 평결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평결 직후 애플이 판매금지 가처분을 낼 의사를 내비치자 루시 고 판사는 “재판 일정 조율에 필요하다”며 신청에 앞서 금지 목록 리스트를 먼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배심원들은 삼성전자 28개 제품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했지만 애플은 이 가운데 최신 기종 8개만 골랐다. 목록에는 삼성

이 미국에서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평결이 난 소송 대상이 아니었기

문이다. 미국 법원은 8개 스마트폰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 청문회를 12월 6일 열 예정이다. 판매 금지 결정이 나더라도 삼성전자 매출이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약 12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앞으로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 10.1 등에 힘입어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 이후 갤럭시S3의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 에쿼티 관계자는 배심원 평결 이후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을 사기위해 몰려들어 T모바일과 AT&T용 갤럭시S3가 일부 매장에서 매진됐다고 밝혔다. 애플과의 소송으로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 때마다 마케팅에 수천억원을 투자하며 브랜드 가치를 키운 삼성전자가이번 특허소송에서 평결대로 1조2000억원을 내줘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삼성·애플 남은 소송 쟁점은?

디자인 vs 무선통신 표준 특허 싸움


삼성전자와 애플은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과 호주, 일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소송을 남겨두고 있다. 남은 국가에서 소송전도 디자인 특허와 무선통신 표준 특허가 가장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유럽과 호주의 디자인 특허 관련 소송에서는 삼성전자가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에서 삼성전자 제품이 애플 제품의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는 판결이나 가처분 결정을 내놓았다. 게다가 유럽의 디자인 특허는 ‘유럽공동체 디자인(Community Design)’이라고 불리는 디자인권을 공유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은 삼성전

1154호 (2012.09.1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