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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 “원시인처럼 살면 뇌졸중 안 걸린다” 

뇌졸중 권위자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동·서양인의 뇌졸중 발병 구조 달라 … 입원 후 사망환자 7%에 불과, 신속조치로 완치 가능

▎김종성 교수는 국내 뇌졸중 최고 권위자의 한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질병 예방을 위해 원시인의 생활습관을 닮으라고 강조한다.



역사적으로 뛰어난 과학자는 훌륭한 작가 출신인 경우가 많았다. 갈릴레이·뉴턴·다윈·프로이드가 그랬다. 뇌졸중 분야 세계적 석학 김종성(58)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역시 인문학을 의학에 접목한 ‘휴먼메디컬’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

서울대의과대를 졸업한 김 교수는 미국 헨리포드병원 뇌졸중연구소 연구원(1992~1993년)을 거쳐 아산생명과학연구소 뇌신경연구과장(1994~1997년),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30년 가까이 ‘뇌’ 분야에 매달려왔다. 그 결과 2002년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노벨의학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 한국인’으로 뽑혔다. 이듬해엔 한국의 노벨의학상으로 불리는 ‘분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를 잘 아는 의학계 인사들은 그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 평가한다. 김 교수는 1998년 『뇌졸중의 모든 것』을 시작으로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 『뇌졸중 119』 『춤추는 뇌』 등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책을 다수 집필했다. 그중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의 1장 ‘잠은 왜 잘까’ 편은 2002년부터 중학교 2학년 국정국어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의학 공부를 하면서 인문 소양을 쌓게 된 계기는?

“어릴 적부터 동물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했다. 음악이나 미술에도 관심이 많았다. 학창시절에는 수필·소설 등 대중서적을 많이 읽었고, 시 쓰기를 배우기도 했다. 그런 성장과정에서 감성이 남들보다 조금 발달한 것 같다.”

첫 번째 쓴 대중 의학서적의 탄생 과정을 설명해 달라.

“신경과에서 공부하고 논문만 쓰다 보니 성격까지 경직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수필을 써보았다. 그러던 중 군의관으로 있을 때 환자로 온 역사학과 출신 사병을 제대 후 다시 만났는데, 그동안 쓴 수필을 보여줬더니 재미있다면서 친구인 출판사 사장을 소개해줬다. 그 출판사 사장이 뇌와 관계된 수필만 모아서 책을 출간할 것을 제안했고, 그래서 나온 것이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었다.”

그는 2008년에 『뇌혈관 동맥경화(Intracranial Athero sclerosis)』라는 신경과학 교과서를 세계 최초로 발간했다. 이 교과서는 김 교수의 주도로 미국 하버드대학의 원로 석학인 루이스 캐플런(Louis R. Caplan)과 역시 세계적 석학인 홍콩대학 로렌스 왕(Lawrence Wong)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출판사는 출간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의 의학 전문 출판사 와일리 블랙웰(Wiley Blackwell)이었다. 이 책이 뇌졸중의 바이블로 불리는 이유다.

뇌신경 과학 교과서를 쓰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동맥경화의 경우, 서양인은 목 동맥처럼 목 아래쪽 혈관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 반면 동양인이나 흑인·히스패닉(중남미인)은 두개강(머리뼈 속의 공간)에 있는 동맥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교과서는 서양에서 집필했기 때문에 ‘뇌졸중은 대부분이 목 동맥혈관의 경화가 원인’이라고만 쓰여 있었다.

두개강에 대해서는 설명이 거의 없었다. 동양인은 전 세계 인구의 60%, 아프리카인은 12%가량 된다. 둘을 합치면 70%가 넘는다. 그러니 두개강에 있는 동맥 경화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그래서 교과서를 써서 전 세계에 알려야겠다 생각한 것이다.”

김 교수는 뇌중풍이나 편두통 진단과 치료에도 탁월한 능력을 쌓았다. 그는 두통과 뇌졸중이 함께 나타나는 ‘멜라스병’ 환자를 국내에서 처음 알렸으며, 일어서면 발생하는 ‘기립성 두통’의 중요한 원인인 ‘두개뇌압저하증’ 환자들의 임상 양상을 분석해 세계적 학술지 『뉴놀로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편두통의 새로운 치료제인 ‘졸미트립탄’의 효능에 대한 임상연구를 완료한 상태다.

뇌졸중은 어떤 질병인가?

“기본적으로 뇌혈관 질환이다. 뇌의 무게는 1200~1300g 가량으로, 몸 전체의 50분의 1밖에 안되지만 하루 종일 일하는 장기다 보니 산소나 영양분을 많이 쓴다. 그 산소나 영양분을 백혈구가 갖다 주는데, 그 통로가 혈관이다. 그런데 혈관에 문제가 생겨서 막히거나 터지면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뇌 일부가 갑작스럽게 기능을 못하게 되고 기능저하가 나타나게 된다. 그것이 뇌졸중이다.”

뇌졸중의 위험 신호는 어떻게 찾아오나?

“뇌혈관 질환인 만큼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혈관을 손상시키는 요인은 모두 위험 인자다. 짜게 먹는 식습관·흡연 등이 주요 요인이다.”

뇌졸중은 완치가 가능한가?

“뇌혈관이 막혀서 발병하는 뇌졸중은 어느 부위에 얼마나 막혔는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70~80대 고령자는 MRI를 찍어보면, 무증상뇌경색(무증상뇌졸중)이 있다. 혈관이 오랫동안 망가졌는데도 증상이 없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조금만 뇌졸중이 와도 그 정도가 심한 경우가 있다.

완치가 힘든 경우다. 하지만 최근엔 치료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현재 뇌신경과의 경우에 입원 후 사망환자는 7%가량이다. 굉장히 줄어든 수치다. 아직도 중증 질환으로 분류되긴 하나 예전처럼 치명적인 것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은?

“발병 후에는 대형병원에 빨리 와서 응급처치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발병 전에는 ‘원시인을 닮으라’고 조언한다. 원시인은 하루 종일 뛰거나 걷는다. 그리고 적당히 먹는다. 원시인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원인인 과체중이 없지 않나. 그리고 원시인은 춤을 춘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예방법 중의 하나는 금연이다. 담배는 혈관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이런 생활 태도를 가져야 한다.”

김 교수는 한국의 의료 수준이 세계적인 것은 임상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연구지원금 등 연구환경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임상이나 기초의학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줘야 한다”며 “아시아인 대상의 맞춤형 연구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1194호 (201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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