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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sure - 해양 레저스포츠의 메카 부산을 가다 

요트 100배 즐기기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한국 요트족의 천국 … 선상 관광과 낚시 등 체험 서비스 풍부



하늘빛을 닮은 탁 트인 바다에서 바람 가르며 수면 위를 달리는 요트(yacht)는 해양 레저스포츠 가운데 으뜸이다. 파란 바다와 대비되는 새하얀 요트의 외관과 하늘 향해 솟은 돛대는 바라보기만 해도 상쾌하다. 주 5일 근무제와 레저열풍을 타고 요트시티로 성장한 부산의 요트족을 만났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의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 들어서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거대한 주상복합빌딩과 호텔 등 마천루를 배경으로 계류장에 정박해있는 세계 각국의 요트들이 장관을 이룬다. ‘파랑새’ ‘비너스’ ‘글로리아’ 등 크고 작은 고급 요트들이 당장이라도 바다로 달려갈 듯한 질주본능을 숨긴 채 바람을 타고 넘실거린다.

크루저요트 448척, 1인 전용 딩기요트를 포함하면 총 1360척의 요트를 계류할 수 있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여기에는 9만7000㎡의 넓이로 요트학교·윈드서핑학교 등 해양레저 강습소와 부산수상항공협회·스킨다이빙협회 등 전문 단체가 들어서 있다. 3노트 이하 속도로 수영만 요트장을 떠나 10분만 바다로 나가면 숨막히는 도시에서 탈출하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7월 7일, 요트족(yachtie)을 찾아 어슬렁거리던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고래사냥’ 요트의 성병락(54) 선장과 회원들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길이 9.2m의 크루저 요트인 고래사냥은 8명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50~67세로 부산 수영만에 연고를 둔 요트족들 중에서도 고참급 시니어들이다. 회원들은 공기업 퇴직자, 방사선과 의사, 원자력발전소 전문가, 주한 미군 군무원, 자영업자 등 직업도 다양하다.

흔히 요트 하면 부자들의 전유물로 사치스러운 해양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지만 고래사냥 같은 세일링 요트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17년간 요트를 즐겨온 성 선장은 3년 전인 2010년, 일본제 중고요트를 2000만 원을 주고 구입해 직접 세일링으로 대한해협을 건너 부산까지 들여왔다. 그리고는 기술자 못지않은 회원들의 정성으로 내부를 수리해 신형 요트 못지않은 멋진 배로 만들었다.

요트를 즐기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회원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수영만 계류장에 내는 비용이 월 30만원인데, 8명이 십시일반으로 5만원씩 갹출한다. 남는 돈으로는 선박용 기름을 구입하거나 먹고 싶은 음식재료를 사서 요트 안에서 요리해 나눠먹는다고 한다.

“크고 비싼 요트가 좋은 배가 아니라 자주 나가고 많이 나가는 배가 좋은 요트”라는 성 선장의 지론처럼 고래사냥은 안개만 끼지 않으면 무조건 출항한다. 요트경기장에서 빠져나와 오륙도와 동백섬만 돌아도 벌써 가슴이 탁 트인다고 했다. 멀리 나갈 때는 요트경기장에서 60㎞ 떨어진 거제도까지 항해하기도 하는데, 일몰을 바라보며 생선회에 와인이나 소주 한잔을 걸치는 맛이 일품이다.

‘고래사냥’은 포털 ‘다음’에 카페를 개설해 요트족들끼리 소식을 교환하고, 자체적으로 ‘오광(오륙도·광안리) 대회’라는 전국 규모의 세일링도 19회나 개최한 베테랑 선수들이다. 요트족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요트로 세계 일주를 하면서 자연과 고독한 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꿈꾸는데 고래사냥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목돈을 모아 요트로 세계일주를 하겠다며 꼬박꼬박 돈을 모으고 있다. 이들 고래사냥 회원들은 왜 요트를 목숨 걸고 즐길까?

