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할머니 마음을 잡아라 

조부모 맞춤형 상품 인기 

육아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라 … 온도센서 젖병, 무릎 보호패드 등 편리한 유아용품 봇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4회 서울 국제 임신출산육아용품전(베이비페어)’이 8월 22~25일 열렸다. 이 행사에는 쁘레베베, 키디코리아, 아가방 앤 컴퍼니, 아토팜, 애플비 등 모두 141개 사(956 부스)가 참가해 360여 브랜드를 선보였다. 주최 측은 나흘 간 열린 이번 행사에 11만 여명의 관람객이 찾은 걸로 집계했다. 행사 마지막 날인 8월 25일 찾은 베이비페어 현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각종 육아용품을 직접 보고 체험한 후 사기위해 모인 사람들 중에는 노인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11월 첫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 양선주(31)씨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행사장에 왔다. 양씨는 “육아휴직이 끝나는 내년 초부터는 친정에서 아이를 키워주기로 했다”며 “아무래도 엄마가 (육아용품을)쓸 일이 많을 것 같아 함께 왔다”고 말했다. 양씨 어머니 역시 “예전에 비해 육아용품이 다양하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나오는 것 같다”며 “요즘 주변에서도 손자를 키운다는 친구들이 많 정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한 유아용품 전문업체의 한 직원은 “관람객 가운데 20~30%는 노인층이다”며 “젊은 부부들 못지않게 노년층 구매가 활발해 참가업체들 사이에서 VIP로 불린다”고 말했다.

손주를 키우는 조부모가 늘면서 유아용품 업체들이 노년층의 편의를 돕는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유아용품 업체인 요미아시아는 최근 버튼만 누르면 우유가 데워지는 젖병을 내놨다. 버튼을 누르면 모유 온도인 섭씨 32~34도로 조절된다. 회사 관계자는 “직감에 의존해 젖병을 데우던 할머니들이 좀 더 정확하고 편리하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토미티피도 최근 스마트 온도 센서를 내장한 젖병을 출시했다. 우유가 적정 온도보다 높으면 분홍색, 적정 수유 온도이면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토미티피 측은 “색깔만으로도 분유 온도를 알 수 있어 나이든 분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유아용품 전시회 관람 20~30%는 조부모

아이를 안거나 목욕시킬 때 힘이 덜 들게 하는 제품들도 있다. 맨듀카는 아이를 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도록 허리 패드를 더했다. 옥소토트는 아이를 목욕시키기 위해 쭈그려 앉았을 때 무릎 통증이 생기는 것을 방지해 주는 무릎 보호 매트를 내놨다. 손잡이 단추만 누르면 자동으로 유모차가 접히고 펴지는 포맘스 유모차도 관절이 약한 할머니들에게 인기다.

한경혜 서울대 가족아동학 교수는 “현재 노년층은 이전 세대와 달리 경제력과 지식수준이 높은 편”이라며 “손자 육아를 하는 비율도 늘었지만 경제적 지원을 하는 사례도 많아 조부모가 육아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인터넷 오픈마켓 11번가가 고객 연령대별 구매 행태를 분석한 결과 50∼70대 고객의 2012년 결제금액이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특히 60~70대는 기저귀나 분유·유아식 등 육아용품을 가장 많이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1번가 측은 “구매 패턴을 분석했을 때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손자를 키우는 노년층이 직접 관련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를 대신해 생후 6개월 된 손자를 돌보는 정순영(67)씨. 그의 집은 살균소독기와 이유식 제조기 등 육아 편의를 돕는 제품들로 가득하다. 한 달에 두세 번씩 내려오는 며느리가 모두 사온 것이다. 정씨는 “내가 고생하는 걸 아니까 조금이라도 편의를 봐주려고 사다 준 것”이라며 “작동법이 간단해 나 같은 할머니들이 쓰기에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옛날 방식대로 끓는 물에 젖병이나 장난감 등을 살균하는 노인층을 공략한 제품도 나왔다. 필립스는 아기용품 소득을 위한 스팀 소독기를 내놨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살균 효과를 위해 병원에서 사용하는 스팀 소독 방식을 사용했다. 소독기에 젖병과 노리개 젖꼭지·유축기·이유식기 등을 넣으면 5~6분 내로 소독이 된다.

필립스 측은 “살균 소독한 내용물을 최대 24시간 동안 멸균 상태로 유지하기 때문에 위생적인 보관이 가능하다”며 “소독후 따로 젖병을 보관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줄여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를 대신하려는 할머니들을 위해 특수 디자인된 젖병도 있다. 엄마의 가슴을 닮은 디자인과 아기의 수유 원리를 반영한 필립스의 젖병은 이 업체의 인기 상품이다. 오랜 연구 개발 끝에 출시된 이 상품은 실제 모유 수유와 같은 느낌을 내도록 설계됐다. 젖꼭지 밑단에 장착된 이중밸브는 젖병 내부의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해 아기가 헛공기를 마셔 발생하는 배앓이와 보챔을 줄인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서울 잠실동에 사는 유은아(58)씨도 손자를 키우며 유아 전용가전제품의 도움을 받는다. 그중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것이 아기전용 세탁기이다. 일반 세탁기의 용량이 보통 10~15kg인데 반해 아기 전용은 1.5~3kg에 불과해 잦은 빨래에도 노고가 적다. 유씨는 “아기 옷은 위생을 위해 자주 빨고 삶아 입혀야 하는데 큰 세탁기를 매일 사용하는 건 낭비”라며 “우리 딸 키울 땐 일일이 손빨래를 했지만 요즘에는 아기 전용 세탁기가 따로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삼성 ‘아기사랑 세탁기’는 2002년 처음 출시된 이후 이젠 필수 육아용품으로 자리잡아 올 7월 누적 판매 50만대를 돌파했다. LG전자도 최근 소형 세탁기 시장에 가세해 최근 미니세탁기 ‘꼬망스’를 출시했다. 삶기 기능이 강화됐고, 멸균 효과가 뛰어나 조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작동법 간단해 고령자도 손쉽게 써

이유식 요리를 돕는 제품도 나왔다. 이유식은 재료를 찌고, 갈아서 끓이는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롭다. 아이를 돌보느라 요리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조부모를 위한 이유식 조리기도 인기다. 필립스에서 나온 ‘이유식 마스터’는 재료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본체에 담은 후 버튼만 누르면 스팀이 나온다. 채소가 익은 후 갈기 버튼을 누르면 이유식이 완성된다.

필립스 관계자는 “최근 황혼육아를 하는 조부모가 늘어 이를 겨냥한 신제품을 출시했다”며 “할머니의 체력 부담을 덜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꾸준히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04호 (201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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