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인테리어 확 바꿔 … 고성능 터보 모델도 내놔
▎1. 달라진 헤드램프와 안개등. 2. 차선 변경 알림 장치. 3. 센터페시아가 운전석 쪽으로 살찍 기울어진 내부. 4.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 선루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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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의 중형 세단 K5가 3년 만에 새롭게 변신했다. 외관과 내부의 인테리어를 대폭 바꿨다. 고성능 터보 모델도 내놨다. 한층 더 성숙한 느낌이다. 경쟁 차종으로는 배기량이 한 단계 높은 도요타 캠리를 지목했다. 같은 세그먼트인 현대 쏘나타를 넘어, 수입차에 뺏긴 시장까지 되찾겠다는 각오다. 기아차 관계자는 “K5 터보 모델의 성능은 캠리 3.5 모델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K5 터보 GDI 모델을 타고 서울에서 경기도 가평, 자유로 등 350km를 달렸다.
깊어진 눈매사람의 얼굴 생김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 눈빛이 달라지거나 안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K5의 겉모습이 꼭 그랬다. 자동차의 눈에 해당하는 전면 헤드램프가 깊고 고급스럽게 변했다. 범퍼 아래에는 큐브 모양의 사각형 LED(발광다이오드)안개등 네 개를 배치해 포인트를 줬다.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전작과 전혀 다른 차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뒤로 갈수록 높게 설계해 앞으로 튀어나갈 듯한 자세도 나쁘지 않았다. 내부는 실속에 중점을 뒀다. 대형 세단급 편의사항을 조작할 수 있는 수많은 버튼이 잘 정돈돼 있다. 주행 중 많은 기능을 조작하면서도 불편하거나 어려움이 없었다. 센터페시아가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더욱 편했다. 대시보드의 소재도 고급스러운 소재를 많이 사용했다. 좌석도 인체공학적 설계를 더해 편안하게 바뀌었다.
고속에서 빛 발하는 터보 엔진K5 터보 모델의 최대 출력은 271마력, 최대 토크는 37.2kg.m이다. 최근 뛰어난 성능으로 인정받는 2000cc 독일 디젤 세단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자신감을 가지고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자 묵직한 엔진음을 내며 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한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올리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탄력적으로 치고 나간다는 느낌도 덜했다.계기판을 봤다. ‘총 주행거리 65km’. 차가 공장에서 나오고 사실상 첫 주행인지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 조금 참고 더 달려보기로 했다. 버튼을 눌러 주행 모드를 노멀에서 스포츠로 바꿨다. K5는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에코·노멀·스포츠로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전보다 조금 탄력적으로 변했다. 서스펜션과 핸들도 더 단단해졌다.다시 가속페달을 밟고 조금 힘을 줬다. 시속 100km 이상에서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 차가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분당 회전수(RPM)는 4800이다. 조금 뒤늦게 치고 나가는 감이 있다. 주행거리 200km를 넘어서자 몸이 다 풀린 듯했다. 비교적 후반부로 갈수록 안정적인 주행솜씨를 뽐냈다. 60~100km 가속 구간에서 약간의 엔진음이 발생하는 것만 제하면 소음이 없었고 승차감도 편안했다.
디테일의 강자K5에는 운전자를 반하게 하는 디테일이 숨어 있다. 운전 중 가장 마음에 든 기능은 차선변경 경보장치다. 대형 세단인 K9에도 탑재한 기능이다. 한층 진보했다. 차선 변경 지점에 방해물이 있으면 백미러에 경고 그래픽이 뜬다. 그럼에도 변경신호를 넣고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면 경보음이 울린다.시승한 7월 13일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는 거센 비가 내려 시야가 좋지 않았지만 이 장치 덕에 안전하게 운전했다. 넓은 뒷좌석도 만족스럽다. 외관상 쏘나타에 비해 커 보이지 않았지만, 뒷좌석에 직접 앉아보니 훨씬 안락한 느낌이다. 뒤까지 이어진 선루프와 앞유리의 시야가 확 트여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패밀리 세단으로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핸들의 감각도 좋다. 손가락만 써도 운전이 가능할 정도로 부드럽다.
성능 높이고 가격 내리고더 뉴 K5는 가격을 최대 55만원까지 인하했다. “사양과 성능이 개선된 것을 감안하면 100만원 이상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는게 기아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반 모델은 2195만~2785만원, 터보모델은 2795만~2995만원이다. 경쟁자로 지목한 캠리나 어코드 같은 일본 중형차와 비교하면 1000만원 이상 싸다. 연비가 L당 10.3km(터보모델, 일반은 11.9km/L)로 조금 미흡한 게 아쉽다. 연간 판매 목표는 7만4000대다. 불경기에 국산차로 시선을 돌린 소비자를 겨냥했다. 최근 주춤한 K5의 판매에 반전이 일어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