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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Talk - 애플 닮은 구글, 구글 닮는 애플 

류중희·박해천 ‘일상의 기술, 기술의 일상’ 

대담·정리= 박해천 디자인 연구가
운영체제 비슷해지면서 고유의 하드웨어 특징 사라져



박해천: 지난 번에 구글글래스를 집중 논의하다 보니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관련해 최근 논의되는 신기술을 빠뜨렸네요. 그 이야기를 좀 하죠.

류중희: 먼저 최근 인터넷을 달군 미래 제품은 구글글래스와 더불어 애플이 개발 중인 아이워치, 그리고 터치 스크린의 미래가 될지도 모를 ‘립 모션(leap motion:허공에 동작을 인식해 입력하는 장치)’, 암 밴드인 ‘Myo(손목에 끼고 근육신경을 감지해 입력하는 장치)’ 등이 있습니다.

구글 글래스를 놓고 ‘아직은 불편하다’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어쩌면 그런 불편함이 이런 차세대 스마트 기기를 더욱 차별화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구글글래스를 필두로 하는 이런 신기술이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을 한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이 ‘좀 더 편리하게’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좀 더 멋지게’를 키워드로 삼은 건지도 모르죠.

: 그렇다면 첫 대화에서 언급한 프리미엄 전략이 새로운 기술 기반의 새로운 시장에서 다시 작동할 걸로 예상하나요? 마치 휴대폰이 처음 시장에 등장한 1990년대 중후반의 벽돌폰이 떠오르는데요. 저로서는 그런 기술이 스마트 기기 시장의 또 다른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물론 그런 비전이 없으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 어렵겠지요. 이 대목에서 다시 스마트폰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보면 어떨까요?

: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스마트폰 이전부터 존재했고 인기도 많았어요. 스마트폰을 만나서 활용도가 더욱 커진 건 아무래도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때문 아닐까요? 역설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다는 건 항상 나와 같이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죠.

기존 디바이스들이 심호흡 한번 하고 ‘자, 이제 인터넷 세계로 들어간다’ 이런 느낌이었다면 요즘 스마트 기기는 ‘어, 뭐가 왔네? 잠깐 보고 하던 거하자’ 이런 느낌이죠. 컴퓨터 스크린이 아니라, 바로 현실에 멀티태스킹 창이 하나 더 열린 느낌을 사용자에게 가져다 주죠.

: 앞서 구글글래스나 차세대 스마트 기기 이야기가 나오긴 했습니다. 문제는 스마트폰의 바통을 이어받을 만한 IT 기기가 있느냐인 것 같습니다.

: IT 기기도 중요하지만 운영체제(OS)를 유심히 봐야 할 것 같아요. 요즘에는 OS가 서비스하고 결합돼 그 의미가 훨씬 대단해졌죠. 애플이 구글을, 구글이 애플을 닮아가는 이유도 OS 때문이죠. 말하자면 무형의 형식이 물리적인 기기의 가치를 넘어서고 있어요.

스크린 사이즈나 해상도 논쟁도, 결과적으로는 이 형식을 누가 잘 전달 하는가의 게임인 것이고요. 예전에 언급한 것처럼, IT 기업은 미래인을 상정하고 현재인을 교육해 이들을 미래로 끌고 가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게 보면 미래인의 생각을 먼저 헤아려서 형식을 정의하는 게 OS를 만드는 작업의 의미라고 볼 수 있죠.

: 이 대목이 중요한 것 같아요. 스마트 기기의 운영체계로서 ‘OS’라는 것 말이죠. OS는 보통 디지털 미디어의 발명가가 자신의 발명품의 사용자로서 새로운 인간을 상정하고, 일반 사용자를 그런 인간이 되게끔 하는 물질적 장치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우리는 그런 OS를 사용해 기존과 다른 인간이 되는 것이고요. 이게 업그레이드인지 다운그레이드인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변화가 일어나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1950~60년대 컴퓨터 구루들의 꿈과 희망인 ‘공진화(co-evolution)’가 떠오르는 대목이지요.

: 공진화라면 기계가 사람을, 사람이 기계를 진화시킨다는 개념 말씀이죠?

: 네, 기계가 너무 빨리 발전하니까 이러다가 인간이 기계에 뒤처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나온 개념이죠.

: 공진화의 예로 쿼티(QWERTY) 키보드를 들 수 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휠이 꼬이지 않게 하려 만든 쿼티가 지금 제 스마트폰에도 들어 있네요. 쿼티에 의해 쿼티형 인간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죠. 그 덕분에 일곱 살 제 조카도 쿼티를 칠 줄 알게 됐고요. 그렇다면, 거꾸로 그런 기술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어떨까요? 예를들어 음성 인식 같은 기술 말이죠. 음성인식이 아주 잘 되면 아이들이 쿼티 키보드를 몰라도 기계를 쓸 수 있을까요?

: 음성 인식의 오류가 아니라 사용자 발음의 오류로 발생한 기기의 오작동을 견딜 인내심이 먼저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발음 교정하는 것보다 쿼티 자판 외우는게 더 쉽고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게다가 타이핑 때 손가락의 촉감이라는 게 인지 과정에서 확인의 역할을 해주는데.

: 음성 인식 덕분에 인류의 발음이 전체적으로 교정되는 새로운 공진화가 일어날 수도 있겠군요. 문제는 사람이 기계를 다루는 방법이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방식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이겠네요. 그렇다면 기계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항상 새로운 장치를 고안할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 쿼티는 기계식 타자기, 즉 당시 기술의 제약 때문에 탄생한 건데 요즘의 스마트폰 OS 같은 경우엔 그런 제약 자체가 없거나 매우 적지 않나요? 그럼에도 전혀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보긴 힘들죠. 예를 들자면, 아이콘들이 왜 격자로 배열돼 있어야 할까요?

: 사실 스마트폰은 야심적이긴 하지만, 인간을 바꾸겠다는 야심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그게 바로 격자로 아이콘을 배열한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훨씬 더 평면화하는 식으로 바뀌었어요.

: 그렇죠. 멀티태스킹이라는 개념조차 초기에는 없었고. 늘어놓고, 고르고, 다시 늘어놓고. 아직 1960년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개념을 만든 제록스 팔로알토연구소 천재들의 손바닥 안쪽에 있네요.

: 2차원의 평면 위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건 뻔하잖아요.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애플의 ‘단순화’라는 판단이 맞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의 용도를 명확하게 만들어 굳이 만병통치약 행세를 하지 않은 게 효과적인 전략이었던 셈이죠.

: 예, 숫자가 증명하죠. 초기에 드라마처럼 성공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오늘이야기를 처음부터 쭉 돌이켜 보면, 스마트 기기의 핵심인 OS도 수십 년 전 철학에서 벗어난 게 없다. 결과적으로 달라진거라고는 ‘명확한 용도의 정의’뿐이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왜 아이패드가 성공했는지 알 것 같아요. 스티브 잡스는 단순히 “이럴 땐 이런 기계를 쓰세요”라고 정리하고 간 셈이군요.

1194호 (201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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