요트B에서 보는 부산 야경은 환상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자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파도와 바람, 갈매기소리, 회원들과의 대화만 있다. 강풍과 파도를 극복하며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다.” 성병락 선장의 요트 예찬론이다. 고래사냥의 홍일점 회원인 권정미 씨의 경우 스페인어와 영어에 능해 국제요트대회 때면 민간 외교관이 되기도 한다. 현재 수영만 요트장에는 고래사냥 같은 크루저요트만 200여 척이 있다. 1대당 평균 5명씩만 잡아도 어림잡아 1000여 명의 요트족이 수영만을 무대로 세일링을 즐기는 셈이다.

부산은 국내 최대 요트시티다. 부산의 매력은 취미로 요트를 즐기는 고래사냥 동호인들뿐만 아니라 요트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들도 낭만적인 요트투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의 국기게양대 앞에 있으면 ㈜벡스코(부산전시컨벤션센터)가 운영하는 ‘요트B’에 승선하려는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운항 중인 ‘요트B’는 길이 16m의 26인승 고급 요트다.

요트에 오르면 침실과 휴게실, 갑판 위에는 족욕 시설과 낚시 공간 등 부대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승선자들에게는 간단한 바비큐 음식과 다과가 제공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가벼운 선상낚시와 족욕도 가능하다. 넓은 갑판에 드러누워 부산 앞바다를 바라볼 수 있고, 밤이면 광안대교 아래서 자신의 소원을 빌며 ‘풍등’을 날려보내는 퍼포먼스도 벌어진다.

요트B에 승선해본 사람들은 바다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해운대의 야경이 일품이라고 말한다. 해운대 마린시티의 빌딩 숲은 바다에서 바라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데 72층 주상복합건물인 ‘현대아이파크’와 80층 ‘두산위브 더제니스’ 등 마천루가 화려한 배경 역할을 해주면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로 이끈다는 것이다. 요트경기장을 떠난 요트B(www.yachtb.co.kr)는 광안대교-동백섬-해운대해수욕장-광안대교-요트경기장 코스로 운항하는데 투어를 즐기는 비용은 1시간에 어른 6만원이다.

벡스코는 단체회원들을 위한 ‘요트컨벤션’도 운영한다. 컨벤션용으로 사용되는 요트 내부에는 회의실을 비롯해 회의 장비들도 있어 사업 목적으로 요트 컨벤션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벡스코는 지난해부터 미주개발은행총회, G스타대회, 중화권 암웨이 인센티브 관광단 등을 유치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무역업을 하는 김모(54) 씨도 지난해 ‘요트B’를 전세 내 선상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했다.

그는 “중국인 바이어와 요트를 타고 미팅을 했다. 야경을 보면서 저녁을 함께했는데, 술 마시며 접대한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1시간에 50만원의 비용을 들이면 이 무역업자처럼 요트B를 전세 내 선상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부산의 요트 활성화를 위해 부산벡스코에 요트B를 임대해준 요트제작업체 광동 FRP산업 한갑수 대표는 “요트투어를 통해 차츰차츰 요트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1. 부산의 요트족을 대표하는 ‘고래사냥’회원들. 2. 국내 최대 요트시티 부산을 상징하는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국내 해양레저 스포츠의 메카이다.



전국 최대 해양레저시설 송정마리나

수영만 요트경기장이 아니라 광안리를 중심으로 요트를 운항하는 곳도 있다. SS요트클럽(www.ssyacht.com)은 요트 투어와 요트 대여, 프러포즈 이벤트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한다. 광안리를 출발해 이기대·누리마루(동백섬)를 경유하는 투어를 4만원에 즐길 수 있다. 이기대의 길게 늘어진 해안 절벽과 부서지는 파도를 보는 재미가 있고, 오륙도 섬들 사이로 보이는 영도와 해무가 낀 봉래산은 한 폭의 수채화와도 같다.

