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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 인턴도 자리만 난다면·· 

중국도 심각한 대졸 취업난 

홍창표 KOTRA 부장
대졸자 늘고 경기침체로 일자리는 정체 … 대학원 진학 급증

▎중국 허난성 정저우 국제전시회장에서 3월에 열린 취업박람회에 중국 대학생 6만5000명이 몰렸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하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칭송할 정도다. 중국 역시 교육열이 높은 나라다. 칭화대·베이징대 같은 일류대학 선호 풍조, 소득에 비해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유아에 까지 번진 영어 열풍 등 한국과 중국은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한국에 ‘대학수학능력평가’ 시험이 있듯 중국에는 ‘까오카오(高考)’가 있다. 합격을 기원하는 부적인 좡위안푸(壯元符)는 한국 돈으로 수십만원 호가하지만 중국 부모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합격을 기원하는 떡을 먹는 것도 닮았다. 중국에서는 합격 떡의 일종인 가오를 먹는다. 가오의 발음이 높다는 뜻의 까오(高)와 비슷해서 고득점을 바라는 의미가 있다.

차이점도 많다. 올해 한국의 수능 응시생 수가 약 66만명이다. 중국은 912만명이 넘는다. 한국과 달리 까오카오 시험일자는 매년 6월 7일과 8일 이틀로 정해져 있다. 한국 수능시험은 단 하루이지만 중국은 지역별로 이틀에서 사흘까지 치른다. 한국 수험생이 추위와 싸워야 하지만 중국 수험생은 더위와 전쟁을 치른다.

부정행위 처벌은 중국이 훨씬 엄격하다. 올해는 금속 탐지기까지 동원했다. 공안이 직접 CCTV로 부정행위를 감시한다. 한국은 시험문제가 동일하지만 중국은 지역마다 다르게 출제할 수 있다. 땅이 넓고 인구가 많고, 민족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역별로 학력 수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지역별 문제가 다르다 보니 난이도와 커트라인도 차이가 난다.

대학 입학이 반드시 성적순이 아니라는 점도 특이하다. 지방 학생은 성적이 최상위권이라도 칭화대·베이징대에 입학한다는 보장이 없다. 각 대학별로 교육부가 정해준 지역별 할당 인원이 있다. 지방 학생은 이 범위에서만 입학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까오카오 이민(高考移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신입생 모집 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명문대에 합격하기 유리한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지로 주소지를 옮기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안후이·후난성 등 경제 수준이 낮고 대학 합격 커트라인이 낮은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현상 역시 까오카오 이민의 또 다른 사례다.


각고의 노력끝에 어렵게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끝난 게 아니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나 생활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영어 능력시험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다. 특히 대학 졸업 후 원하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올해는 중국 대학생에게 더욱 암울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대졸자 인원은 크게 늘었지만 경기침체로 취업문이 더욱 좁아졌다. 지난해 대졸자 수가 680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올해는 699만명으로 또 한 번 기록을 세웠다.

2002년 140만명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5배로 늘었다. 하지만 올 초 중국 내 500개 주요 기업을 상대로 신입사원 채용 관련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올해 채용 규모가 지난해 대비 1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유례없는 취업난이 예고되면서 대졸자는 울상이다. 지난해 대학 졸업생 실업률은 9.3%였다. 전국 평균 실업률(4.1%)의 두 배 수준이었다. 올해 대졸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공안이 CCTV로 대입 수험장 감시

우수 대학이 밀집한 베이징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베이징시는 올해 대졸자 수가 9000명 증가했지만 기업의 채용 규모는 오히려 1만6000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19일까지 베이징 지역의 대졸자 채용률은 지난해보다 낮은 28%에 그쳤다. 늘어나는 대학 졸업생과 제한된 일자리로 당분간 대졸자 취업난은 지속될 전망이다.

6월 17일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 인웨이민 부장은 베이징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취업 문제 관련 간담회에서 앞으로 5년 동안 대졸자 수가 연간 700만명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졸자 취업난이 악화되면서 졸업생의 희망 연봉 수준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 베이징 신경보는 지난해 대졸생의 희망 급여가 2011년 대비 2000위안(약 36만원) 낮은 3683위안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 21일 베이징 청년스트레스 관리서비스센터도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희망 월 급여가 예년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전체 응답자의 39.2%가 월 급여 3000~5000위안을 희망했다. 심지어 응답자의 20%는 무급 인턴직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이런 사실은 물가가 크게 뛴 재작년 조사 결과와 사뭇 다르다. 당시 대학생이 원하는 급여 수준은 직종에 따라 수만 위안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취업난 탓에 대학원 진학 열풍이 불고 있다. 실제 올해 석사과정 대학원 입학시험 응시자 수는 사상 최고인 180만명을 기록했다. 대학원 진학시험 응시자 수는 연평균 10만명씩 증가하지만, 이들 중 합격자 수는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경제성장 둔화로 학력 인플레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 역시 기업의 채용 규모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월급 3500위안의 대졸자를 채용할 때 기업이 부담할 인건비는 사회보장 관련 비용을 포함해 총 5000위안이다. 하지만 취직자가 실제 손에 쥐는 돈은 3000위안이 채 안 된다. 이는 베이징처럼 물가가 비싼 대도시에서 기본적인 생활만 가능한 액수다. 상황이 이러하자 졸업생들은 더 높은 임금을 위해 대학원 진학을 원하고, 기업은 비용 삭감을 위해서 채용자 수를 줄이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농촌지역 일자리 창출해야

취업난 해결을 위한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해법으로 농촌지역을 주목한다. 신도시화에 따른 농촌발전 계획에 따라 말단 행정단위에서의 관리자 수요가 늘었다. 정부는 지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졸업생을 농촌지역 행정관리로 채용하는 ‘촌관제도’를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또한 이공계 졸업자의 취업 확대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과학연구 사업을 확대해 우수한 대졸 인력을 과학연구 프로젝트 보조 인력으로 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취업 졸업자의 취업 촉진을 위해 지역제한을 두지 않고 지원을 확대하는 계획도 마련했다. 최근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가 발한 ‘미취업 졸업자 취업 촉진 계획’은 취업을 희망하는 졸업생에게 6개월 동안 창업 또는 실습 등의 취업 준비를 도와주는 정책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졸업자가 구직 희망 지역의 공공취업인재서비스센터에 구직등록을 하면 정부가 무료로 창업지도, 취업정보 제공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에는 자신의 호적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지역 구분을 없애 좀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1198호 (201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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