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게임업계의 왕자였던 닌텐도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적자의 고배를 마셨다. 휴대형 게임기 ‘3DS’와 거치형 ‘위유(WiiU)’의 판매가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해서다. 이로 인해 ‘게임 전용기 시대는 끝났다’ ‘스마트폰용 게임을 만들지 않는 닌텐도의 시대는 갔다’는 등 닌텐도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닌텐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와타 사토루(岩田聡·54) 닌텐도 사장을 만났다.닌텐도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지난해 11월 닌텐도 3DS용으로 내놓은 게임 소프트웨어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이 발매 반년 만에 400만 장 팔렸다. 가장 전성기 때 내놓은 전(前) 기종 닌텐도 DS판 ‘어서 와요 동물의 숲’의 기록은 520만 장이다. 발매 반년에 400만 장 넘게 팔린 소프트웨어가 있는데도 회사 사정이 좋지않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게임이 대박 작품이 될 수는 없다.세상에 떠도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다.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작품은 순식간에 잊혀져 버린다. 반면 화제가 되는 제품은 주목받기 더 쉽다. 비디오 게임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히트 상품의 허들이 높아지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흘러가버리는 제품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이 질문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개발 방식은 변하지 않는가?“닌텐도의 개발자들은 고객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 굉장히 의욕적으로 몰두하고 있다. 나와 개발책임자인 미야모토(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전무)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다. 고객들이 공감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치있는 상품이라고 개발자들에게 거듭 강조한다. 고객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곧 실패다. 고객의 공감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객의 요구가 변하면 그에 맞춰 우리도 변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상품을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개발하는 동안 세상이 변하고 고객의 요구와 행동도 변할 수 있다. 그러면 발매할 때는 이미 최적의 상품이 아닌 게 되기도 한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고객의 공감을 얻기 위해 상품 개발 과정에서도 여러번 다시 생각해보고 고칠 부분은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닌텐도는 주식을 공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실적에 부침이 없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게임 사업은 실적의 변동은 피할 수 없다.물론 2011년과 지난해 같은 플랫폼 전환기에 터무니없는 엔고 폭탄으로 있어서는 안될 미진한 실적이 나온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 다만 닌텐도가 세상에 내놓는 상품이 전부 잘 팔릴 수는 없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전반적인 기업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닌텐도를 지켜봐 주길 바란다.”올해 1월 말 경영방침 설명회에서 올해 영업이익 1000억 엔을 목표로 하고 이에 대해 커미트먼트(commitment, 경영진의 책임 수반) 발언을 했다. 그 이야기가 시장에서 갖가지 억측을 불러일으켰다. 커미트먼트 발언은 불필요했던 것 아닌가?“경영방침 설명회나 결산 설명회, 미국에서의 IR(투자 유치를 위한 홍보) 등을 통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 말했다. 덧붙여 뭐라 말할 것은 없다. 내가 무슨 말은 하든 그 말이 퍼져나가기 때문에 지금은 목표한 결과를 추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 다만 이러한 목표를 세웠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사실이고 그 목표를 꼭 달성하겠다는 게 내 본심이다. 그것을 드러낸 것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사임을 암시한다는 시각도 있다.“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밖에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커미트먼트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면 또 다른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질 테니 말이다. 결국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질문의 의도와는 다른 형태로 이야기가 확산될 것이다. 주주총회에서도 밝혔다시피 나는 나 자신의 퇴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그만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주주총회에서 주주들로부터 귀가 따갑게 질책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던데.“주주총회에서 주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나는 당신에게 투자했으니 도중에 그만두면 곤란하다’였다. 닌텐도 홈페이지에 공개한 주주총회 질의·응답문이 너무 간결하게 정리돼 오해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들은 말은 ‘닌텐도 같은 회사는 수년에 걸친 플랫폼의 수명으로 이해해야지 단기간으로 파악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당신은 그만두지 않을테죠?’였다.”스마트폰은 정말로 위협적인 존재인가?“휴대용 게임기는 아무래도 스마트 기기 보급이 확대될수록 입에 오르내리기 쉽다. 그러나 사람들이 게임에 쓰는 시간이 세분화될수록 휴대용 게임기의 존재 이유와 이점이 강조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어도 3DS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세간에서는 아무래도 지금 당장 나타나는 현상에만 이목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소셜 게임(SNS 상에서 제공되는 게임)의 영향으로 게임 전용기는 더 이상 팔리지 않을 거라고 줄곧 이야기하지 않았나.그런데 소셜 게임이 한물 가자 이번에는 스마트 기기의 영향을 받을 거라고 말한다. 물론 세상은 변한다. 스마트폰의 등장 전과 후, 정보의 전달 방식이나 소비자의 게임 문화도 변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는 소프트웨어만 있다면 언제든지 게임기를 사람들은 찾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동물의 숲’은 많은 여성 고객들이 소프트 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구매했다. 이용하고 싶은 단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위해 고객은 움직인다.”소프트웨어에 집중한다는 말인가?“결정적인 하나의 소프트를 만들 수 있는가 없는가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또한 한 상품이 시장에 퍼질 때 일정한 임계점을 넘으면 그것이야말로 스마트 기기 등 다른 플랫폼의 도움을 받으면서 확산되는 단계에 접어든다. 게임기는 특히 그 임계점을 얼마나 빨리 뛰어넘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여기서 위유가 고전 중이다.하지만 3DS도 그 시기를 거친 후 국내외 보급 속도가 빨라졌다. 위유도 마찬가지로 상황이 바뀌길 바란다. 더구나 위유는 여러 가지 기능이 가능한 게임기다. 사람들이 오락에 할애하는 시간이 단편화된 요즘이야말로 위유와 같이 다면적인 활용이 가능한 가정용 게임기가 각광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