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내세운 저비용 항공사(LCC)가 고공비행 중이다. 그동안 취항 노선을 공격적으로 넓히면서 고객 저변을 넓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LCC 5사(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도합 47.8%였다. 1년 전(43.1%)보다 4.7%포인트 증가했다. 국내선 이용객 절반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항공사 대신 LCC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상반기 6.8%에 그친 국제선 점유율도 9.3%로 높아져 첫 10%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LCC 이용객은 738만명으로 전년 동기(627만명)보다 21% 증가했다. 전체 항공기 이용객 5명 중 1명이 LCC를 이용했다. LCC가 진출한 6개 국내선 중 김포~제주, 김해~제주, 김포~김해, 군산~제주 4개 노선에선 과반수가 대형 항공사가 아닌 LCC를 이용했다. 청주~제주(42.9%), 인천~제주(15.7%)도 인기다.
선행 투자 마친 제주항공 상승세애경그룹 계열 LCC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미리 투자를 마친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매출(205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62억원으로 전년 동기(6억원)보다 크게 늘어 잔칫집 분위기다. 특히 6개월 간 2000억원 매출 돌파는 LCC 업계 사상 처음이다.올 상반기 142만명의 국내선 이용객과 78만명의 국제선 이용객을 모았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128만, 52만명)보다 급증했다. 송경훈 제주항공 차장은 “지난해에 선행 투자로 항공기를 많이 도입했고 잇따라 새 노선에 취항해 올 상반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중국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도 주효했다. 제주항공은 올 들어 중국 13개 도시에 부정기편을 운항 중이다. LCC 5사 중 중국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었다. 송 차장은 “엔저로 일본 시장에서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선 다변화를 꾀한 게 통했다”며 “중국은 수요가 워낙 많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제주항공은 하반기에 다시 대규모 투자를 한다. 100억원을 투자해 IT 시스템을 개선하고 운항 안정성 개선과 원가 절감에 나서기로 했다. 상반기 상승세의 여세를 몰아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것이다.진에어는 모기업 대한항공과 차별화두 회사는 LCC 초창기부터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내색은 않지만 내심 경쟁사의 전략에 민감하다. 제주항공은 7월에 일본 도쿄로 향하는 노선을 주 2회 새로 취항해 일본 노선 강화에 나섰다. 도쿄 외에 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 등 4개 도시에 6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엔화 약세로 일본인 관광객 수요는 줄었지만 일본으로 향하는 LCC를 찾는 한국인 여행객은 되레 늘었다는 판단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짧은 노선에서 LCC의 가격 경쟁력은 확실하다”며 “대형 항공사처럼 환율 변동에 따라 급격히 수요·매출이 줄진 않는다는 점에서 일본 단거리 노선은 LCC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진에어의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대한항공과 동선이 겹치면 LCC에서 수익이 나더라도 정작 모회사는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자칫 한쪽이 살면 한쪽이 죽는 집안싸움 형국이 될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해 대한항공의 중·장거리 노선과 겹치지 않는 중·단거리 국제선 강화에 집중했다. 최근 조현민 본부장이 강조하는 전략도 대한항공과 차별화한 ‘젊은 이미지’다.진에어 승무원들은 9월부터 창립 5주년을 맞아 청바지에다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인 카레라(Carrera)와 합작한 새 유니폼을 입는다. 조 본부장은 “종전 유니폼이 대학생 이미지라면 새 유니폼은 새내기 직장인 이미지”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는 별개로 부담 없이 편한 이미지로 LCC의 주요 고객인 젊은 연령대를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일본 노선 확장에선 경쟁사인 제주항공과 다른 전략이다. 제주항공이 일본 대도시 위주로 비중 있게 운영한다면 진에어는 보다 조심스럽다. 인천~삿포로, 인천~오키나와 두 노선에만 취항하면서 덜 대중적인 노선을 공략한다. 진에어 관계자는 “일본 시장은 LCC가 이미 많이 들어가 레드오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삿포로와 오키나와는 도쿄처럼 금방 예약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노선이라기보다 2~3개월 전 미리 계획을 세우고 예약하는 노선에 가깝다. 따라서 엔저 같은 외부 영향에도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진에어가 7월 24일부터 새로 취항한 인천~나가사키도 국내 LCC로는 최초로 시도하는 노선이다. 레드오션을 피하고 독자 노선으로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