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의 7인조 아마추어 남성 그룹 엘리베이터즈(Elevatorz)는 한국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들은 8월 21일 경주에서 열린 ‘한국 방문의 해 기념 2012 K-POP 커버댄스 페스티벌’에 나이지리아 대표로 참가했다. 엘리베이터즈는 6월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열린 ‘제1회 나이지리아 K-POP 댄스 대회’ 결승전에서 2PM의 히트곡 ‘어게인 앤어게인(again & again)’을 불러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품으로 한국행 항공권과 경주에서 열리는 결선무대 참가자격이 주어졌다. 엘리베이터즈는 나이지리아 대회가 끝난 뒤 “한국에서 세계 각국K-POP 매니어들과 실력을 겨뤄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한류 불모지 서부 아프리카에서 K-POP 대회그동안 한류 불모지로 분류됐던 서부 아프리카에서 K-POP 대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이지리아 대사관 한국문화원(원장 서정선)이 개최한 ‘제1회 나이지리아 K-POP 댄스 대회’에는 모두 19개팀이 참가해 열전을 벌였다. 나이지리아보다 1년 앞선 2011년 7월에는 북아프리카 이집트에서 제1회 K-POP 한국노래자랑대회가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적이 있다. 당시 이집트는 시민 혁명을 통해 30년간 철권통치 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퇴진 시키고 ‘격변의 시기’를 보내던 때였다. 그런 와중에도 K-POP 경연대회에 너무 많은 신청자가 몰리는 바람에 행사 시작 몇 달 전부터 예비 심사를 거쳐야 할 정도였다.2004년부터 불어 닥친 1세대 한류가 ‘대장금’을 앞세운 드라마 한류였다면, 2세대는 K-POP을 주축으로 한 음악 한류로 진화하고 있다. 아프리카 팬들이 한류를 접하던 주요 경로도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던 텔레비전에서 유튜브·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로 진화돼 콘텐트를 더 빠르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의 문화가 아프리카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은 1세대 드라마한류가 제대로 기반을 다진 덕분이다. 특히 대장금의 주인공 배우 이영애는 이제 아프리카 많은 나라에서 친근한 인물이 됐다. 대장금이 아프리카 곳곳에서 큰 인기를 모았기 때문이다.짐바브웨를 포함한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그야말로 ‘대장금 열풍’이 몰아쳤다. 짐바브웨 국영 ZBC TV는 2007년 10월 9일부터 대장금(Jewel in the Palace)을 방영했다. 방영과 동시에 인기몰이가 시작되자 ZBC 방송국은 시청자 퀴즈를 공모했다. 짐바브웨 일간 더 헤럴드는 당시 “모두 480만 통의 응모엽서가 방송국으로 쇄도했다”고 보도했다. 짐바브웨 인구가 약 13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전체 인구의 37%가 엽서를 보낸 셈이다. 열명 중 네 명 꼴로 짐바브웨에서 TV가 있는 가구는 거의 모두가 대장금을 시청한 것으로 추산됐다.
ZBC측은 그중 50명을 뽑아 대한민국 한인회가 기증한 상금을 지급했다. 짐바브웨 주재 대한민국한인회는 당첨자들에게 1인당 1000만 짐바브웨달러씩 총5억 짐바브웨달러를 전달했다. 1000만 짐바브웨달러는 현지 노동자 한 달치 봉급의 약30~50% 해당하는 금액이다. ZBC측은 시청자 퀴즈 외에 대장금에 대한 시청자 소감도 접수해 큰 호응을 얻었다. 짐바브웨 주재 한국대사관은 대장금의 흥행에 관한 보고서에서 “대장금이 이미 방영된 ‘슬픈 연가’에 이어 주재국 내에서 한류 확산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과 한국 문화산업에 대한 짐바브웨 국민들의 우호적 인식과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ZBC 프로그램 편성 담당국장 월터 무파노키야는 대장금의 인기비결과 관련 더 헤럴드와 인터뷰에서 “장금이 온갖 역경에도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짐바브웨 국민들, 특히 여성들이 깊은 감명을 받고 장금이를 롤 모델로 삼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무파노키야 국장은 “대장금이 짐바브웨 시청자들의 오락거리로서도 훌륭하지만,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짐바브웨의 대장금 바람은 이웃나라 잠비아로 확산됐다. 잠비아국영 ZNBC-TV는 짐바브웨에 이어 2008년 5월부터 ‘대장금’을 방영했다. 2009년부터는 잠비아에서 멀지 않은 동남부 아프리카 국가탄자니아에서 대장금이 TV전파를 탔다. 탄자니아에서는 주몽, 해신, 바람의 나라 등 다른 한국 드라마도 대거 방영됐다. 이밖에 대장금은 동부 아프리카 국가 케냐와 서부 아프리카 국가 가나의 안방에 까지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 톡톡히 기여했다.사하라 사막 북쪽에서는 중동·아프리카 한류의 허브인 이집트에서 2006년 대장금이 방영됐다. 이집트에서는 이보다 앞선 2004년,드라마 ‘가을동화’와 ‘겨울연가’가 현지 방송을 통해 방영된 이후 한류 바람이 교육계 등으로 확산됐다. 2005년 아인샴스대학교에 한국어과가 개설됐고, 2006년부터는 매년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큰 호응 속에 열리고 있다. 인구 8400만명의 아프리카 강대국 이집트는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축돼 일찍부터 한류에 눈을 뜬 나라다. 교육계 등 한류의 확산속도로 미뤄봤을 때, 앞으로도 한류가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이처럼 한국 문화에 대한 열기가 아프리카에서 확산되면서, 한류를 아프리카 시장개척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철 코트라 카이로무역관장은 “철저한 가격 중심인 이집트 시장에서도 문화적인 이미지가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시작했다”며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한류 열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론 기고문에서 주장했다.이집트의 경우, 특히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한류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한국에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는데다, 아프리카와 중동은 향후 성장 잠재력이 무한한 신흥 시장이기 때문이다.한류는 민간 외교사절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장금은 정통 사극이란 특징 덕분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함께 알렸고, 한식세계화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아프리카에는 한국공관이 없는 나라가 많은데 이들 나라에서도 장금이가 들어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외교사절 역할까지 훌륭하게 수행한 셈이다.
차세대 한류 후보는 새마을운동아프리카에서 한류의 진화는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한국이 한국전쟁 후 폐허나 다름없던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선진국 문턱에 도달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적은 지금도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미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은 새마을운동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배우는 걸음마를 시작했다. 한국의 경험을 전수받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한국까지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 4월에도 우간다·탄자니아·마다가스카르 3개국에서 39명이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한국에 왔다. 아프리카에는 새마을운동 만한 차세대 한류 후보가 없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아프리카 빈곤국에 전수해주는 콘텐트를 개발한다면, 한국드라마와 K-POP에 이은 3세대 한류의 주인공으로, 대한민국 자원외교나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