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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사람, 기술, 일하는 방식 다 바꾸자 

‘시장 선도 LG’로 변신 

조용탁 이코노미스트 기자
주력 계열사 1분기 영업실적 개선 … 구본무 회장 “판을 바꿀 제품 만들어야”



“시장의 판을 바꾸거나 시장을 창출하는 상품을 만들자.” 구본무(68) LG 회장은 5월 14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에게 이같이 주문했다. 그는 이날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CEO와 임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5월 세미나에서 “상품을 개선하는 정도로는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기존 상품을 개선하는 일을 잘 해왔고, 최근에는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 또한 늘었다”면서도 “이런 상품 개선만으로는 시장을 뒤흔들거나 판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구 회장은 이를 위한 세 가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승부를 걸 시장과 사업에 집중해 남보다 먼저 기술을 확보할 것, LG의 상품을 통해 고객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창의적 사고로 도전할 것, 시장 선도 상품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마케팅과 공급 역량을 높일 것 등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이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그 후 시‘ 장 선도 LG’로서의 성과가 조금씩 나타났다. LG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최신 스마트폰인 옵티머스G 프로를 비롯한 시장 선도 제품개발에 적극 나섰다. 기업 체질을 바꿔 고객 가치 측면에서 탁월한 상품으로 시장을 이끌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최고경영진의 절박함이 작용했다.

LG의 주요 계열사 1분기 실적을 보면 변화가 성과로 이어진 모습이다. LG전자는 1분기에 매출 14조1006억원, 영업이익 3495억원을 기록해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세 배가량으로 늘었다.

이 같은 실적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옵티머스G 프로의 인기에 힘입어 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처음 1000만대를 넘어선데 힘입었다. 이는 세계 3위의 성과다. LG전자는 2분기에 OLED TV 라인업을 다변화하고 경쟁력이 확보된 옵티머스G 프로 및 중저가 시장 대응을 위한 ‘F시리즈’, ‘L시리즈2’를 본격 출시할 계획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하반기 전망을 밝게 봤다. 그는 “통신 부문의 강세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 통신 부문의 올 1분기 목표는 스마트폰 1000만대 판매와 영업이익률 3%,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였는데 모두 달성했다는 것이다.

그는 “옵티머스G의 미국 판매로 매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TV 사업도 신제품 출시 덕에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전통적으로 2분기에 강세를 보였다. 여름을 앞두고 주력 제품인 에어컨 판매가 늘며 실적이 개선됐다. 올해도 LG전자는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에어컨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리더는 3분의 2 경청해야

LG화학도 1분기에 비교적 선전했다. 매출 5조7206억원, 영업이익 4089억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계절적 비수기에도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특히 편광판, 터치스크린 패널용 ITO 필름, OLED 소재 등 정보전자 소재사업이 돋보였다.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시장 선도 제품을 계속 늘리며 전년 동기와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소형 전지가 지난해 4분기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라서는 등 시장선도 성과를 창출했다. 황규원 동양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주력은 석유화학과 정보소재인데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두 분야의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생산 비용절감 효과를 보는 동시에 석유화학 제품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는 이어 “편광판과 리튬폴리머전지 주문도 늘었다”며 “LG화학 주가도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의 다른 계열사 실적도 괜찮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에 매출 6조8032억원, 영업이익 1513억원을 기록해 4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갔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IPS 같은 차별화된 기술로 시장을 선도한 덕에 계절적 요인을 극복하고 네 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IPS 기술은 시야각과 측면시인성에서 VA 기술보다 우수하다. IPS기술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를 소개하면서 극찬한 기술이다.

LG생활건강은 1분기에 매출 1조723억원, 영업이익 145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31개 분기,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33개 분기 연속성장했다. LG유플러스는 1분기 매출 2조8597억원, 영업이익 1232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6%, 영업이익은 85.1% 증가했다. 수익성이 높은 LTE 서비스 가입자 수를 전체 무선가입자의 50% 이상으로 늘린 게 원동력이었다.

숫자만 좋아진 건 아니다. 시장 선도를 위한 ‘LG만의 일하는 방식’도 구축 중이다. LG는 고객 가치에 몰입하는 조직문화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회의 참석자 들이 하루 전 자료를 공유하고 사전에 모두 읽은 뒤 참석해 회의는 의사결정 중심으로 진행한다. 이에 따라 회의시간이 대폭 줄었다. 특히 개발 모델의 중간 단계 품평회는 회의실이 아닌 개발 현장에서 관련 엔지니어와 연구원들이 모여 한다. 개발책임자가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면 즉석에서 해결책을 이끌어 낸다.

LG화학은 시장 선도를 위한 일하는 방식의 실천 방향을 ‘聽(청)’ ‘論(논)’ ‘行(행)’으로 정했다. ‘청’은 리더가 솔선수범해 소통 문화를 만들자는 의미다. 대화 시간의 3분의 2는 경청하고 3분의 1만 말하자는 ‘3분의 2 & 3분의 1’을 실천방안으로 내세웠다. ‘논’은 가장 까다로운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하면서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자는 뜻이다. ‘행’은 논의된 결과는 반드시 실행하고 성과로 연결하자는 뜻을 담았다.

LG유플러스는 ‘911 보고문화’로 LTE일등 만들기 캠페인을 전개한다. ‘911 보고문화’는 ‘업무 보고는 구(9)두로 빠르게, 꼭 필요한 문서는 한(1)장으로 핵심만, 한(1)번의 보고로’라는 뜻이다. 핵심 업무를 스피드 있게 처리하기 위한 방식이다.

시장 선도에 필수인 연구·개발 인력 확보에도 공을 들인다. LG의 시장 선도를 이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섰다. 구 회장은 올해 계열사 CEO들과 함께 1월과 3월에 각각 국내와 북미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잇따라 참석했다.

1월 컨퍼런스에는 국내 대학 이공계 석·박사 500여명이, 3월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는 미주 지역 유수 대학의 이공계 석·박사급 유학생 300여명이 초청됐다. 구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사업에 필요한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먼저 찾아가자”고 강조했다.

1189호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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