좀 더 발품을 팔아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이용하면 2만~3만원으로 요트를 이용할 수도 있다. 길이 16m급 고급 요트를 구비한 마린씨티클럽(051-244-6461)은 일반인도 요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정박한 요트의 일부 선주와 손잡고 저렴한 선상 이벤트 상품을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요트를 좀 더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화하기 위해 콘도나 골프회원권럼 소유권을 분양하는 요트클럽도 활성화되고 있다. 씨엘코포레이션이 대표적이다. 4월부터 요트클럽(www.clyach ts.com)을 개설·운영 중인데, 부산과 거제도에 32피트짜리 요트 1척씩을 구비해놓고 요트 소유권을 분양, 회원들에게 세일링 교육도 하고 실제 항해하도록 하는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은 이처럼 누구나 쉽게 요트를 즐길 수 있는 ‘마리나(marina) 시티’로 발전해가고 있다. 자신의 요트에 수상오토바이를 싣고 부산 앞바다를 질주하거나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부산에서 매니어층을 중심으로 시작된 요트 산업이 대중화된 시기는 불과 2~3년 안쪽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요트는 마니아층과 일부 호텔과 골프리조트의 회원이 주요 타깃이었지만 선상 관광, 낚시 등 체험형 요트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대중화로 접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요트 인구가 늘면서 비좁은 수영만 요트경기장의 재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며 지어진 지금의 요트경기장은 벌써 50여 척의 요트가 계류장에 입항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포화상태다.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은 민자 1623억원을 투입해 현재 448척인 요트계류를 628척으로 늘리고 요트클럽, 마리나 호텔 등을 갖춰 복합형 종합 마리나로 2015년까지 재개발된다.

이와 함께 부산 중앙동 북항재개발지 안의 북항마리나 조성도 장기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크루저요트와 파워요트 계류장을 갖춘 대형 마리나 시설이 들어설 예정으로 호화 요트를 소유한 외국의 부호 등 해외요트의 국내 유치를 위한 세계적 기준의 마리나 기반시설 확충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부산 요트인들의 기대가 크다고 한다.

7월 25일에는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 요트족들을 위한 숙소이자 국내 최대의 해양레저시설인 해양레저컨트롤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한국해양레저스포츠가 100억원을 들여 해운대구 송정동 구덕포길에 건설한 ‘송정마리나’는 리조트형 숙소·다목적홀·레스토랑·편의점·해양레저 멀티숍 등의 편의시설과 스쿠버다이빙 전용풀, 해양레저 진출입용 슬립웨이 시설을 갖췄다. 해상보도와 계류시설이 바다 쪽으로 90m가량 뻗어 있어 딩기요트·스킨스쿠버·윈드서핑·서핑·카약·바다래프팅·스노클링·바나나보트를 즐길 수 있다.

송정마리나 박수진 과장은 “리조트 숙소에 머물면서 딩기요트·윈드서핑·카약·서핑·스킨스쿠버 등을 체험하고 바비큐 파티도 즐길 수 있다”며 “가족, 기업 연수, 동호인 모임, 대학생 MT 등 다양한 패키지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정마리나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시설을 통해 해운대구가 해양레저의 메카로 발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해운대구는 2005년 지식경제부로부터 컨벤션·영상·해양레저특구로 지정된 이후 민간 투자사업자를 선정해 송정·수영강변·동백섬에 지역별로 다양한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는 4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송정해양레저기지’가 죽도공원 앞에 준공해 9월에 문을 열고 ‘동백섬 해양레저기지’는 내년 상반기에 오픈한다.

레저기지에서는 요트·파워보트·수상오토바이 등의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다. 이 밖에 광안리해수욕장에도 요트와 보트 계류장(36척), 교육장·편의 시설 등을 갖춘 ‘남천마리나’가 9월에 준공되고, 요트 300척 계류 시설을 갖춘 남구 용호동 백운포마리나도 내년에 착공될 예정이다.




1198호 (201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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